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레 겁먹고 걱정을 사서 하는 나는 항상 계획하는 단계가 너무 길고, 덕분에 시작도 너무 늦다.'
어떤 일을 목표함에 있어서 '계획을 세운다'는 건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그렇게 세운 계획이 앞으로 목표에 다가감에 있어서 중심축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그 중심축을 세우는 시간이 굉장히 길다.
그건 바로 '그렇게 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들 때문이다.
주변에선 나에게 이런 말을 자주 하곤 한다.
"넌 시작만 하면 잘하는데, 그 시작하기까지 시간이 너무 길어.'
아마 이것 또한 나의 예민한 기질 때문일까?
나는 내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면 선뜻 움직여지지가 않는다.
내가 나를 움직이게 하기 위해선 나 자신을 설득해야지만 움직여진다.
'이렇게 되면 어떡하지? 아, 이건 이렇게 대응하면 되겠구나.'
'목표한 바를 위한 과정 중에 이런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면 될까? 아, 이건 이렇게 하면 해결이 가능하겠구나.'
사실 내가 만들어 둔 많은 경우의 수가 막상 실전에 대입해 보면 쓸모가 없거나, 생각해 놓은 계획 중 쓰이는 건 몇 가지 없는 경우도 꽤 있지만, 그럼에도 나는 시작 전 꼭 나만의 루틴을 꼭 따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의 이런 모습은 굉장한 스트레스였다.
'왜 나는 시작이 항상 늦는 걸까? 왜 난 이모양이지?'
그리고 주변에서 들려오는 다그침 역시 내 마음을 급박하게 몰아붙였다.
그러다가 몇 년 전, 강의 듣던 게 생각이 났다.
사실 그 강의가 전부 다 기억에 남으면 좋았겠지만, 내 기억에 남는 건 단 한 문장이었다.
'예민함은 기질입니다. 사람의 기질은 바뀌지 않습니다.'
'예민함'은 기질이라, 절대 바뀌지 않는다는 강사의 말이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이 기질을 바꾸기 위해 또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이래저래 생각이 많던 나는 이제 그만 포기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아, 그럼 나는 평생 이렇게 살아야겠구나...'
이런 나로 평생을 지내야 한다니 갑갑하기도 했지만, 결국 내 자신을 설득하게 된다.
'평생 이런 나로 지내야 한다면, 나 자신을 이해하고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를 알아야겠다.'
나는 아직도 '시작'에 도달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그래도 예전처럼 계획단계에서 스스로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일은 지양하려 한다.
'나'라는 사람은, 결국 '계획'이 꼭 필요한 사람이니까.
그렇다면 '계획'단계를 들러낼 순 없으니, 최대한 짧게라도 가져보자.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짧게 가져보자.
나는 이제 나 자신과의 씨름을 그만두기로 했다.
그러나 그걸 '포기'라고 부르고 싶진 않다.
나는 '타협'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으니까.
'시작'으로 가기까지 얼마의 시간이 필요할까?
'계획'보다는 '실전'에서 부딪혀보고 해결방법을 찾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