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4. 서울 토박이의 대도시 입성기

Day13 ; 광주

by 현정

여행을 하는 동안 처음 마주하는 광경이었다. 광주 종합버스터미널에 내려 터미널 건물 안으로 들어왔는데 눈 앞에 영풍문고가 있었다. 광주는 대도시였다.


가는 도시들마다 혹시 큰 서점이 있는지 애타게 찾아 헤맨 기억이 많았던 터라 터미널 안에 떡하니 대형서점이 자리 잡고 있는 광역시라는 존재가 굉장히 커 보였다. 영풍문고의 간판을 보자마자 나도 모르게 터져 나온 감탄과 함께 열심히 사진을 찍어댔다. 대형서점 처음 보는 사람인 마냥. 그리고 그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며 이런 코멘트를 달았다. “대도시다 대도시!! 책 사야지!!!”




배낭여행을 시작하면서 큰 도시들은 웬만하면 들리지 않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특히 광역시를 여행할 생각은 절대 없었다. 굳이 서울과 다를 바 없을 큰 도시들에 여행을 가야 하나 싶은 생각 때문이었다.


경상도에 머물렀을 때까지만 해도 어느 정도 성공적이었다. 서울과 느낌이 비슷한 큰 도시들 말고 시골스러운 지역에서 보낸 시간이 압도적으로 많았었다. 그런데 전라도에 입성하고 나니 교통편이 큰 걸림돌이었다. 원하는 지역으로 이동하려고 하니 광주나 전주, 익산 같은 큰 도시를 거치지 않고서는 갈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이번 광주행도 교통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결정된 일이었다.




등 떠밀려 도착하다시피 한 광주에서 처음 마주한 광경이 반갑게도 영풍문고라니. 그리고 그 광경에 놀라 사진을 찍어대는 서울 토박이라니. 인스타그램에 올린 게시글에 이런 댓글이 달렸다. “작가님 여행이 man vs wild 같아요. 야생을 헤치다가 문명화 도시를 발견하신 것 같은 ㅋㅋㅋ” 딱 공감되는 댓글이었다. 그날 나는 문명화된 도시를 처음 발견한 베어 그릴스였다.


광역시는 절대 들리지 않겠다던 다짐은 정말 쓸데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10여 일간의 여행 기간 동안 나는 이미 시골 청년이 되어있었다. 회색 빌딩들보다 색색의 단풍이 더 익숙할 만큼. 그런 내 눈 앞에 나타난 광주는 일단 입성만 한다면 무엇이든 이루어질 것 같은, 서울이었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2주라는 짧은 여행 동안 서울 토박이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대도시에 입성한 베어 그릴스만 남아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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