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가장한 사기
2012년 사이언티픽 아메리칸(Scientific American, SA)은 전염병처럼 번지는 자폐증에 대한 반론을 게재한 바 있다. "정말 자폐증이라는 전염병이 돌고 있는가?(Is There Really an Autism Epidemic?)"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미국 아동 166명당 1명이 자폐증으로 고통받고 있는데, 수십 년 동안 2,500명당 1명 꼴에 지나지 않던 자폐증이 1993년에서 2003년 사이에 무려 657%나 증가했다는 통계를 언급하고 있다. 자폐증의 원인은 아직 오리무중이지만 쌍둥이를 통한 연구에서 유전이 큰 영향을 주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빠르게 증가하는 유병률은 유전으로 설명이 부족하기 때문에 환경적인 요소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항생제, 바이러스, 앨러지와 같은 요인은 물론이고 약한 자폐증 증상이 있는 남녀가 만날 확률이 증가했다는 주장과 코넬 대학에서 연구한 최신 결과에 따르면 영유아의 과도한 TV 시청 등도 거론되고 있지만 세부적인 연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아 의혹으로만 남아 있는 상태다. MMR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지만 그 가설을 후속 연구에서 계속 기각되었고 최초 논문마저 철회된 상태다. 그리고 유럽과 일본에서 MMR 백신 접종률이 정체되거나 줄어들었음에도 자폐증은 계속 늘고 있다. 네덜란드는 티메로살 함유 백신 접종을 중단했지만 역시 자폐증은 증가하고 있다. 도대체 원인은 무엇일까?
SA에서 제기한 유력한 원인은 바로 진단 방식의 변화다. 바로 2005년 위스콘신 대학의 모턴 앤 게른스바흐(Morton Ann Gernsbacher)와 힐 골드스미스(H. Hill Goldsmith), 몬트리올 대학의 미셀 도슨(Michelle Dawson)이 제기한 자폐증 진단 기준이 느슨해져서 약한 자폐증상이 있는 개인도 자폐증으로 진단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1980년판 DSM-III에서는 자폐증 진단을 위한 6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했다. 1994년판 DSM-IV에서는 16개 기준 중에 8개를 충족하기만 하면 된다. DSM-III에서는 2가지 진단만 자폐증으로 분류했지만 DSM-IV에서는 고기능 자폐증으로 간주되는 아스퍼거 증후군을 포함한 5가지 진단이 자폐증으로 분류된다. 여기에다 1991년 의회에서 승인된 장애인 교육법(Individuals with Disabilities Education Act, IDEA)에서 각 학교는 장애아를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되었으며, 임상적이 아닌 행정적으로 진단이 내려져 자폐증이 급증한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전체 인구를 기반으로 한 조사에서는 자폐증 장애인의 비율이 일정한 것으로 나왔다. 그럼 자폐증이 전염병이라는 주장은 허구란 말인가?
또한 제초제와 자폐증의 연관성이 단순히 원하는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차트에 기반한 허구라는 주장도 있다. 제초제 라운드업의 주성분인 글리포세이트(Glyphosate)를 사용한 옥수와 콩의 증가와 자폐증 진단이 절묘한 상관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다음 차트에서 자폐증과 유기농 식품 판매가 거의 완전히 정비례하는 상관관계를 보여주면서 조작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잘못된 정보로 대중을 오도하는 사례라는 설명도 곁들여 있다. 또한 피어리뷰(peer-review)를 통한 재현 가능한 연구가 없다면 어떤 자폐증 유발 원인이라는 주장도 신빙성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과학자들은 여러 분야에서 바로 진정하고 입증 가능한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100% 인정한다. 하지만 라운드업이 자폐증을 일으킬 수 있다는 논문이 나와 있는 가운데, 잘못 예로 든 그래프를 가지고 전체를 아니라고 하는 것도 무리수인 것만은 틀림없다.
자폐증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도 진단 기준의 완화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도 다시 한 번 살펴보자. 사실상 DSM-V는 너무 느슨해진 자폐증 진단을 강화하기 위해 2012년에 제안된 새로운 기준이다. 이전까지는 자폐증, 아스퍼거 증후군, 전반적 발달장애(PDD-NOS)를 별도로 진단했지만 V에서는 하나로 합쳐 자폐스펙트럼장애(ASD)란 이름으로 통합하고 그에 따른 진단기준도 강화했다. 이 새로운 기준은 2013년 5월부터 적용되었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2014년 질병통제센터(CDC)는 자폐증 유병률을 68명당 1명으로 발표했다. 진단 기준을 강화했음에도 유병률은 더 증가한 것이다!
과학 논문을 작성할 때 가끔 볼 수 있는 문장이 바로 이해관계에 대한 저자의 해명을 담은 부분이다. 영어로는 COI(Conflict of Interest)라고 불리는 것인데, 연구를 수행함에 있어 결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지원을 받았는지 여부를 밝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 논문의 저자는 업계로부터 어떤 자금 지원이나 혜택을 받지 않았다"라고 기술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앞서 '벌들이 사라진다'에 나온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이해관계가 얽힌 경우 논문의 순수성과 결론을 의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유사과학(pseudoscience)이 악명을 떨친 사례는 담배의 유해성과 관련된 논쟁을 들 수 있다. 과학적 사기 혹은 과학적 부정행위는 의도적으로 연구를 조작하거나 개인적인 업적이나 경력을 위해서 혹은 상업적인 마케팅이나 규제 회피를 위해 허위 사실을 제시하는 것을 말한다. 정치적인 이유로 과학을 억누를 사례는 부시 행정부 2기에서 종종 일어났다. 특히 담배와 제약 산업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유사과학을 많이 이용했다. 심지어 담배회사들은 허위 과학저널을 출간하여 흡연이 유발하는 암에 대한 경고에 반박하는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1]
과학자들은 담배산업계를 위해 흡연이 건강에 위험이 될 수 있다는 반박에 대응하는 완벽한 홍보용 대변인들이었다. 과학자들은 보다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한 것에 책임을 돌릴 수도 있겠지만 여전히 논란이 있었음을 암시하고 있다. 게다가 담배산업계가 과학적인 연구를 지원한 것은 흡연의 위험을 심각하게 제기한 반박을 긍정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방편이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담배회사의 내부문건은 그 회사들이 어떻게 연구기관을 설립하고 지원하여 담배와 건강에 대한 대중의 논쟁에 교묘한 혼란을 제기했으며 흡연이 질병을 일으키는지에 대한 진실을 밝히는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음을 보여주고 있다.[2]
이 대목에서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것은 만성적인 질병이 늘어나고 비싼 약을 계속 복용해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상황이 과연 누구에게 가장 이익을 가져다줄 것인가 하는 점이다. 병주고 약준다는 말이 있듯이 원인과 결과를 모두 알고 있는 국가를 초월한 다국적 제약회사가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거대 제약회사의 부도덕성을 보여주는 사례를 실제로 찾을 수 있다. 2012년 7월 2일, 영국을 본사로 하는 글락소스미스클라인(GlaxoSmithKline, GSK)은 자사의 약품에 대한 부정한 홍보를 유죄로 인정하고 미국 정부에 30억 달러의 벌금을 납부하기로 합의했다. 이대로 결정된다면, 2009년 화이자(Pfizer)가 부적절한 마케팅으로 납부한 23억 달러를 능가하여 사상 최대의 벌금이 된다. GSK는 2010년에도 제조 품질 문제로 7억 5,000만 달러의 벌금을 납부하기도 했다. 청소년기의 환자가 복용할 경우 자살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증거가 나오고 있음에도 공격적이며 오도할 가능성이 있는 마케팅을 벌인 것이 법정에 선 이유다. GSK는 우울증을 완화시키는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로서 파로세틴(paroxetine)을 18세 이하 환장에게 적응증 외 처방(off-label)할 것을 권장했다. 이 뿐만이 아니라 양극성 장애 치료제 부프로피온(bupropion)의 처방도 장려했다. 당뇨병 치료제인 로시글리타존(rosiglitazone)의 안전성 자료가 식품의약청(FDA)에 제때 전달되지 않고 변경됨에 따라 처방을 받은 환장의 심장질환 합병증 위험을 증가시켰다. 또한 미국 건강보험인 메디케어(Medicare)를 상대로 부정행위도 저질렀다. 이런 행위는 불법일 뿐만 아니라 부도덕한 것이다. 안타까운 사실은 GSK사건에 관련된 의사들이 모두 불법 리베이트와 성대한 환대에 넘어갔다는 것이다. 수십억 달러의 벌금도 세후 이익으로 납부할 수 있을 정도로 부정행위를 막기에는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GSK의 자만은 하늘을 찔러, 벌금형을 선고받는 당일에 영국 정부를 상대로 제약산업에 50억 달러를 재투자해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런 거대 제약회사들은 자신들이 봉사해야 할 사회의 기준에서 크게 벗어나고 있는 것이다.[3]
1. http://www.chem1.com/acad/sci/pseudosci.html
2. http://cebp.aacrjournals.org/content/16/6/1070.full
3. http://www.thelancet.com/journals/lancet/article/PIIS0140-6736(12)61110-6/fullt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