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시
넘어가는 해가
층층이 붉게 떨어지고 꾸덕꾸덕 어두워졌다
그저 아름답다고 말할 뻔했다
너는 노을을 혈흔이라 써도 되는 게 시라고
살 얼음 낀 소주를 따라주었다
잔을 부딪혔다
아- 쓰다
찬 물에 핏물이 빠지듯
단호한 어둠에 하늘의 혈흔이 빠진다
지나친 친절함이 때론 매력을 반감한다는
취기가 얹어진 조언
시차를 거스르는 이야기가 밀려오고
아무 말 대잔치 속에서도
언어를 담는다
언제일지 모르는 순간의 탄생을 위해
반복하여 소멸한 지구의 혈흔은
내가 아는 것과 닮았다
네가 모르는 혈흔의 반복과 고통을
설명하고 싶은 욕망에 잠겼다가
같은 생각의 눈동자와 마주쳤다
소주를 빈 잔에 따른다
찬 소주에 자신만의 혈흔이 빠진다
잔과 잔이 부딪힌다
맑은 소리가 난다
식도로 차가움을 넘긴다
아-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