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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영민 Feb 19. 2023

2023년 스위스 여행경비

프랑스, 이탈리아와 비교해 본 스위스 체감 물가

 사춘기 아이 둘, 친정 고모와 여행을 한 지 26일이 되었다. 프랑스, 스위스에서 일주일씩 보낸 후 이탈리아에 와서 지내보니 물가 차이가 여실히 느껴진다.


 브런치 글을 찾아와 주신 분들의 검색어를 살펴보니 ‘스위스 여행 비용’, ‘유럽 여행 비용’이 꾸준히 등장한다. 최근 코로나19 상황이 마스크를 벗는 국면을 맞으면서, 미뤄뒀던 유럽 여행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분들이 많아졌나 보다. 아직 여행이 끝나지 않았지만, 2023년 1~2월 여행 중 체감하고 있는 물가를 공유해 보려고 한다.


 프랑스 다음으로 스위스를 방문한 터라, 스위스 외식 물가는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않았다. 현지 여행 가이드 여러 명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최근 몇 년 사이 프랑스 외식 물가가 상당히 올랐다고 한다. 그에 비해 스위스 물가의 상승폭은 크지 않았다고도 한다.


 프랑스에서 제대로 된 식당에서 스테이크, 생선 등 본 요리를 시키면 메뉴 하나에 적어도 20~30유로(28,000~42,000원), 미술관 내부 식당에서 파스타나 리조토를 시키면 15~20유로(21,000~28,000원)를 지불해야 했다. 물론 전채요리, 후식이나 음료는 별도다.


 스위스에서도 외식 물가는 비슷했다. 융프라우 지역의 호텔 식당에서 시킨 치즈 폰뒤는 1인당 28프랑(39,000원), 알레취 빙하 매점에서 비교적 간소한 요리인 굴라쉬 수프는 20프랑(28,000원), 로이커바트 온천 매점에서 시킨 샐러드는 11프랑(15,000원)이었다.


(좌) 리기산 매점의 한국어 메뉴판. 대부분 10프랑대. 중) 인터라켄의 3인분 화덕피자는 28프랑. (우) 알레취 스키장 식당의 햄버거와 감자튀김 세트는 18프랑.


 교통비는 비교가 어렵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3구와 10구 경계에 위치한 숙소에서 시내 중심의 관광지로 나가거나 숙소로 돌아올 때에만 우버를 이용했다. 도로 교통량이나 이동거리에 따라 다르겠지만 하루에 4명이 30~40유로(42,000~56,000원)를 지불했고, 낮 동안 꽤 많이 걸어 다녔다.


 반면, 스위스에서는 머무는 모든 기간에 스위스 패스를 이용하여 대중교통을 마음껏 이용했다. 성인 1인 기준 매일 약 13만 원을 지불하고 기차, 버스, 유람선을 무제한 이용했고, 교통수단 간 연결이 잘 되어 있다 보니 걷는 거리도 짧았다. 한 번에 큰돈을 지불했지만 편히 이동하다 보니, 스위스와 프랑스의 교통비 차이가 실제 금액만큼 크게 와닿지 않았다.


 스위스 패스를 이용하면 융프라우 전망대, 알레취 빙하, 고르너그라트 전망대를 오를 때 탑승하는 각종 교통수단 할인도 받을 수 있다. 심지어 리기산을 오를 때 드는 교통비는 스위스 패스 소지 시 무료다.


열차 창 밖의 스위스 풍경이 한 폭의 그림 같다. (우) 리기산을 오를 때는 산악열차를 이용했다.
리기산에서 루체른으로 나오는 길에는 곤돌라와 유람선을 탔다. 스위스 패스 소지자는 모두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프랑스 북부 해안(몽생미셀), 파리 근교(베르사유 궁전)를 방문할 때 1인당 15~20만 원을 지불하고 버스나 벤을 타고 이동하는 가이드 투어를 했었는데, 스위스에서는 이런 비용 대신 교통비가 지출된 셈이다. 성인 1인이 스위스 패스로 할인을 받는 경우, 고르너그라트 산악열차는 44프랑(62,000원), 융프라우 산악열차/곤돌라 무제한 1일 이용권은 170프랑(24만 원), 알레취 빙하 리프트/곤돌라 무제한 1일 이용권은 28프랑(39,000원)이었다.


융프라우, 알레취 빙하를 오를 때 곤돌라에서 본 풍경.


 지금은 이탈리아에서 10일쯤 지내고 있는데, 전보다 지출이 줄어든 것을 실감한다. 식료품을 구입하는 비용은 프랑스, 스위스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시내에 관광지가 집약되어 있다 보니 교통비가 크게 들지 않는다.


 고급식당에서 식사를 한다면 큰돈을 지불해야 하는 건 어디서나 마찬가지이지만 외식비도 줄었다. 이탈리아에서 피자, 파스타는 통상 10~15유로(14,000~21,000원) 선이고, 커피도 2유로(3천 원) 안팎으로 스위스보다 1잔에 1,500원 이상 더 저렴하다. 무엇보다 젤라토 3덩어리 한 컵이 3~4유로로, 스위스의 절반 가격이다. 다만, 이탈리아 카페나 레스토랑에서는 1인당 2~3유로의 자리값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가격은 달랐지만 각기 다른 매력으로.우리의 미각을 만족시켰던 딸기 젤라또. (좌) 스위스 인터라켄에서 9프랑(13,000원),(우)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4유로(5,600원).


 여행 중 지출만 생각한다면 이탈리아에 오래 머무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출이 가장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스위스에서의 경험에 만족하고, 벌써부터 스위스 5~6월 여행을 꿈꾼다.


 알레취 빙하를 올랐을 때 구름 위에서 펼쳐진 장관에 심장이 쿵쾅거렸고, 리기산 정상에서 세찬 바람에 몸을 가누기 어려웠을 때 다시 한번 자연에 압도되었다. 스위스에서는 공공화장실이나 거리가 깨끗했고 대중교통도 쾌적해서, 몸과 마음 모두 편안하게 여행했다.


 스위스 기차역에 내려서도 경사로나 엘리베이터로 역 외부 지상으로 이동할 수 있어서 4명이 캐리어 6개를 끌기에도 부담이 없었다. 이런 편리함을 누릴 때는 미처 깨닫지 못하다가, 밀라노, 베니스로 넘어가며 계단과 도로 요철이라는 장애물을 맞닥뜨리고서야 알게 되었다.


(좌) 리기산 정상 기차역, (우) 알레취 리더알프(Riederalp)가는 길에 본 풍경


 돈의 액수로만 여행 경비를 가늠하는 것이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걸, 이번 여행에서 새삼 느끼고 있다. 여행하는 사람이 어떤 목표로, 어떤 방식의 여행을 하느냐에 따라 필요한 비용은 달라질 것이다. 이 글을 읽은 분들도 각자가 원하는 여행에 필요한 경비를 가늠해 보시고, 실제로 만족스러운 여행을 하시기를 기원한다.


* 표제부 사진 : 알레취 빙하지역의 베트머 호른 인근 전망대. 알프스 여러 지역에서 겨울철 스키와 스노우 보드를 즐기는 사람들을 만났다. 체르마트 정상 부근 스키장은 경사가 완만해 보여서 초급자인 나도 도전해 보고픈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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