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수영장에 갔다.
스트레스로 인한 폭식. 먹고 잠만 자기를 몇 개월. 부쩍 늘어난 체중으로 수영복은 예전보다 많이 타이트해졌고, 수영복 사이로 삐져나오는 살들은 나를 초라해지게 만들었다. 그래도 물속에 숨어있으면 부끄러움은 덜했다. 타이트해진 수영복으로 가만히 있어도 숨쉬기는 어려웠다.
오랜만의 수영이라 강도는 낮추고 거리를 조금 늘려서 할 생각이었다. 워밍업으로 물의 감각을 느껴보고 몸을 따듯하게 만든 후,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한다. 한 바퀴, 두 바퀴, 세 바퀴 거리는 점점 늘어났고, 팔은 힘이 빠져 더 이상 펴지지도 물을 강하게 잡아당길 수도 없어졌다. 한 바퀴 돌고 심호흡 다섯 번 하고 출발, 두 바퀴 돌고 심호흡 크게 다섯 번 하고 출발, 세 바퀴 돌고 심호흡 다섯 번 하고 출발... 4, 3, 2, 1 이렇게 피라미드방식으로 수영을 했다.
점점 차오르는 숨.
수영을 하는 중에 호흡을 가슴속 깊이 한가득 넣을까? 반만 넣을까? 이렇게 저렇게 해보았다. 오랜만에 숨차게 하는 수영이라 폐활량이 줄어있었다. 고통이었다. 고통 속에 살아있음을 느꼈다. 숨이 차고 깊게 숨을 마셔도 공기가 기도를 타고 폐까지 도달하는 게 버거웠다. 수영복도 조여왔고, 물의 압력에 기도와 폐도 쪼그라든 느낌이었다.
물을 잡기 위해 손목을 고정하니 전완근은 점점 돌덩이처럼 변해가고, 호흡할 때 버티는 팔도 묵직해졌다. 몸이 가벼울 땐 이런 느낌을 받아본 적이 없었지만, 몸이 무거워지니 발목에도 무리가 가기 시작했다. 점점 코어에도 힘이 풀리니 내가 미역같이 느껴졌다. 내 몸은 흐물흐물, 물은 ‘묵직함’ 그 자체였다.
마음 챙김은 불교의 수행법에서 유래했다. 불교 경전에 쓰인 팔리어로 삼빠잔나인데, ’명확한 이해‘라는 뜻이다. 명확하게 보면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된다. 왜곡된 시선으로 흐릿해진 렌즈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게 되기 때문에 명확하게 보기가 어려워진다.
마음 챙김은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것이고, 호의와 호기심을 갖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샤우나 샤피로 <마음 챙김>
마음 챙김을 꾸준히 하면 뇌를 좋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게 된다고 한다. 나를 명확히 이해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으로 수영을 선택했다. 내 몸에,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며 몸의 반응에 주의를 기울였다. 호흡하는 것부터 손끝부터 발끝까지의 감각 하나하나에 집중하며 오늘의 마음 챙김을 실천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