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여권에 담길 여행의 흔적들
지난 5월, 홋카이도 동부를 여행한 모든 일정은 이미 과거형이었지만 스마트폰에 기록한 흔적 덕분에 무사히 글쓰기로 이어질 수 있었다. 여행 준비를 하면서 미쳐 챙기기 못한 것이 바로 키보드였다는 것을 홋카이도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확인했기에 여행 글쓰기를 포기할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설령 글쓰기로 이어지지 않는다 할지라도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
기억은 유한하지만 기록은 무한하다는 말처럼 여행에 대한 기억과 감흥은 시간이 지날수록 희미해갔지만 여행 중 틈틈이 기록한 메모 덕분에 흐릿해진 기억과 감흥을 또렷하게 되살릴 수 있었고 기록을 토대로 당시 찍은 사진을 보며 어떤 기억은 시간이 지났어도 오히려 더 생생히 떠오를 수도 있다는 말을 체험할 수 있었다.
이번 홋카이도 여행을 정리하면서 기록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끼며 어떻게 하면 여행의 기록을 잘 기록하고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고프로와 같은 영상기기를 이용해서 영상 콘텐츠로 남기는 방법도 있겠지만 영상 콘텐츠보다는 글쓰기로 표현하는 것이 나와 더 어울리고 나의 정체성을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 여행에 대한 글쓰기를 별로도 배워볼까 하는 욕심이 들기도 했다.
여행 전문 블로거들이 전하는 정보성 글쓰기보다는 내가 여행한 장소에서 나만이 느낀 감정과 경험을 어떻게 글쓰기로 잘 표현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면서 여행의 기록에 더욱 집착하게 되었다. 여행 후 남는 것은 사진뿐이란 말보다는 그 사진에 살과 피를 더해 더욱 생생한 추억으로 남기고 싶은 나의 욕심이 이번 홋카이도 여행기가 탄생하도록 만들어 주었다.
하나라도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음성 녹음을 할 때도 있지만 가장 좋은 기록은 아날로그든 디지털이든 눈에 보기는 기록이 제일 좋을 것이다. 계속 봐야 정드는 것처럼 자세히 보아야 깊게 알고 이해할 수 있다고 믿는다. 지금까지 몇 편의 여행기를 썼지만 이번 여행기처럼 오랜 시간이 걸려 작성한 여행 기록은 없었다.
처음에는 여행지에서 밤늦도록 가급적이면 여행 당일에 쓰려고 노력했지만 점점 노하우가 쌓여 그다음 날에 글쓰기를 해도 기억할 정도였다. 그러나 이번 여행은 기록으로 남기는 글쓰기를 하려 노력하기보다는 여행 그 자체에 집중하려는 노력을 했다. 가급적이면 일찍 잠자리에 들어 새벽에 일어나 매일의 시작을 기다리고 준비했다.
이미 여행은 끝났고 비록 늦었지만 여행기도 잘 마무리하면서 홋카이도 여행에 대한 회상을 하면서 다음 여행을 준비한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달랑 여권과 비행 티켓만 들고 해외로 떠난 적은 없지만 해외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여권이라고 생각한다. 혹시 불가피한 사고로 모든 것을 분실한다 해도 여권만 있으면 다행일 것이다.
지금까지 녹색 여권을 사용했는데 이는 10년 전 신혼여행을 준비하며 급하게 만들었던 여권이다. 전역 후 단수여권에 대한 아쉬움으로 10년 복수여권을 만들었지만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채 갱신하며 만든 여권은 여행을 사랑하는 아내 덕분에 지난 10년 동안 홋카이도와 오키나와를 비롯해 유럽, 괌, 뉴질랜드 등 대한민국을 벗어나 더 넓은 세상을 볼 수 있었다.
외근 업무를 보면서 인근 구청에 들러 이제 유효기간이 임박한 녹색 표지의 여권 대신 파란색 표지의 새로운 전자여권으로 갱신하면서 새로운 여행을 준비한다. 물론 대부분 홋카이도 여행의 흔적이 여권 속에 담기겠지만 아직 가보지 못한 홋카이도 북부의 왓카나이를 직접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아직 가지 않은 길, 아직 보지 못한 정경 앞에서 나는 새로운 여행의 꿈을 꾸며 그날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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