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베쓰강을 달리며 아사히카와라는 도시를 배운다
홋카이도를 여행할 때마다 의식적으로 의무적으로 하는 루틴이 있는데 바로 온천욕이다. 아침, 저녁으로 하루 두 번씩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하루 세 번 온천욕을 한 적이 있을 정도로 홋카이도 여행의 필수 코스이다. 어제도 징기즈칸 다이코쿠아 고쵸메점에서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와 온천욕을 하고 잠들어서인지 알람이 울리기 전에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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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홋카이도 여행 마지막 날은 눈이 내렸다. 아침 일정 상 달리기를 하는 것이 조금 무리일 것 같아 자기 전부터 달리기를 하지 않을 것이라 마음먹었지만 새벽에 일어나 창밖을 보니 눈을 맞으며 달리는 열정의 러너를 본 순간, 내가 너무 게으르고 나약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아사히카와에 다시 온다면 꼭 새벽 달리기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바로 오늘이 지난 여행의 결심을 실행하는 날이다. 아직 어둠이 짙게 깔린 아사히카와 역을 향해 걸으며 웜업을 했고 치베쓰강 앞에 있는 스타벅스 매장에서 달리기를 시작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아사히카와'라는 도시의 이름은 강에서 유래했다. 아이누어로 ‘Chup-pets’(태양의 강)라고 불렸으며, 이를 일본어로 번역한 것이 현재의 지명인 아사히카와, 아침해가 비치는 강이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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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행 때 도키와 공원 주변을 달리며 보았던 강은 홋카이도에서 가장 긴 강인 이시카리강이었다. 이 강의 발원지는 바로 대설산(다이세쓰 산) 국립공원의 기타미산이다. 정확한 위치는 알 수 없지만, 대설산 로프웨이와 소운쿄 계곡을 지나다 한 번쯤 보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작년에는 이시카리강 주변을 달리며 이 강이 아사히카와시를 남북으로 가로지른다는 사실까지만 알 수 있었다.
강의 도시답게, 아사히카와 동부를 흐르는 치베쓰강은 강가를 따라 벚꽃과 단풍 명소가 많아 사계절 내내 산책과 달리기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 항상 해가 진 뒤에 도착해 아침 해가 떠오를 무렵 도시를 떠났기에, 작년과 올해 달리기를 하며 아사히카와를 한 바퀴 돌아보지 않았다면 이런 기본적인 사실조차 모른 채 여행을 마쳤을 것이다. 달리기를 통해 도시의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음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사실 내가 하는 여행의 대부분은 ‘런트립’이다. 물론 달리기 자체를 목적으로 여행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행지를 더 깊고 가깝게 느끼고 싶은 마음에 숙소 주변을 달리기 시작했다. 그곳에 사는 사람의 시선으로 거리를 바라보고 싶어, 여행할 때마다 새벽 달리기를 하며 ‘동네 한 바퀴’를 완주한다. 이방인의 발걸음이 아니라, 그곳에 뿌리내린 주민의 마음으로 도시를 느끼고 싶은 욕심 때문이다.
한참을 달려 이시카리강을 마주하고 다시 숙소를 향해 갔면서 다시 한번 아사히카와의 매력에 빠졌다. 벚꽃이 만개했을 때 휘날리는 꽃잎을 맞으며 달리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다시 이 도시를 여행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여행의 마지막 날은 늘 분주하기에 귀국을 위해 서둘러 온천욕을 하고 떠날 채비를 했다. 달린 후 성난 근육을 진정시키는 온천욕만큼 기분을 좋게 하는 것은 없을 것이다.
아사히카와를 떠날 때 항상 비에이에 들려 청의 호수와 흰수염폭포를 보던 습관 때문인지 나도 모르게 구글맵의 안내가 아닌 본능적인 방향으로 향했지만 이내 우리의 목적지는 비에이가 아닌 신치토세 공항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차선을 바꿔 구글맵의 안내를 따랐다. 공항까지는 약 2시간 정도 소요되기에 아사히카와시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이시카리 강처럼 홋카이도를 남북으로 가로질러 공항으로 갔다.
초행길에다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았던 길을 약 1,000km 이상 운전했지만 아무런 사고 없이 렌터카를 반납하고 공항으로 가는 셔틀버스에 탑승할 때면 이상하리만치 긴장감에서 해방되는 희열을 느낀다. 이제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 일상의 의무를 수행해야 할 것이다. 직장인으로 아빠로, 남편으로 나에게 주어진 일을 하며 다음 여행을 준비하는 기분을 만끽해야 한다.
여행의 마지막은 늘 아쉬움이 남는다. 이런 아쉬움이 싫어 여행의 순간을 저주할 때도 있지만 여행의 본질은 떠남이 아닌 돌아옴에 있다고 믿기에 돌아오는 순간의 감정과 생각에 집중하고 싶다. 나는 무엇을 보고 어떤 것을 느끼고 경험했는지를 떠올리며 다시 이곳에 왔을 때 이 경험과 감정 그리고 감흥이 나를 얼마나 성숙한 여행자로 만들어주는지를 확인하고 싶다. 이래서 여행을 떠나고 돌아옴을 반복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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