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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biya Sep 30. 2023

[2] 누군가의 뜨거운, 여름 (1)

우리의 제철

(2) 상수의 여름 (현재) -1

상수 식당에 여름이 찾아왔다. 상수 식당에 거의 매일 같은 시간에 찾아오는 단골손님도 생겼고, 그 손님을 위해서라도 상수는 이미 지나간 봄은 제쳐두고 여름 제철 음식을 연구해 새로운 메뉴를 준비하고 있다. 홍대가 봄에 오디션을 본 영화는 촬영에 돌입했고, 홍대의 꽃가게는 여는 날보다 닫힌 날들이 많았다. 가끔 꽃집 문을 연 홍대는 상수가 찾아갈 때마다 눈과 손으로는 꽃을 보고, 다듬고 있었지만 입으로는 대사를 외우느라 정신이 없어보였다. 꽃이 사람이라면 연기에게 질투를 할 정도로 홍대는 연기를 미치도록 사랑하고 있었다. 순댓국 수저 홍대는 어머니 몰래 영화에 계속 도전을 했고, 홍대의 어머니는 누아르 영화를 잘 보지 않아 홍대가 들킨 적은 없었다. 물론 홍대 얼굴이 나온 적은 한 번 도 없어 상수도 영화관에서 볼 땐 모르지만 OTT로 다시 나온 영화를 볼 때 0.25배속으로 해서 봐야 이게 홍대의 등짝이구나 하고 알았다.     

“나 물 한잔 좀 줘! 얼음 가득해서!”

봄이 그립다면 앨리스의 옷을 보면 될 만큼 자잘한 꽃무늬 원피스와 작은 나비들이 자잘하게 박혀있는 흰색 스타킹을 신은 멋쟁이의 등장. 상수 주방에 놓여있는 초당 옥수수 색깔로 구두를 만들면 저 색이다 싶은 샛노란 구두까지. 멋쟁이 할, 아니 누나 앨리스가 식당 오픈 직전, 한창 바쁠 때 찾아왔다. 성이 날 때로 난체로.      

“오늘 예쁘게 입고 와놓고 왜 심통이셔?”

상수가 물에 얼음을 한 두 개 넣어서 앨리스에게 전달한다.

“제임스랑 최여사랑 놀고 있는데 신경질 나게 해서 집에 왔어.”

“최여사? 아 그 앞 건물 사장님? 세사람이 만났는데 신경질이 났다면 질투심밖에 없을텐데?“

“제임스가 한식을 좋아해서 같이 한식당에 갔지. 최여사한테 제임스 소개시켜줄 겸 해서. 최여사가 깻잎을 못 떼고 있으니까 제임스가 도와주잖아.” 

“우리 누나 질투했구나?”

“저보다 최여사가 젓가락질은 더 잘 할텐데 저가 뭐라고 도와줘. 도와주는 건 원래 잘하는 사람이 못하는 사람 도와주는거지. 못하는 사람이 뭘 도와줘?”

“못하는 사람이 도와줄 순 있지.” 

“내가 그래도 어? 어? 어? 떡하니 어? 여친이 보고 있는데!”

앨리스는 본인을 ‘여친’으로 지칭하기 민망한지 브레이크를 여러번 밟은 후 호통을 친다. 옥수수 손질하고 있던 상수가 깜짝 놀라 어깨를 들썩인다.

“내가 제임 쓰도 아닌데 왜 나한테 화를 내요? 제임스한테 화내야지!”    

“아 몰라! 괜히 한식 먹었어! 최여사가 느끼한 음식은 싫다그래서 그걸로 먹었더니 이 사달이 났네”

“파스타나 피자 먹었어도 화나는 일이 있을수 있죠”

“아이씨 아임 앵그리만 하다 왔네. 아이씨, 씨부럴 말도 안 통하고.”

“왜 앵그리인지는 말 안 하고?”

“깻잎 가리키면서, 앵그리 이랬는데 알아들었겠지 뭐.”

“그게 뭐예요! 제임스 지금 어리둥절이겠는데?”

“아, 됐어! 그놈 이야기는 그만하고, 이번달 메뉴는 뭐여?”

“초당 옥수수요. 점심에 팔던 거 남은 거 있는데 드시고 갈래요? “

“옥수수 알보니 제임스 누런 이 생각나서 입맛 떨어졌어. 나 갈래!”     

앨리스이자 최수련 여사인 건물주인이 얼음물 잔을 테이블 위에 쾅하고,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니까 와그작와그작 씹어먹어 버려야지”

상수가 손질된 옥수수를 삶으려 자리를 옮기며 수련에게 말한다.

그때, 수련의 휴대폰이 울리고, 신경질 적으로 전화기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는 수련이다.

“재임스? 받아요! 풀건 풀어야지”

수련이 한숨을 쉬고, “후, 전화로는 말이 진짜 안통하는데..”하더니 전화를 받는다.

”응, 제임스 아임 앵그리! 유 돈 노우 와이? 아직도 몰라? 깻잎 있잖아! 찹스틱으로! 아이씨부럴“ 

아마 억울한 제임스가 전화기 너머로 이야기를 하고 있겠지, 생각하며 상수는 나머지 주방 일을 하며 오픈 준비를 한다.     

홀에서 2개 국어, 아니 바디랭귀지까지 3개국어를 하면서 사랑싸움을 하는 앨리스, 최수련 여사를 보고 있자니 20대든 60대든 외국인이든 한국인이든 세대 막론, 세계 막론 깻잎 반찬은 사랑 앞에 너무 유해한 반찬인 것 같다. 상수 식당은 세명이서 올 리 없으니 깻잎 반찬 안전지대라고 할 수 있나 싶다. 

“오케이, 알겠어. 뭐? 네가 와! 유가 컴컴해야지. 나보고 오라마라야.”

앨리스가 제임스를 기선제압에 성공한 듯 상수에게 손을 흔들고 제임스를 만나러 가는듯 식당을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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