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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이 Oct 18. 2022

꽃이 좋아

[15/100] 도전 : 1일 1글쓰기 - 프로젝트 '좋아해'

등장만으로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는 것이 있다. 사실 이렇게 말하지만 생화의 매력에 빠진 건 얼마 되지 않았다. 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 집'의 프라이빗 커뮤니티 '오하우스'를 시작하면서부터 꽃 사랑이 시작됐다. 멤버들에게 선물로 한 달에 한 번 보내주는 꽃다발을 받기 전까지 나는 꽃다발을 받아본 적도 별로 없고, 직접 내 손을 사본 적은 아예 없었다. 금방 시드는 꽃은 뭐하러 사지? 했는데 그 작은 꽃들이 갖는 에너지는 상상 이상이었다.


살아 있다는 건 대단하다. 살아 있는 것이 뿜어 내는 생기는 아무리 작은 것이어도 공간을 압도한다. 그저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인데 나도 모르게 시선이 가고, 자꾸 코끝에 향기가 스치는 듯했다. 꽃의 색깔과 크기, 함께 어레인지하는 그린의 조화를 달리할 때마다 같은 꽃이어도 색다른 느낌이 났고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이제 나는 내 돈을 주고 주기적으로 꽃을 산다. 꽃을 사면 기분이 좋아진다. 요즘에는 인터넷으로도 손쉽게 주문할 수 있어 꽃배달 사이트를 이용하거나 꽃향기 가득한 곳에서 힐링하고 싶을 때는 양재 꽃시장이나 남대문 꽃시장에 간다. 신문지에 둘둘 말아주는 꽃을 팔 안에 안고 길을 걸으면 괜히 낭만을 아는 사람인 양 우쭐한 기분도 든다. 집에 와서 신문지 채 펼쳐놓고 끝을 다듬으며 화병에 꽂아 본다. 길게 짧게 빈칸을 채우듯이 꽂고 있으면 꽃의 에너지가 나한테로 흘러 들어오는 것 같다.


꽃을 건넨 사람에게 꽃 향기가 남는다는 말을 좋아한다. 꽃에게 받은 에너지 가득한 손으로 나는 가끔 엄마에게 꽃 선물을 한다. 문을 열어주는 엄마에게 내 얼굴보다 향기로운 꽃다발 한 가득을 내밀면 약간 민망해하면서도 좋아하는 모습이 좋다. 나는 이런 거 어떻게 하는지 모른다, 네가 예쁘게 꽂아 봐 하면서도 가위로 줄기를 잘라내는 손길에 신이 나 있다. 엄마의 손에도 꽃의 생기가 흘러들어 가는 거다. 꽃보다 수줍은 엄마의 얼굴이 좋고, 적당한 곳에 화병을 내려놓으면서 뿌듯해하는 모습이 행복하다. 엄마가 꽃이 되어 나에게 생기를 되돌려준다.


꽃다발을 선물 받지 않았으면 느껴보지 못했을 행복이다. 우울하다면 생기가 필요하다면 감히 생화를 사라고 권하고 싶다. 꽃을 펼치고, 줄기에 달린 잎을 정리하고, 끝을 잘라내고, 화병에 꽂으며 손 끝으로 생기를 충전해보라. 그리고 향기가 남은 그 손으로 다시 누군가에게 향기를 전하는 사람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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