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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은 스승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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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그대로 동행
May 23. 2022
'얼마든지'가 주는 위로
지난 어버이날 막내 아들 주성이가 선물로 양말, 컵, 편지를
줬다. 아이의 사랑이 기특해서 더워진 날씨에도 불구하고 부지런히 양말을 신고 다녔다.
매일 아이가 준 컵을 쓰는데 어쩌다 다른 컵을 쓰면 엄마에게 슬며시 와서 왜 자기가 준 컵을 쓰지 않느냐고 묻는다.
날이 더워져 양말을 벗고 다니면 또 와서는 왜 자기가 준 양말 안신느냐고 묻는다.
아이는 은근히 엄마가 자신의 선물을 사용하는지 늘 궁금해 한다.
나는 ‘아끼느라고 그래. 자꾸 써서 낡으면 아깝쟎아.’라고 아이의 마음을 안심시켜 줬다.
그러자 주성이는 안도의 표정을 짓더니 호기롭게 말한다.
‘괜챦아요, 엄마. 낡으면 내가 또 사줄게.
엄마가 원하면 얼마든지 더 사줄 수 있어.’
빤한 용돈에 어디서 이런 마음 씀씀이가 나올까?
아이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하는데 나는 마음으로 웃음이 나온다.
주성이의 그 말이 하루 종일 마음을 행복하게 한다.
얼마든지
참 따뜻하고 넉넉한 말이다.
적당한 거리를 둔 데면데면한 사이에서는 비교적 이 말이 쉽게 나온다.
왜냐하면 그 사람이 내게 ‘얼마든지’ 요구하거나, 허락하지 않을 것을 이미 알기 때문이다.
‘얼마든지 드세요. 전 괜챦아요.
'
’얼마든지 좋아요. 말씀해 주시면 그 때로 맞출께요.‘ 라고 인심 쓰듯이 말하곤 한다.
어차피 상대는 내가 의미하는 것을 지레 알고
그 이상의 선을 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가까운 사람에게는 쉽사리 쓰지 않는다.
왜냐하면 정말로 나의 가까운 상대가 받아 들인다면?
차마 그렇게 할 만한 내 마음의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아이들에게 더욱 그렇다.
나도 우리 아이들에게 이렇게 호기로운 말을 쓴다면 얼마나 좋을까?
‘실패해도 괜챦아. 엄마가 네 곁에서
얼마든지
함께 할거야.’
‘물건 또 잃어버렸어? 괜챦아.
얼마든지
사면 돼.’
‘공부가 힘들다고? 그럼, 오늘 하루
얼마든지
쉬어. 쉬어야 또 힘을 얻지.”
왜 나는 정작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그리 아끼고 살았을까?
아이들은 이 넉넉한 말을 하지 못하는 엄격한 엄마 밑에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얼 마 든 지‘ 불과 4음절의 말이지만 참 마음을 푸근하고 행복하게 한다.
아이의 실패나 실수 앞에서 늘 대노하고 잔소리를 하는 엄마임에도 자신은 저리 호기로운 말로 사랑을 표현하는 주성이가 고맙고 사랑스럽다.
나도 저렇게 따뜻한 말을 해주는 사람이 돼야지.
’얼마든지‘ 이 말을 꼭 넣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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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unch Book
나의 작은 스승들
06
이해해요, 그 한 마디의 힘
07
사람이 그럴 수도 있지요
08
'얼마든지'가 주는 위로
09
하나님 사랑의 통로
10
수십 억 사람 중, 단 한 명
나의 작은 스승들
그대로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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