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시
새들이 멀리 날기 시작했다
수도꼭지는 왼쪽으로 머리를 틀었고
서랍장은 꽉 닫히지 않는다
잔열이 나면서 피부가 너덜거리더니
살들이 일어난다
부어오른 편도를 안고
빙그르르 돌아가는 검은 방석 의자에 앉아서
길면 일주일 짧으면 칠일이라는 처방을 받았다
열에 휩싸여 뒤척이는 밤
백혈구와 이름 모를 바이러스를 신뢰하게 되었다
다들 열심히 산다
양념반 후라이드반
사람반 선물세트반 지하철에서
저마다 들고 있는 선물세트를 구경한다
선물의 크기는 정승집 규모에 비례할까
빈 손인 이들의 넓은 어깨각과 여유로운 표정은
상여금 속 영의 개수만큼 늘어나 평온해진 걸까
그래서 그렇게
정승집 정승집 목을 매나
새들도 함께 명절 대이동을 떠나고
도시는 빈틈이 가득하다
바람은 깊고
하늘은 넓고
새는 자유형으로 날고 좀처럼 내려오지 않는다
문자로 부고가 도착했다
낯선 이름의 고인과 상주를 만난다
회사 직원망에 상주 이름 석자를 검색하고
언제 적 인지 모를 증명사진 속 상주 얼굴을 마주하고 고인을 상상한다
만난 적은 없지만 언젠가는 만날 수 있을까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여러 얼굴의 죽음 앞에 같은 인사로 작별을 하고
인터넷 뱅킹을 열어
삼 오 칠
고민하다 중간을 선택했다
새의 공기주머니에 다른 온도가 차면
길을 잘 아는 이와 공동체를 사랑하는 이와 현명한 이를 삼고초려한다는 소식을 듣고서
잘나진 못해도 함께 날고 싶다고
열심히, 최선을, 함께, 같이, 희생, 양보
이런 단어들을 써서 편지를 보냈다
남쪽나라로 떠난 걸까
수취인불명 도장이 찍혀 되돌아왔다
못난 자식처럼 집에 돌아온 다짐들에게
묻는이도 답하는이도 없다
이맘쯤엔 어김없는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