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보다 보면 희한할 때가 많다. 요가마스터도 하기 어려운 요가자세를 무리 없이 해내기도 하고, 그릇에 따라 몸의 모양이 자유자재로 바뀌기도 하고, 생각지도 못한 이상한 틈새에 들어가 있기도 한다. 실제로 이그노벨상 (이그노벨상은 과학, 의학, 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특이하거나 유머러스한 연구를 수행한 연구자들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수상 연구 중 하나로 '고양이는 액체인가, 고체인가'라는 주제가있다고 한다. 결론만 얘기하자면 고양이는 '액체일 때도 있고, 고체일 때도 있다'. 액체면 액체고, 고체면 고체지... 그게 무슨...고양이는 모순덩어리라니까.
절권도의 창시자인 브루스 리, 이소룡의 물의 철학은, 고양이의 액체설과도 일맥상통한다.'물에서 배워야 한다. 물은 담기는 그릇이 따라서 그 모양이 변한다. 상대에 따라서 그때그때 바뀌어야 한다.' 물은 홍수처럼 강하기도 하고, 시냇물처럼 유하기도 하다. '흔들리지 않는 강한 멘탈'이라는 말은 얼핏 들으면 그럴 듯 하지만, 강한 것은 더 강한 힘을 받으면, 더 산산이 부서지기 마련이다. 흔들리지 않으려면, 강한 멘탈보다는 고양이의 '물과 같은 멘탈'이 더 그럴듯하지 않은가.
MBTI로 하면 고양이는 때에 따라 I이기도 E이기도 하고, 상대에 따라 T이기도 하고 F이기도 할 것이다. (실제로 인간도 내향성과 외향성을 모두 가지고 있지만, 끊임없는 자기 암시로 내향적이거나 외향적으로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고양이는집사 무릎에 늘어져있다가, 자동 급식기에 나오는 띠리리 하는 소리에 빛의 속도로 반응한다. 한 번은 뛰어내리던 순간에 강한 힘이 느껴지면서 다리에 바로 피가 보였다. 뒷발톱에 긁힌 것이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아픈 느낌도 없었고 마냥 신기했다. 소독티슈로 상처를 닦으면서, 집사는 고양이의 반응속도와 점프력에 감탄하고 있었다. 우아하지 않은가. 고양이는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고민도, 일어난 일에 대한 곱씹음도 없다. 그냥그때그때, 놀라운 속도로 몸과 마음을 조절하여 반응을 한다. 고양이는 현재만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