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돌보는 시간

2020.11.5.목

by 김제숙

어제에 이어 오늘도 검진을 위해 병원에 갔다. 2시 예약이었지만 조금 일찍 갔다. 별다른 증상이 있어서 간 건 아니었지만 긴장된 마음을 애써 누른다. 이런 마음을 다독이듯 병원 대기실이 깨끗하고 차분하다. 벽이 마음에 들어서 두어 장 사진을 찍었다.

6개월 뒤에 오라고 했는데 그 사이 3년이 지났단다. 다행히 별다른 소견은 없고 이제 해마다 검진을 받으란다.



그동안 늘 내 몸은 뒷전이었다. 아이 둘 키워내느라, 다섯 살 어른이랑 살아내느라 폭풍 같은 삶을 살았다. 어느 모임에서 누군가가 다시 젊은 시절로 돌아가면 뭐 하고 싶냐고 물었다. 나는 단번에 아아,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아. 지금이 좋아, 라고 말했다. 그때 다른 이들도 지금이 좋다고 그랬던 것 같다.


내가 나가서 벌어야 사는 삶도 아니고, 뒷바라지가 끝나지 않는 아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삼시세끼를 놓칠까노심초사하고 있지만 아직 현역에 있는 남편도 있으니 그럭저럭 괜찮게 늙어가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어제오늘 병원순례를 했으니 느리고 - 이게 잘 안된다 - 고요하게 묵은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을 일이다.



저녁 무렵 운전을 하고 집으로 오다보니 모처럼 사람 사는 것 같아 반갑다. 버스 정류소에 비록 마스크로 무장을 하긴 했지만 아이들이 모여있는 모습이 좋았다. 삼삼오오 하교하는 모습들... 당연한 일상을 반가움으로 맞이하는 세상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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