신입사원 행동규칙 (1)
지금보다 더 옛날인 입사 초반,
점심식사 후 법카로 스타벅스에 들렀을 때다.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마시겠다 하자
“법카니까 아아 말고 다른 거 마셔도 돼요, 눈치보지 말고 시키고 싶은 거 시켜.” 라는 그.
*원래 주문한 건 <제주 말차 크림 프라푸치노>인데, 제목 글자수 이슈 때문에 자바칩으로 변경했습니다.
주문 후 음료를 기다리며 스타벅스 MD 상품을 보고있던 중이었다. 선배는 아무말 없던 나에게 대뜸 “ㅇㅇ님은 먹고 싶은 거 아무거나 시키라 하니까 진짜 프라푸치노에 휘핑까지 추가해버리네ㅋㅋ”
프라푸치노를 시킨 걸 또 한번 언급할 필요가 뭐가 있을까? 신메뉴도 아니고, 그거 맛있어요? 라고 묻는 말도 아니었다.
“아! 원래 아아 마실까 했는데 ㅇㅇ님이 다른거 마셔도 된다 하셔서~ 보니까 갑자기 오랜만에 저게 먹고 싶더라구요!“
라는 나의 메뉴 선정 사유에 선배가 한 대답은
“아니 ㅋㅋ 먹고 싶은 거 맘대로 시키라고 해도 적당히 골라야죠 ㅋㅋ 무슨 거기다가 휘핑까지 추가해요, 법카 지결 올릴 때 눈치 보이잖아.“
였다.
그러면 미리 가격대까지 정해서 이거 먹으라고 정해주지… 싶었다.
내가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그냥 차라리 내돈내산 하는 게 낫지- 싶다.
그럼 ‘아무거나 마시라’는 말을 하지 말았어야 한다. 아메리카노를 처음 골랐던 나에게 되려 다른 메뉴 마시라고 종용한 건 본인인데, 정말 아무거나 시키니까 왜 아무거나 시키냐고 따지는 그..
후에 다른 동기에게 물어보니 그 선배의 유구한 군기잡기, 기강잡기 위한 눈치주기 수법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또다른 선배의 말을 (아주 나중에) 듣고나서야 그 선배의 말뜻을 이해했다. 상사가 다 보기 때문에, 너무 비싸게 쓰거나 어쩌고하면 지결 올리는 사람인 본인이 눈치 보이고 타박 받기 때문에 그 역시 나에게 눈치 준 것이었다(팀에서 법카는 두 명만 갖고 있고, 그 둘만 지결을 올림).
하지만, 그렇다면 저렇게 비꼬아서 애매하게 눈치 줄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이런 이유 때문에 이렇게 해달라’고 설명을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그랬으면 나도 처음부터 잘 알아서 했을 텐데. 처음에 설명도 안해주니 나로서는 이거하라해서 이거했더니 왜 저거 안하냐고 구박만 받은 셈.
정말 계속 아메리카노만 마셔야 하는 걸까..?
나는 그 후에도 종종 독특한 메뉴를 시켜먹곤 했다. 신메뉴는 무조건 시키고, 프라푸치노, 블렌디드 등을 마셨다(대개 아메리카노를 마시긴 했지만). 참고로 이후에 디저트 시킬 때도 여러번 눈치를 줬다. 가격이 눈치보인다고 했으니 커피보다 더 저렴한 마카롱은 당연히 아무말 안하겠지? 하고 커피 안먹고 마카롱만 먹겠다 하자, 디저트 메뉴명 보이니까 그거말고 커피로 통일시키라는 그. 하지만 본인이 시킬땐 디저트와 커피까지 시키겠다는 그…
이때 ‘안되겠지? 그러니까 제안하지 말아야겠다’라는 태도보다 ‘안되겠지? 그치만 혹시 모르니 일단 물어봐야지’라는 태도를 가지는 걸 추천한다.
안되겠거니 해서 아예 제안조차 안하면 반기조차 안든다고 생각해서(!) 정말 제대로 눈치주고 길들였구나!(? 라고 생각할 수 있다…
눈치 보지 말고 안될 것 같은 것도 한번 더 묻자, 그래도 된다.
중요한 건 쫄지 않는 마음이다!
가만히 곧이곧대로 있으면 진짜로 가마니인 줄 안다.
정말 지켜야 할 상도덕ㅡ출근 5-10분 전 도착해서 업무시작 준비하기, 막내로서 시키는 일 군말없이 하기, 솔선수범해서 하기(하는 척이라도 하기), 감사&사과인사 잘하기 등ㅡ 외의 것을 너무 눈치본다면 그만큼 회사 사람들이 당신을 잘 대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막 대해도 되는 사람으로 대할 확률이 높다(그냥 사람 본성이 그런 것 같다).
자신의 가치는 자신이 만들어 가는 것. 아무리 어리고 무경력인 신입사원이라 해도 좋은 대접 받을 가치는 본인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일 열심히 하되, 먹을 것 앞에서 너무 눈치보지 말것!
하지만 나도 또 눈치 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