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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텔라윤 Jul 17. 2024

내 안의 생명력을 살리기 위한 3년

건강 리셋 (2) 스스로 돌보는 삶, 스스로 치유하는 삶

(지난 화 요약)


퇴사 후 주체적 삶을 살기 위해 요리(마크로비오틱과 사찰음식)를 배웠다.

나의 삶을 살고자 하는데 마음만큼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건강공부를 시작했고 식단을 리셋했다.

엄격한 자연건강식(+비건)을 실천했다. 포도단식과 레몬관장, 간청소와 간헐적 단식도 실천했다.

그 결과 몸이 가뿐해지고 만성피로와 무기력증이 사라졌다. '만성 편두통'에서도 해방되었다.

하지만 어딘지 마음 한 구석에 또 다른 피로가 쌓이고 있었다. 생리주기도 들쑥날쑥했다.

'이게 지속가능한 방법일까? 무엇이 잘못된 걸까?'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무엇이 문제일까?


'너무 열심히 한 것'부터 문제였다. 우리는 무엇이든 늘 너무 '열심히' 한다. 나는 마치 건강을 '정복'하려는 듯 굴었다. 건강을 챙기는 일에서도 '완벽'을 추구했다.


몸과 마음이 따로 놀았다. 몸은 지금 여기에 있는데, 마음은 저만치 앞서 '신기루' 같은 '완벽한 건강'을 향해 있었다. 몸과 마음이 분리되면 걱정과 두려움이 생긴다. 우리는 몸과 마음이 지금 여기에 함께 있을 때 평안함을 느낀다. 몸과 마음이 분리되어 '평안하지 않은 상태'가 지속될 때 질병이 생긴다. 건강에 집착하는 동안 '마음 챙김'이 전혀 되지 않고 있었다. 마음 챙김은 몸과 마음이 함께 있는 상태가 아니던가.


다시 한번 '리셋' 버튼을 눌렀다. 몸의 '타고난 생명력'을 살리는 일에 집중하기로 했다. 우리 몸은 스스로를 치유하는 힘을 갖고 있다. 몸에 대한 통제력을 '내'가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몸은 알아서 자기 할 일을 하고 있다. 나의 지시 없이도 심장은 알아서 뛰고 위장은 알아서 소화시킨다. 우리가 몸의 타고난 생명력을 모르거나 믿어주지 않고 겉으로 드러난 증상만 해결하려 들 때,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


RESET. (출처 : Unsplash)



몸의 타고난 생명력을 살리는 방법


몸의 타고난 생명력을 살리는 데에는 특별한 비법은 필요 없다. 나의 개입 없이도, 오히려 이상한 '건강 비법'으로 방해하지 않는다면, 몸은 스스로 회복하는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내 몸과 마음에 대한 관심과 돌봄, 그리고 깊은 신뢰가 필요하다.


1) 몸을 따뜻하게 한다.

살아있는 생명은 '온기'를 가지고 있다. 몸은 따뜻해야 한다. 우리 몸의 장기와 혈액은 따뜻할 때 제 기능을 할 수 있다. 장기는 움직이며 각자의 역할을 하고, 혈액은 몸 구석구석을 돌며 필요한 곳에 닿는다.


몸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 내가 실천하는 방법은 '걷기, 찜질/족욕하기, 찬 것 먹지 않기'이다. 매일 1시간 이상 천천히 거닐듯 걷고, 배찜질을 자주 해준다. 때때로 족욕이나 온몸 찜질도 한다. (적극적으로 냉기를 빼던 시절에는 일주일에 한 번씩 온몸 찜질을 했다.) 찬 것, 특히 얼음이 들어간 음료는 먹지 않으려고 한다. 그 외에도 스트레스와 과식도 몸을 냉하게 하는 원인이 된다.


2) 우리에게 필요한 건 '노(오)력'보다 '쉼'이다.

우리는 '쉼'에 익숙하지 않다. 좀처럼 가만히 있지 못하고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린다. 몸도 마음도 늘 바쁘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쉬려고 잠시 누워있으면 그런 내가 게으르게 느껴졌다. 나의 삶을 살겠다고 퇴사를 한 후에도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빈틈없이 발을 굴렀다. 그렇게 쉬지 않고 살아온 날들이 지속되며 '긴장상태'가 기본옵션이 되었다.


지금은 피곤하면 그때그때 5분씩이라도 쉰다. 스스로에게 쉼을 허락한다. 쉼도 습관이다. 쉼에도 연습이 필요하다. 단 5분이라도 쉴 때는 죄책감 없이 온몸과 마음의 긴장을 내려놓고 완전히 이완한다. 나는 데일카네기의 '양말 이론'을 적극 수렴한다.


"자주 쉬라. 피곤해지기 전에 쉬라. 휴식은 날마다 필요하다. '낡고 쭈글쭈글한 양말'을 떠올려라!" by. 데일카네기 © 스텔라윤



3) 몸과 마음의 연결고리, 숨

우리는 왜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살만큼 바쁜 걸까? 숨은 몸과 마음을 연결해 준다. 몸과 마음이 분리됐을 때, '숨 한 번'으로 몸이 있는 지금 이곳으로 마음을 데려올 수 있다. 몸과 마음 어딘가에 불편함이 느껴질 때면 숨을 고르며 가만히 지켜본다. 숨을 알아차리고 제대로 숨 쉬는 것만으로도 긴장감을 풀고 평안함을 되찾을 수 있다. 숨쉬기의 원칙은 단 하나, 숨은 코로 쉰다.


4) 산책하듯 걷는다.

우리는 주로 앉아서 오랫동안 일하는 경우가 많다. 앉아서 머리를 굴리니 피가 위로 쏠린다. 생각이 많아질 때도 마찬가지이다. 처리되지 않은 생각이 쌓이면 걱정과 두려움이 된다. 가장 좋은 방법은 두 다리를 움직이며 걷는 것이다. 다이어트를 위한 것도 걸음 수를 채우기 위한 미션도 아니니, 나의 속도대로 코로 호흡하며 천천히 걸으면 된다.


나는 매일 걷는다. 아무 이유 없이 걷고, 글감이 떠오르지 않을 때 걷고, 몸이 찌뿌둥할 때 걷고, 의미 없는 걱정이 생겨날 때 걷고, 날씨가 좋아서 걷고, 기분전환 하려 걷고, 걷고 또 걷는다. 걷다 보면 온몸으로 혈액이 고루 퍼지고 적당히 땀이 나고 머리는 가벼워진다. 아이디어가 샘솟는다.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고 살 맛이 난다.


5) 마음 습관

무엇보다 중요한 건 '마음 습관'이다. 내가 아프면 엄마는 '그 체력으로 무슨 일을 제대로 하겠냐'며 비난하는 말을 하곤 했다. 그 마음 습관을 그대로 배워 몸이 아플 때마다 스스로를 다그쳤다. 나는 나에게 너무도 엄격했다. 늘 더 잘해야 한다고,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나를 밀어붙였다. 평생을 그렇게 살았다.


알고 보면 나는 타고난 허약체질도 아니었다. 어릴 때도 폐렴 한 번 걸린 것 말고는 크게 아파본 적이 없다. 친구들이 여름이면 흔하게 앓는 장염도 한 번 걸려본 적이 없다. 뼈도 튼튼해 어디 한 번 부러져본 적도 없다. 엄마와 아빠는 육상 선수와 기계체조 선수를 할 만큼 운동신경도 체력도 좋았고, 우리 삼 남매 모두 그 체질을 물려받았다. 몸은 건강하게 태어났지만, 마음을 다스리지 못해 몸에도 병이 생겼다.


특히 '나에게 관대하지 못한 마음 습관'이 병을 키웠다. 아픈 것은 잘못이 아니다. 아프면 쉬면 된다. 아픈 아이를 돌보듯 친절하게, 다정하게 나를 돌봐주어야 한다. 내 몸의 생명력을 믿고 푹 쉬다 보면, 저절로 낫는다.


쉬는 힘을 되살리자. (출처 : Unsplash)



그렇게 3년 후,


나는 그 어느 때보다 스스로가 건강하다고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툭하면 걸리고 좀처럼 낫지 않았던 감기와 이별했다. 물론 지금도 드물게 감기가 찾아온다. 하지만 몸을 따뜻하게 데우고, 쉬어주기만 하면 금세 낫는다. 생리도 지난 3년 내내 규칙적이다. 생리통도 없다. 난소혹이 사라지진 않았지만 감사하게도 3년 동안 아무런 통증 없이 잘 버텨주었고, 최근에 복강경으로 혹을 제거했다. 처음 생길 때부터 수술이 필요한 사이즈였고, 줄어들 가능성이 없어 보여서 더 이상의 망설임 없이 수술을 결정했다. 수술 후 회복도 빨라서 3-4일만에 온전한 일상으로 돌아왔다. 편두통의 빈도와 강도도 1/100로 줄었다. 이제는 두통약뿐만 아니라 그 어떤 약도 먹지 않게 되었다. '약은 절대 먹지 않을 거야.' 하는 고집은 아니다. 다만 약을 먹지 않아도 몸의 증상을 달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기에, 굳이 약을 먹지 않게 되었다.


몸이 건강해진 것도 감사하지만, 무엇보다 몸에 대한 나의 마음가짐이 완전히 바뀌었다. 완벽한 건강상태란 없다. 우리 몸은 고정불변의 물질이 아니기에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변화하고 있다. 몸이 아픈 건 우리가 살아있다는 증거이다. 아픔이 찾아와도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깨달으며 두려움은 자연스럽게 잦아들었다. 내 몸의 타고난 생명력을 알고 믿게 되며 활력을 되찾았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몸에 또 힘을 실어주는 방향으로 선순환되고 있다. 


물론 지금도 여전히 때로는 아프고 때로는 활력을 잃는다. 하지만 괜찮다. 이제는 몸이 신호를 보내면 겉으로 드러난 증상을 없애려 서두르지 않고, 그간의 생활습관을 돌아본다. 냉기에 자주 노출되진 않았는지, 스트레스를 받진 않았는지, 잠이 부족하진 않았는지, 움직이는 시간이 적었던 건 아닌지. 증상을 억누르지 않고 몸의 자연치유력을 되살리려 노력한다.




8년에 걸친 건강 혁명


내 몸의 활력을 되찾기까지 무려 8년의 시간이 걸렸다. 건강에는 완벽한 정답이 없다. 그래서 어렵다. 책을 50권을 읽어도 각 분야의 전문가마다 말이 다르다. 어떤 방법을 받아들여야 하는지 헷갈리고 혼란스럽다. 건강해지려다가 오히려 스트레스로 건강을 해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잘못된 신념이나 강박이 생길 수도 있다. 한쪽으로 치우친 것은 경계해야 한다. 그렇기에 무턱대고 어떤 특정한 방법을 고집하기 전에 기본적인 것을 먼저 살펴야 한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쉬고 있는지, 잘 걷고 숨 쉬고 있는지, 몸을 따뜻하게 하고 있는지, 마음은 평안한 지....


마음챙김 습관도, 쉬는 습관도, 걷는 습관도, 삶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을 때까지 시간이 걸린다. 평생동안 방치했던 몸이 정상궤도를 찾는 데까지 시간이 걸리는 건 당연하다. 한 달 반짝 관리해서 좋아질 거라 기대하는 건 욕심이다. 조바심 내지 않고 내 몸과 마음의 힘을 믿고, 나에게 관대한 마음으로, 나를 잘 돌봐주어야 한다. 그렇게 꾸준하게 올바른 방향으로 노력하다 보면 조금씩, 반드시 좋아진다.


답답하고 좌절하는 시간을 견뎌야했지만, 결국 아팠던 덕분에 '스스로 몸과 마음을 돌보는 삶'으로 방향을 전환할 수 있었다. 평생을 함께 할 '지혜'가 쌓이는 시간이었다.


몸이 아팠던 건
단순히 '몸'의 문제가 아니라
'삶'이 잘못되었다는 신호였다.

Need to CHANGE. (출처 : Unsplash)



스스로 돌보는 삶, 스스로 치유하는 삶


누군가는 묻는다.

"굳이?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돼?"


오히려 되묻고 싶다.

"왜 그렇게 당신의 인생에 관심이 없는지.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내가 어떻게 살아야 몸과 마음이 평안한 지 가장 잘 아는 건 나여야 한다. 누가 나보다 내 몸과 마음에 관심을 가져줄까? 몸과 마음의 차원뿐만 아니라 나의 삶도 마찬가지이다. 늘 지금 나와 함께 있는 내 몸과 숨으로 마음을 돌려야 한다. 언제나 답은 내 안에 있다.


우리 몸은 A를 입력하면 A가 나오는 기계가 아니다. 몸과 마음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변화 속에서 중심을 잡고 살아가려면 알아차림으로 깨어 있어야 한다. 몸이 있는 지금 여기에 마음이 함께 있는 지금 이 순간, 나는 언제나 온전하다. 몸과 마음이 평안한 지금 이 순간, 결림 없이 자유롭다. 나에게 주어진 생명력에 감사하다. 나를 살리기 위해 용기있게 행동하고 애정어린 보살핌을 준 나에게 고맙다.


자신을 돌보는 건 결코 이기적인 행동이 아니다.
오히려 타인에게 줄 수 있는 유일한 선물을 관리하는 선한 행동이다.
자신의 진짜 목소리를 듣고 적절히 돌보는 일은 수많은 사람을 위한 것이다.

_파커J.파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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