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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서 Jun 21. 2024

시 <네 운명을 사랑하라>, <로스트 인 블루>

나의 시 2편

네 운명을 사랑하라


경건한 분위기                                                                                                

수염을 무릎까지 기른 대예언자


한 세기어치 예언

번쩍이는 황금빛 글자들


아아 수습 예언자분들

여기까지 오신 걸 축하합니다


우리 손에 세계가 달렸으니

미래를 고정할 때에는 늘 고심하시고


아아 수습 예언자분들

이제 앞으로 나와 예언자의 깃펜을


상기된 숨소리

떠다니는 황금빛 입자들


미래를 책임질

미래의 엘리트 정예 인재들


나는 연습한 미소를 걸고

단상에 올라가서


두손으로 깃펜을 쥐어

예언을 푹 찌른다



로스트 인 블루


비행기 타기 전에 무인도 생존 만화를 공부했어

추락하면 즉사일 텐데

추락하면 즉사

그런데도 나는 바닷물 증류하는 법을 외우고

독버섯 사진을 뜯어봤어 그런 애였어


추락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

중학생 때였나

내 인생이 웨스 앤더슨 영화 같아서

그러니까 좌우 대칭이 적확하고

동양인 여자애는 주인공이 아니어서


구명조끼 끌어안고 둥둥 떠다니다

아무도 없는 해변에서 눈을 뜨는 거야

고민은 오로지 당장의 하루

고향은 아주 멀고

나는 마침내 나


로스트 인 블루를 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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