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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마다 좋은 ㅎㅏ루 Nov 30. 2018

빨간 구슬의 포트 와인으로 시작한 산토리 맥주의 역사

일본 맥주의 역사 (5) - 산토리 맥주




오사카에 본사를 둔 산토리는 일본에서 위스키, 맥주 및 청양 음료를 제조하고 판매하는 기업이다. 산토리는 1900년대 초부터 위스키를 생산하여 명성을 떨쳤고, 1980년 대 이후 청량음료 분야에서 일정한 지위를 구축하고 있다. 산토리는 위스키의 역사에 비해 맥주의 역사는 늦다. 일본에서 점유율이 가장 낮고 오키나와의 지역 맥주인 오리온 맥주가 1959년에 생산됐던 것에 비해 산토리는 1963년이 되어서야 맥주를 생산했다. 뒤늦은 시장 진출에 산토리 회장은 '익숙한 것에 안주하면 회사가 기운다. 그래서 맥주 시장에 다시 진출한다'라고 역설했다. 그리고 산토리는 모두가 드라이 맥주를 생산할 때 묵묵히 맥아 100%의 올 몰트 비어를 생산했다. 결국 2003년에 발매된 더 프리미엄 몰츠로 일본 최초의 맥주 회사인 삿포로 맥주를 누르고 업계 3위를 차지하였다. 이 글은 일본에서 존경 받는 기업 산토리의 맥주 역사를 따라가 보기 위해 작성하였다.  




산토리 맥주의 역사


1899년, 일본의 사업가인 '신지로 토리이'가 오사카시에 포도주의 제조 판매를 목적으로 한 '토리이 상점'을 설립한다. 이때 토리이의 나이는 겨우 20세였다. 처음에는 스페인산 포도주를 수입하여 판매했지만 일본인의 입에는 맞지 않았다고 한다. 1906년 일본인의 입에 맞는 '빨간 구슬 포트 와인'을 생산하여 국내 시장 60% 정도를 차지할 만큼 성장하게 된다. 당시 누드 사진을 합성한 광고 포스터가 대단히 인상적이다.

1922년 빨간 구슬 포트 와인 포스터
빨간 구슬 포트 와인


1928년, 가나가와 현에 있는 일본과 영국의 합작 양조자인 캐스케이드 맥주를 인수해 '신 캐스케이드 맥주'를 생산하여 판매하였다. 저가 경쟁을 펼쳤지만 기존 대기업의 압박과 견제로 맥주 사업에서 철수한다. 1934년의 일이다


1929년, 처음으로 위스키를 생산하고 제품명을 '산토리(Suntory)'라고 명명한다. 산토리란 이름은 'Sun'과 'Tory'를 조합한 단어이다. Sun은 토리이 상점에서 판매한 포도주의 이름인 '빨간 구슬 포트 와인'의 빨간 구슬이 태양과 닮았다 하여 사용하였고, Tory는 창업자인 토리이 씨의 토리를 의미한다.


1963년, 산토리 맥주를 제조하여 맥주 사업에 다시 진출하고 회사명도 아예 '산토리 주식회사'로 변경한다. 산토리 회장은 맥주 산업에 다시 진출한 경위에 대해 '양주가 노력하지 않아도 팔리는 것에 익숙해지면 회사가 곧 기운다. 그래서 맥주에 다시 진출했다'라고 말했다.

1963년에 생산된 산토리 맥주


1967년, 생맥주의 정의를 놓고 아사히 맥주와 논쟁이 벌어진다. 산토리는 열처리를 하지 않고 효모를 제거한 생맥주를 발매했고, 아사히는 열처리를 하지 않고 효모가 살아 있는 생맥주를 발매했다. 열처리를 하지 않는 맥주는 모두 생맥주라는 산토리의 주장과 효모를 제거한 맥주는 생맥주가 아니다는 아사히의 논쟁으로 효모의 유무를 놓고 다퉜다. 결국 산토리의 주장이 인정되는 형태로 종결된다.  


1980년, 드라이 맥주 전쟁의 한복판에서 맥아 100%의 맥주 '몰츠'를 발매하고 회사의 주력 맥주가 된다. 산토리가 처음 생산한 맥주는 덴마크 칼스버그를 모델로 한 크림 타입의 거품과 상쾌한 목 넘김이 특징인맥주였는데 브랜드 이미지는 별로 좋지 않았던 것 같다. 이런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 원료부터 재검토하여 옥수수, 쌀 등의 부원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맥아 100%만 사용한 맥주를 만들었다.  

산토리의 몰츠, 2005년에 판매된 라벨이다.


2003년, '더 프리미엄 몰츠'를 발매한다. 1989년에 한정품으로 만든 '몰츠 슈퍼 프리미엄'을 리뉴얼하여 만든 제품이다. 맥아 100%와 체코산 사츠 홉, 유럽산 아로마 홉을 사용하여 만들었다. 2005년 몽드 셀렉션에서 최고 금상을 수상한 이후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다. 2012년에 다이아몬드 맥아를 새롭게 추가하여 전면 리뉴얼한 제품이 지금까지 이르고 있다.

몽두 셀렉션 트로피


2008년, 더 프리미엄 몰츠의 히트로 인해 맥주 시장에 진입하고 처음으로 출하량 기준 업계 점유율 3위를 확보한다. 2009년에 맥주 사업으로 첫 흑자로 돌아섰다고 발표한다. 2010년에 맥주 사업이 2년 연속 흑자를 확보했다고 발표한다.

2007년, 2008년 상반기 일본 맥주 점유율


2014년, 산토리 주류에서 맥주 관련 부서만을 분사해 '산토리 맥주 주식회사'로 이전한다.


2016년, 산토리 맥주는 출하량 기준 시장 점유율이 16.6%로 일본 내 3위를 유지하고 있다. 2018년 현재 산토리 맥주는 도쿄, 교토, 군마현, 구마모토현 4개의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다.

2016년 일본 맥주 시장 점유율


몰트란 무엇인가?

산토리는 80년대 몰츠라는 맥주와 2000년대 더 프리미엄 몰츠라는 맥주가 주력 상품이다. 둘 다 올 몰트 비어라고 한다. 그런데 몰트가 무엇일까? 맥주를 즐겨 마시는 사람들 중에서도 은근히 맥아, 보리, 몰트를 헷갈리는 분들이 많다. 맥아(보리 맥 麥 싹 아 芽)는 쉽게 말해 싹튼 보리를 말한다. 몰트는 맥아를 부르는 말이다. 순수한 보리는 당분이 없기 때문에 술을 만들 수 없다. 반면에 와인은 당분이 풍부한 포도로 만든다. 순수한 보리에 싹을 틔우면 보리 내부의 효소가 발아를 돕기 위해 전분을 당분으로 변화시킨다. 원하는 상태까지 발아시킨 후 건조를 해서 진행을 멈추게 한다. 발아 후 성장이 멈춘 보리인 맥아에 홉을 넣어 끓이고, 알맞은 온도에서 발효시키면 맥주가 된다. 맥주를 만드는 데 보리를 많이 사용하는 이유는 쌀이나 밀 같은 다른 곡물에 비해 전분에서 당분으로 변화시키는 효소가 풍부하게 들어 있기 때문이다. 보리 이외에도 밀이나 호밀, 귀리, 옥수수 등으로도 맥주를 만들 수 있는데 이 곡물들만 사용한다기 보단 맥아를 일정량 섞어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더 프리미엄 몰츠

'더 프리미엄 몰츠'는 산토리에서 발매한 맥아 100%의 필스너 스타일 프리미엄 맥주이다. 산토리는 이 맥주로 삿포로를 제치고 처음으로 업계 3위가 되었다. 1980년 몰츠라는 맥주를 시작으로 100% 맥아 맥주를 만들기 시작한 산토리는 1989년에 몰트 슈퍼 프리미엄을 만들더니 2003년에 더 프리미엄 몰츠를 발매하고, 2012년에 전면 리뉴얼하여 지금까지 이르고 있다. 맥주로는 일본 최초로 2005년에 몽드 셀렉션에서 최고 금상을 수상하고, 2007년까지 3년 연속 최고 금상을 수상하였다. 삿포로의 '에비스 맥주'를 중심으로 한 프리미엄 맥주 시장에 파문을 던진다. 하지만 몽드 셀렉션이 참가비를 내고 출품한다는 점, 전체 출품작 중 44%가 금상(88%가 동상)을 수상할 만큼 상을 남발한 다는 점, 아시아에서 80%가량 수상한다는 점으로 보아 상의 권위는 매우 떨어진다. 산토리는 이 점을 마케팅에 사용하여 성과를 거뒀다. 더 프리미엄 몰츠는 체코의 사츠(Sazz) 홉을 사용한다. 사츠 홉은 필스너의 원조인 '필스너 우르켈'에서 사용하는 홉으로 유명하다. 국내에는 처음 수입되었을 때 330ml 한 병에 2만 원에 판매되었다고 한다. 정식으로 수입된 초기에는 에비스 맥주와 마찬가지로 프리미엄 전략을 썼으나 현재는 500ml 4캔에 만원 행사를 하고 있다. 산토리 맥주는 현재 OB 맥주가 수입하고 있다.

 



산토리는 일본에서 문화, 음악, 미술, 체육, 환경보호 등 사회공헌에 앞장서고 있다. 산토리는 문화적인 활동으로 사회에 보답한다는 취지로 1961년에 산토리 미술관을 개관하고, 사람들의 생활을 즐겁게 한다는 취지로 1986년에 산토리 홀을 개관했다. 심지어 주류회사인데도 절주 캠페인을 하고 있다. 이전의 맥주 회사를 조사하면서 극우 발언이니 전범 기업이니 불편한 점이 있었는데, 산토리 맥주는 그런 부정적인 이미지가 별로 나타나지 않았다. 산토리 맥주는 비록 역사는 짧지만, 기업의 문화가 그대로 녹여져 있고 맥주에 대한 철저한 철학으로 탄생해서 맛이 좋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를 알고 나니 맥주의 맛도 다르게 느껴지나 보다.




사진 출처 : 산토리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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