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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줌마 Jul 24. 2020

나름 士字 집안

아빠는 계획이 다 있었어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들 한다. 요즘의 교육정책을 보면 딱히 맞지는 않지만 그건 계획을 입안하는 현세대들의 잘못임이 분명하다. 그런 백년지대계를 계획하여 실행하고 결과까지 우수한 사례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우리 친정 아빠의 교육계획이다.  

  

아빠는 그야말로 촌부이시다. 시골에서 남들 다 있는 그 흔한 땅덩이 하나 없이, 경제력마저 근근한 살림에 자식 넷을 다 대학교육까지 시키신 분이다. 그것도 자식들이 당신들의 삶보다 사회에서 인정받는 직업을 갖기를 바라셔서 딸은 선생, 아들은 의사라고 정해놓으셨다. 그래서 우리 4남매는 크면서 저절로 선생이, 의사가 되는 줄 알고 자랐다.   

 

아빠는 늘 신문을 정독하고 라디오를 통해 세상의 변화를 감지하셨다. 그렇게 변화된 사회를 공부하고 미래의 시대에서 자식들이 우뚝 서기를 바라시며 당신의 희생을 마다하지 않으셨다. 

부모라면 마땅히 그래야 하는 법은 없다. 그 당시 우리 동네 사람들은 그런 우리 아빠를 대단하다 하면서도 시샘 어린 비웃음도 있었다. 대부분의 내 친구들은 중학교를 졸업하면 고등학교 학력을 인정해주는 공장인 산업체 학교라는 곳으로 가던 시절이었고 그나마 조금 나은 집은 동네의 상업계 고등학교를 갔는데 우리 아빠는 딸들을 인문계가 있는 옆 동네로 고등학교를 보내셨다.    


아빠의 글씨체는 힘이 있고 한자를 많이 쓰셨다. 학창시절에 받아오는 통지표의 학부모란은 요즘 엄마들도 잘 쓰지 않는데 아빠는 존경하는 선생님으로 시작하는 코멘트를 다셨고 게다가 멋진 글씨체의 한자를 섞어 쓰셨으니 가끔 선생님들로부터 질문을 받았다.

“너그 아버지 뭐하시노”

그렇게 아빠는 자식의 교육에 관심이 많으셨다.  

  

요즘 아이들에게 공부를 하라고 할 때에는 적절한 보상체계가 있어야 아이들의 성취욕구를 끌어낼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 4남매는 그런 것이 필요 없었다. 다만 부모님이 좋아하는 모습, 자식이 자랑이 되어 어깨가 펴지는 우리 부모님의 마음을 알기에 누구 하나 그 흔한 농땡이 치지 않고 공부를 했던 것 같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없는 살림에 자식 넷의 등록금이 만만치가 않았기에 우리 4남매는 장학금을 받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였다. 그래서 우리 4남매는 중학교 때부터 대학까지 장학생을 놓치지 않았다. 

다행히 그렇게 우리 4남매는 의사가, 선생이 되었다.  .

  

딸 셋 선생, 아들 하나 의사.

거기에 화룡정점 우리 아빠는 이발사

그래서 우리는 나름 士字 집안이 되었다.

알파벳처럼 한자도 소문자가 있다면 겸손한 소문자 士字집안 정도지만 자식인 우리에겐 부모님이, 부모님께는 우리 4남매가 서로 서로 자랑이 되고 기쁨이 되어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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