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는 당연한 지식, 누구에게는 막연한 지식
지난 4월에 개봉한 어벤저스: 인피니티 워, 타이탄 행성에서 타노스는 토니 스타크에게 '지식의 저주에 걸린 게 너만은 아니다'라는 대사를 한다. 기존 마블 영화를 보지 않은 관객이라면 어리둥절했을 텐데 먼저 지식의 저주가 무엇인지 알아보자.
지식의 저주란 (The curse of knowledge) 다른 사람의 행동이나 반응을 예상할 때, 자기가 알고 있는 지식을 다른 사람도 알 것이라는 고정관념에 매몰되어 나타나는 왜곡된 인식이다.
토니는 어벤저스 2에서 지구의 운명에 대한 환상을 보았고 타노스의 침공에 확신을 갖고 보이지 않는 위협에 두려워하여 대비하고자 하였다. 하지만 다른 이들은 이를 인지를 하지 못했고 토니의 애인인 페퍼 조차 과민반응이라 치부하였다. 바로 이것이 토니에게 걸린 지식의 저주였다.
반면 타노스의 지식의 저주는 우주의 생명이 넘치면 자원이 고갈되어 모두 파멸하게 된다는 신념이었다. 이를 일찍이 깨달은 타노스는 그의 신념에 의문을 품은 종족의 절반을 죽여 균형을 맞추려 했다. 그의 신념을 알지 못한 종족의 최후였다. 여기서 재밌는 점은, 관객이 지식의 저주를 알 것이라는 것은 제작진의 지식의 저주이라는 것이다.
지식이 깊어지게 되면 그 지식을 모르는 상태가 어떤지 상상하기 어렵게 만든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의 엘리자베스 뉴턴은 1990년 박사 논문에 지식의 저주에 대한 실험을 하였다.
노래를 들은 후 손으로 테이블을 두드려 표현한 A그룹과 그것을 듣는 B그룹으로 나눈 후, 누구나 아는 노래를 A그룹에 들려준 후 B그룹에게 그 노래를 맞추게 하였다. A 그룹은 B그룹이 최소 50% 이상 맞출 것이라 예측하였다. 하지만 실험 결과 B그룹이 맞춘 노래는 120곡 중 2.5%인 단 3곡에 불과했다.
이 실험이 알려주는 시사하는 바는 2.5%가 아니다. 바로 'A그룹이 실험 전 예측한 50%의 성공률'이다. A그룹이 노래를 표현하는 게 얼마나 어려웠던 것이 아니라 그들의 심리 상태에 주목해야 한다. 왜냐하면 A그룹과 B그룹의 노래에 대한 지식 즉, 정보의 양과 질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심지어 A 그룹은 노래를 들으며 '이렇게 쉬운 노래를 못 맞추겠느냐'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반면 B그룹에게 제공된 정보는 단순히 테이블을 두드리는 소리만 있었을 뿐이었다.
이 개념을 사례로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1. 교수나 교사가 학생들의 수준을 파악하지 못하고 수업을 진행하거나 문제를 내는 경우
2. 영화평론가들이 대중의 취향을 예측하지 못하는 현상
3. 상사만 알고 있는 고급 정보가 부하직원에게 전파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진행된 프로젝트
위 사례만 봐도 말하고 쓰는 사람은 본인이 가지고 있는 지식이나 정보가 듣고 읽는 사람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될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전달자의 머릿속에 있는 지식은 절대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에겐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특히 직장에선 '네가 못 알아들은 거야'라며 받아들이는 사람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인신공격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줘' 라 하고 싶지만 쉽지는 않다. 이것이 바로 전형적인 '소통의 부재'인데,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정보와 지식이 소통을 가로막으며 저주로 치환되는 것이다.
누구에게는 당연한 지식, 누구에게는 막연한 지식
다음카카오의 김범수 의장은 지식의 저주 예찬론자로 잘 알려져 있는데, 그는 우리가 돌입한 모바일 시대에는 인터넷 웹 시대의 고정된 성공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고 했다. 웹의 전형적인 성공 방식을 버렸기 때문에 카카오톡의 성공으로 이어졌다 얘기하면서, "어떤 것을 알게 되면 그 전 상태로 돌아가기 어렵다"며 선입견은 소통의 실패를 넘어 시장에서의 생존까지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내 말을 왜 이해 못해?" 또는 "이해할 수 있게 자세히 말씀해주세요" 등의 대화는 정보를 전달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정보 그 자체의 문제로 치환된다. 현실을 제대로 반영시키지 못한 정보는 분명하지 못하고 복잡하다. 빈틈이 많으며, 의심의 여지를 남기고 건조하며 스토리가 없다.
Simplicity (단순성)
Unexpectedness (의외성)
Concreteness (구체성)
Credibility (신뢰성)
Emotion (감성)
Story (스토리)
도서 <스틱!>에서는 말이나 글에 포함된 내용을 상대방에게 확실히 전달하려면 위 여섯 가지 원칙이 필수적이라고 한다. 다시 말하자면 지식이나 정보는 간단하고, 창의적이고, 구체적이며, 믿을 수 있고, 감성적인 스토리로 만들어야 제대로 전달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한다면 저주를 푸는 6가지 주문의 앞 이니셜처럼 지식의 저주에서 탈출을 성공 (SUCCES) 할 수 있지 않을 까?
[관련 포스트]
#1. 대화가 안 통하는 그들과의 대화
#2. 너는 꼰대다
#3. 썩은사과
#4. 타인을 조종하는 기술
#5. 지식의 저주 (현재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