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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을캐는 광부 Feb 27. 2024

가족

우리의 인생을 빛나게 하는 존재

“아빠! 우리 이사 안 가면 안 돼?”


아이의 얼굴에는 웃음기 없이 입술만 삐죽거린다. 바삐 나르는 이삿짐만 물끄러미 쳐다만 보며 나에게 하는 말이다.


직업군인들은 명령에 의해서 1~2년 주기로  전국 어디든 부임지로 이사를 다닌다. 주변 지인들에게 주말부부 권유도 받았지만 우리 가족은 늘 함께 다녔다. 처음 이사할 당시만 해도 아이가 가졌을 외로움은 잘 알지 못했다. 형제자매 없이 늘 혼자 있어야 하는 외로움에 대해서는 더더욱 알아차리지 못했다.


한참 재미있게 뛰어놀 나이인데 혼자 시무룩하게 있는

시간들이 종종 보이곤 했다. 그렇게 딸아이가 다섯 살이 되던 해, 힘들고 어려웠던 IMF시절이었지만 아들이 세상에 태어났다. 여느 아이들이 가지는 평범함과는 사뭇 다른 환경에서 자랐다.


아침에는 군대기상나팔소리와 함께 일어나고 등하굣길에는 위병소를 지나다녔다. 만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군인 또는 군 가족들이서 어색함은 없었다.  고등학교 때까지 옮겨 다닌 학교만 9번이나 된다. 그래서인지 학교가 바뀔 때마다 맞춰 입어야 할 교복도 여러 벌이다.


2~3번 이사 다닐 때까지 시큰둥한 모습은 이후부터는 체념인지 포기인지 되레 새로운 곳으로 가는 것에 대한 설렘도 가지는 듯 즐거워하는 모습도 보였다. 왜 가족이 함께 다녀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공부도, 친구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가족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수없이 얘기하곤 했다.


 ‘빠른 아이보다 바른 아이로 키우겠습니다.’라는

어느 TV 광고를 본 적이 있다. 똑똑한 아이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우리의 말과 행동하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중요하게 여겼다. 2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군인의 자녀로 살아왔다.


누구보다 그 길이 힘겹다는 것도 잘 알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의 아들은 내가 걸어왔던 힘겨운 길을 자랑스럽게 걷고 있고 딸은 군인 아내의 길을 기꺼이 자처하고 선택했다.

잘 몰랐다. 오랜 시간 아이들이 우리를 많이 닮아가고 있었다는 것을! 부모는 아이들의 거울이다라는 말이 새삼 가슴에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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