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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여자 Feb 27. 2021

결혼을 하면 마땅히 엄마가 되는 줄 알았다.

아이를 꼭 가져야 할까 : 아내의 이야기

올해로 나의 나이 서른둘.

아이를 가지기에 너무 빠르지도 너무 늦지도 않은 적당한 나이가 되었다. 나는 결혼을 하면 마땅히 아이를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 생각이 바뀐 건 아이러니하게도 결혼을 하고 나서다. 미혼일 때는 아이를 가지면 좋은 점 만이 눈에 들어왔다면, 결혼을 하고나서부터 아이를 가지면 안 좋아지는 점에 대해 더 생각하게 된다. '아이를 낳고 회사는 얼마나 쉬어야 할지', '복직하고 능력 없는 고인 물 선배가 되어버리는 건 아닌지', '과연 회사를 다니며 아이를 잘 보살필 수 있을지'... 고민을 시작하면 끝이 없다. 그만큼 아이를 가지는 일에 한 발 더 가까워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고민을 더 어렵게 만드는 까닭은 나의 생물학적 노화가 쉼 없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혼이 늦어지며 아이를 갖는 여성들의 나이가 많이 늦어졌다고 하지만 아이와 산모의 안녕을 위해서 나에겐 앞으로 길어야 3년 정도의 시간이 남아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 바로 아이를 갖는다고 해도, 적어도 아이가 20살까지는 경제적 지원을 아낌없이 해주고픈 나의 욕심을 채우려면, 50이 훌쩍 넘어서도 좋든 실든 돈을 버는 일을 계속해야 한다. 고민을 길게 한다고 더 좋은 해결책이 만들어질 리 없다. 오히려 빠른 결심이 최선의 해결책이라 믿는다.





잘 키울 수 있을까?

나는 임신과 출산에 대한 두려움과 거부감은 거의 없는 편이다. 주변 지인들과 얘기하다 보면 출산의 과정이 너무 고통스러울 것 같아 임신을 망설이는 여성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걸 느낀다. 인터넷 상에 떠도는 <출산 리얼 후기>와 같은 글을 읽으면 이 과정이 쉽지 않음에 대해서는 공감하나, ‘까짓 껏 닥치면 어떻게든 되겠지.’하고 생각해버린다. 아마 신체적 고통에 대한 역치가 다른 사람보다 높아서 그런 것은 아닐까 한다.


내가 진심으로 두려운 건 바로 출산 이후의 과정이다. 내 1인분의 몫도 이제야 겨우 해내는 내가, 과연 한 아이의 인생을 책임질 수 있을까. 퇴근 후엔 소파에 축 늘어져 넷플릭스로 미드 몇 편을 보다가 잠에 드는 내가, 아이를 먹이고 씻기고 재우는 일을 과연 매일같이 해 낼 수 있을까. 엄마가 된다는 것은 얼마만큼의 책임감이 필요한 일일까. 새삼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이 경이롭게 느껴진다.





행복은 나눌수록 커지니까요.

작년에 결혼한 친구의 남편은 아이를 되도록 빨리 가지고 싶어 한다고 한다. 친구가 이유를 물으니 남편이 한 대답이 "행복은 나눌수록 커지니까..."라고 한다. 둘이여도 충분히 행복하지만 아이가 생기고 가족이 커지면 그 행복을 나눌 수 있어서 더 풍요로운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친구의 얘기를 듣고 아이를 가져야 하는 어떤 이유보다 멋진 이유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가짐으로써 잃게 되는 부분에 대해서만 생각했던 내가 부끄럽기도 했다.


남편과 나는 우리 부부에게 올해까지 고민할 시간을 주자고 결정했다. 내가 느끼기가 그는 무척이나 아이를 가지고 싶어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좀처럼 그는 그의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다. 아무래도 그의 말이 내게 부담이 되진 않을까 걱정하는 마음인듯하다. 아직 해보고 싶은 것도 많고 욕심도 많은 내가 아이 때문에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을 나보다 더 걱정하는 것 같다. 우리 부부는 올해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까. 우리 부부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함께 고민한 시간은 우리가 더욱 단단해지는 값진 경험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안녕하세요, 그여자입니다. ‘그남자’로 활동하는 남편과 연애와 결혼, 부부생활을 주제로 매주 글을 씁니다. 이 글을 읽는 아내들이 행복했으면 합니다. 남편의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링크를 확인해주세요.


- 그남자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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