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서정화 05화

피아니시모

by 지구 사는 까만별





푸르르던 마을은

까맣게 하얗게 타버려

피아노만 남았다


피아노는

시간 위에서

오래도록 두 손을 기다려왔고


떨리는 두 손은

오래도록

빨간 피를 두르고도

까맣고 하얗기만 한 소리들을

서럽게 그려왔었다


갈라진 사람들이

다른 시간에

두 손을 건반 위에서 향유하였기에


까맣고 하얗기만 한 피아노에서

평화로운 시절의 색깔들이

비밀처럼 아름답게 흘러나오다.










P.s

영화 '피아니스트'를 최근에 다시 보다가, 주인공이 독일 군인 앞에서 피아노 연주하는 모습에 영감 받아 이 시를 썼습니다.

선율을 통해 전쟁 중에도 인간의 존엄성을 전하는 음악의 위대함을 보고나니, 피아노 줄처럼 팽팽하게 당겨진 마음을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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