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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남자 Feb 27. 2021

나는 아직 아빠가 될 준비가 되지 않았다.

아이를 꼭 가져야 할까? : 남편의 이야기


어릴 적부터 아기를 좋아했다. 내가 초등학생일 때 늦둥이를 보신 동네 아주머니께서 집에 자주 놀러 오셔서 아이를 자주 볼 수 있었다. 고등학생 때는 어머니께서 낮 시간 동안 동네 아이를 돌봐주시기도 하셔서 아기와 같이 놀 수 있는 시간도 많았다. 수업을 마치고 집에 오면 아기부터 찾았던 것 같다. 아기가 자고 있으면 그렇게 서운했고 기다리다 울음소리가 들리면 얼른 가서 안아줬다. 뜨끈뜨끈하게 부은 아기의 볼에 볼을 갖다 대면 내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느낌이었고, 방긋 웃는 눈을 볼 때 마음속 동굴 얼음들이 녹는 기분이 들었다.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을 물으면 매번 바뀌긴 했지만 종종 '아기'라고도 대답했던 것 같다.


결혼 전만 하더라도 내가 생각하는 미래에는 딸, 아들이 한 명씩 있었고 한 번도 아이 갖는 것이 무섭다고 생각한 적 없었다. 어릴 적 크게 떼를 쓰거나 사고 친 경험이 없어,  나 같은 아이만 낳으면 참 좋겠다는 매우 주관적인 생각을 했다.(분명 부모님 입장에서는 굉장히 우여곡절이 많으셨고 잘 길러주셨기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미래의 내 아이가 바른 가치관과 자신의 생각을 갖고 살 수 있도록 대화도 많이 하고 도서관에 같이 가서 공부하는 모습도 보여줘야지 하며 꽤 구체적인 상상도 했었다.


뜨끈뜨끈하게 부은 아기의 볼에 볼을 갖다 대면 내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느낌이었고, 방긋 웃는 눈을 볼 때 마음속 동굴 얼음들이 녹는 기분이 들었다.




결혼 2년 차, 현재의 나는 아이를 갖는 것이 조금 두렵다. 아이를 낳는 순간 우리 가족의 삶의 색깔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고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될 것이다. 출생률 감소에 동참하는 기분이 들고, 지금 하고 있는 이 고민들이 미래에 생길 수 있는 아이한테 죄스럽고 미안하다. 하지만 우리의 마음가짐이 철저히 준비되어야 아이도 행복하고 우리가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과연 왜 아이 낳는 것을 두렵다고 생각할까?


① 먼저 우리 부부가 현재 겨우 맞춘 균형이 깨어질까 두렵다. 1년간 누구보다 치열하게 싸우고 겨우 얻은 전장품이다. 아이가 생기면 우리에게 상상도 못 하는 기쁨을 주겠지만, 그만큼 또 한 번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산통을 겪어야 한다. 우리는 맞벌이 부부에 양가 부모님과의 거리가 멀다 보니 급한 순간 도움을 받기 어렵다. 서로 예민한 상태에서 아이에게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우리에게 큰 마찰이 생길 것이다. 또다시 균형을 맞춰야 하는데 그 과정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일까? 걱정이 앞선다.   


② 과연 우리가 잘 키울 수 있을지 걱정이다. 막상 아이가 생긴다면, 우리는 삶의 중심을 아이로 놓고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 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하지만 아이는 하나의 인격체로 부모가 마음대로 컨트롤할 수 도 없고, 해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아이의 삶에 부모의 욕심이라는 이물질이 들어가서는 안된다. 아이가 가지고 있는 기질을 잘 이해하고, 그 기질을 최대한 잘 발휘하여 아이가 행복할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움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만약 주변에 다른 아이들은 학원을 몇 개나 다니고 선행학습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아이에게 억지로 공부를 강요하지 않을까? 반대로 아이가 하고 싶은 것이 많은데 경제적으로 받쳐줄 상황이 되지 않으면 얼마나 마음이 힘들까?

 

③ 마지막으로 우리 부부가 이루고 싶은 꿈을 포기하게 될까 아쉽다. 특히 나는 어릴 적부터 나이가 들 때까지 공부나 일에 방해가 될까 봐 무언가 하고 싶은 것들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다. 그저 꿈이라고 생각했고 오랫동안 버킷 리스트에 한 자리를 차지하는 그저 낡은 바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내의 도움으로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아졌고 그로 인해 삶이 풍요로워졌다. 아무리 회사 일이 힘들어도 퇴근하고 공부를 하고 새로운 무언가를 한다는 게 가슴이 뛰고 너무 행복하다. 하지만 최근 회사일로 야근이 잦다 보니 퇴근 후 삶의 비중이 줄고 겨우 겨우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는데, 아이가 생기면 과연 이 꿈들을 다시 하늘로 날려 보내야 하지 않을까 아쉬운 마음이다.




물론 강 건너의 삶에 더 큰 꽃나무와 넓은 들판이 펼쳐져 있을 수 있고 더 따뜻하고 풍요로운 파스텔톤으로 우리 캔버스를 채울 수도 있다. 생각해보면 우리 집에서 놀던 아기가 집으로 돌아갈 때 얼마나 아쉬웠던가. 이 아름다운 생명체가 나와 눈을 맞추고, 나한테 안겨서 잠을 자고, 나를 향해 아장아장 걸어오는 모습을 상상해보니 가슴이 뭉클해진다. 앞니 4개가 나서 하얀 토끼처럼 웃을 때 얼마나 귀여울까. 나를 처음 아빠라고 불렀을 때 느낌은 아이가 새콤달콤한 과일을 처음 맛볼 때의 느낌처럼 얼마나 새로울까.(그래도 정성껏 뱃속에서 품고 길러준 엄마를 먼저 불러주길 간절히 바란다.) 또 자신의 몸보다 더 큰 가방을 메고 어린이집 앞에서 손을 흔드는 모습을 상상하니 눈물이 날 것만 같다. 친구들이랑 잘 지내고 밥도 잘 먹고 해야 할 텐데 벌써 걱정이다. 글자 쓰기, 횡단보도 건너기, 자전거 타기, 그림 그리기 등 가르쳐주고 싶은 일들이 빼곡하게 떠오르고, 이 작은 생명체가 이 모든 것을 우리와 처음 한다고 생각하니 신기하다


나와 아내를 가장 닮은 한 아이를 만나고 그 아이가 우리 인생에 들어오는 것은 아직 넘겨보지 않은 책장이다. 우리 부부가 아이를 가지지 않는다면, 평생 그 챕터의 이야기들은 가슴 깊이 공감하지 않은 채 평생을 살게 될 것이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우리 부모님들의 삶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이해하고 감사해하는 마음의 농도도 아이가 있는 자식들보다 낮을 것이다. 나 스스로에 대한 반성과 어른의 역할에 대한 생각도 부족할 것 같고 불완전한 어른이 될 수 도 있다. 그리고 인간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고귀하고 큰 일을 외면하고 살아가는 것일 수 있다.




아이를 낳는 것이 좋을까, 그냥 이대로가 좋을까


아내와 출산, 육아에 대해 많은 대화를 하고, 아이를 낳을지 말지 올해 안에 꼭 결정하려 한다. 그리고 그에 따르는 어떤 힘든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후회하지 않고 그 삶에 충실하게 살 것이다. 사람은 하루에도 수많은 선택을 하며 산다. 그 한순간 한 순간의 선택은 너무 중요하지만, 너무 고민되는 선택은 사실 고민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양쪽 모두 장단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저 우리 부부는 우리의 선택을 믿고 계속해서 우리의 삶에서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마지막으로 인생 선배 부부들께 많은 조언을 구하고자 합니다.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이다 보니 생각이 짧고 모르는 부분들이 많은데 고견 주시면 저희 부부와 구독자분들께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부부생활에 대한 생각을 쓰고 있는 '그남자'입니다. '그여자'로 활동하는 아내와 같은 주제로 1주일에 하나씩 각자의 생각을 펜으로 옮겨 쓰고 있습니다. 독자분들께서 더 나은 결혼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남녀의 다른 생각을 비교해 읽으시면서 남편과 아내분들께 공감되었으면 합니다.

'그여자'의 브런치 : https://brunch.co.kr/@iamthewoman/4#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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