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동 철물점, 영진 페인트, 서강 인테리어

by 장서윤

출판사 보름산미술관에서 발간한 그림책 <감정동 사람들>의 에필로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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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나이를 먹고 있지만 나보다는 엄마가, 나보다는 아빠가 자주 갈 것 같은 이 상점들은

드문드문 방문해서인지

방문 첫날의 이미지가 강렬하게 남아있다.


어떤 물건을 구매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빠와 함께 갔던 고동 철물점.


마치 해리 포터에 나오는 필요의 방처럼

좁은 규모에 비해 어마어마한 양의 상품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성인 1명이 걸어 다니는 공간을 제외하곤 겹겹이 쌓여있는 물건들을

혹여나 무너트릴까 조심스러웠다.


가격표도 없이 집으면 얼마라고 대답이 딱 나오는 고동 철물점은

사장님의 공간이라는 느낌이 강해

연락도 없이 방문한 남의 집 같아 둘러보는 내내 송구스러웠다.





유명 문구점이나 올해의 컬러를 소개하는 팬톤처럼

페인트 통이 그라데이션으로 촤르르 펼쳐져 있으리라는 처음 예상과 달리

협소한 공간 안에 오래된 책장에 꽂힌 책처럼

페인트 통이 차곡차곡 정리되어 있던 영진 페인트.


페인트를 처음 사는 기분이란

낯선 식당에 들어가 처음 보는 메뉴를 주문할 때의 떨림 같은 느낌이었다.

어떻게 주문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주문해야 민폐가 아닐지 조마조마하며

빨간색과 하얀색 페인트를 각각 한 통씩 구매했다.





이사하고 방 인테리어를 새로 하려고 엄마와 함께 갔던 서강 인테리어.


예전 홈스토리 채널에서 재킷에 코르사주를 달고 화려한 입담을 자랑하였던

콜린과 저스틴의 <세상에 이런 집이> 방송의 영향이었을까,

생각보다 시시하고 사무적인 공간과 딱딱한 서비스에 실망했던 기억이 있다.


그림책 <감정동 사람들>을 보면 내 그림이 지극히 현실적이지만,

나는 예전 홈스토리 대신 누군가의 인스타를 보며 여전히 또 다른 환상을 키워가고 있다.




+ 속았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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