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브루타 25번째
드디어 원래 목적했던 논어로 돌아온다.
한여름이 되고 날이 더워지면서 아이들이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힘들어지지만 나도 도통 아침 일어나기가 잘 되지를 않는다.
지금까지 學, 思, 罔, 殆 에 대해서 하루나 이틀 씩 따로 해 왔기 때문에 이제 문장에 들어가더라도 큰 무리는 없을 거라는 나의 예상은 그저 내 바람이었을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원래 내가 상상했던 것은 아이들에게 먼저 문장을 적어보라고 하면 아이들이 금방 받아 적고 뜻을 서로 상상하면서 해석을 해보고 그다음 질문을 만들어서 즐겁게 서로 이야기해 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실상은 배울 학자를 보고 이게 무슨 글자지? 하고 생각 사자를 보고 이게 망자인가? 하는 것이다.
다시 한번 아이들의 현실과 내 바람 사이의 간극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과의 신뢰이고 우선 재미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계속 생각하면서 아이들에게 지난번에 같이 찾아보았던 그림들을 연상시키며 하나씩 되짚어 본다.
정수리와 심장으로 하는 것이 뭐였지? 하니 아이들이 생각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럼 그 둘이 합쳐진 이 글자 思 는 뭘까 하니 그제야 아 생각 사자구나 한다.
연필 같은 것을 들고 있는 손과 집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한자라고 하니 배울 학자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떠올려 보고 그물이 다 망해서 물고기가 하나도 없다는 뜻은 뭘까라고 하니 없을 망이라고 기억해낸다. 숟가락이 입에 거의 다달았는데 그곳이 뼛조각이다 그러면 무슨 뜻이냐고 하니 위태롭다 라는 것도 기억해낸다.
여기서 배운 것은 일상에서 생각하지 않으면 다 빠져나가고 없다는 것을 바로 공자가 이 문장에서 말하고자 했구나 라는 것을 나 스스로 생각해 보면서 아이들과도 아침의 짧은 시간만 질문 만들기를 해 볼 것이 아니라 늘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원칙을 다시 생각해본다.
어쨌든 문장 쓰기가 끝났다. 아이들에게 而 와 則 의 뜻을 각각 ~하되, ~하면으로 알려주고 내가 나서서 의미를 풀어 설명하려고 하는데 둘 다 매우 따분한지 기지개를 한참 동안 켜기만 한다. 그래서 아 아이들이 어떻게든 하게 해야지 라는 생각이 들어 둘째에게 해석을 맡겼더니 다음은 자기 차례라고 생각했는지 둘 다 갑자기 집중하는 모습이 재미있다.
그래도 둘째는 어려워한다. 그래서 우선 내가 해석해 보았다.
배운다 하되가 합쳐지면 배우다가 되고 아니다와 생각이 합쳐지면 생각하지 않으면이 된다 까지 하고 둘째에게 다시 맡겨보았더니 둘째가 배우되 생각하지 않으면 망한다?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렇지 라고 추임새를 넣으면서 그 망한다는 뜻이 무슨 뜻일까 하고 물으니 좀 생각하다가 없다는 뜻이라고 다시 말한다.
그래서 그다음 문장 思而不學則殆 를 가지고 첫째에게 해석을 해 보라고 하니 띄엄띄엄 읽어가며 해석한다.
생각.. 하되 배우지 않으면... 태가 뭐지? 하여 위태롭다는 뜻이라고 다시 한번 말해주니 위태롭다고 해석한다.
그래서 아주 잘했다고 말해주었다. 어쨌든 해내는 것을 보니 매우 기쁘다.
여기까지 하고 출근시간이 되어 나오면서 저녁에 와서 나머지를 하자고 이야기하니 아이들이 네 하고 대답하는 것이 참 고맙다.
그렇게 아이들과 문 앞에서 인사하고 출근을 하였다.
출근하며 생각해보니 어제저녁 둘째가 자기 전에 아침에 하는 하브루타를 자기가 읽는 책을 가지고 하면 좋겠다고 했던 생각이 난다. 하브루타 시작 전에 기억하고 말을 했어야 하는데 잊어먹고 그냥 넘어간 것이 매우 안타깝다.
퇴근 후 진행하려던 나머지를 못하고 휴가 등으로 겹치면서 열흘이 지나버렸다. 그래도 이어서 하자는 나의 말에 아이들이 호응해주어 고맙다.
문장 전체를 가지고 질문 만들기를 해본다.
둘째는 왜 생각하지 않으면 비지? 왜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지? 를 질문으로 내었고
첫째는 왜 이렇게 어렵게 만들었지? 어떻게 머리가 비지? 생각하지도 않고 배우지도 않으면 어떻게 되지? 왜 말을 이렇게 길게 하지? 진짜 공자가 한 말일까? 공자가 멋져 보이려고 이렇게 말한 것 아닌가? 를 질문으로 낸다.
이중에 우선 둘 다 하지 않을 경우 어떻게 될까를 놓고 이야기를 해보았다. 첫째가 그러면 식물인간일 것 같다고 답하자 둘째가 식물인간은 어쩔 수 없이 못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것 같다며 일부러 생각도 배우지도 않는 것이어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못하는 것과 안 하는 것이 다른 것이니까 둘째의 말이 맞는 것 같다고 하고 그럼 둘 다 안 하면 어떻게 되겠냐고 다시 물으니 첫째는 돌멩이가 될 것 같다고 답하고 둘째는 제일 좋아하는 말인 똥꼬인간이 될 거라고 하면서 무척 즐거워한다.
그리고 첫째는 말을 너무 길게 만들었다며 자기라면 짧게 만들었을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어떻게 만들 수 있겠냐고 질문하자 學思不罔이라고 하겠다고 한다 그래서 생각도 안 하고 배우지도 않으면 망한다는 뜻을 표현하고 싶었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하여 그렇다면
不學不思卽亡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하고 찾아보았던 則과 卽 의 차이점을 말해주려고 하는데 아이들이 영 관심이 없어 그만두었다.
마지막으로 대구 절을 만들어 보는 것으로 마무리 지어보았다.
둘째는
형아는 나의 형이지만 나는 형의 형이 아니다
멋지다라는 말은 있고 멋이진다 라는 말은 없다
똥꼬에서 똥이 나오지만 똥에서 똥꼬가 나오지는 않는다
라는 문장을 만들었고
첫째는
내 안에는 마음이 있고 마음 안에는 내가 있다.
세상 안에는 기술이 있고 기술 안에는 노력이 있다.
대장에서 똥이 만들어지지만 똥에서 대장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로 만들어본다.
여전히 똥과 관련된 말만 나오면 엄청 좋아하는 아이들이 나름대로 멋지게 대구 절을 만들어 보여 좋았다.
다음 하브루타는 동화책을 가지고 해 보기로 하며 논어의 글을 가지고 진행한 하브루타를 마쳐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