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우울증 증상 중 하나인 불면증이 시작된 게 올해 음력 설, 그러니까 구정 즈음부터였다.
힘들기도 했지만 너무 외롭기도 해서 한달 간 하루 4시간씩 도움을 받았던 도우미 이모님이 가시는 날, 이모님의 울컥하는 모습에 잠이 든 아기 침대 옆에 앉아서 덩달아 같이 울며 허전한 마음을 움켜쥐었던 기억. 어쩌면 이모님이 계시는 동안 내 산후우울증은 약간 유예기간을 가졌던 것 같다.
이모님이 가시고, 설 연휴에 양가에 갔는데, 전혀, 잠을 못자기 시작했다. 몇날 몇일을. 그렇게 한 해를 우울증으로 시작했던 거다. 그 시기만 생각하면 지금도 울컥울컥 눈물이 차오른다.
그로부터 거의 1년이 지나 올해를 마무리 하는 길목에 와 있다. 작년 추웠던 겨울, 답답하고 외로워서 찬바람이라도 맞자며 아기띠로 아기를 안고 옥상에 오르던 기억도 난다. 너무나도 낯선 생활을 나는 대비하지 못했고 무척이나 당황하고 있었다. 특히 이렇게 감정적으로 흔들릴 줄은 생각도 못했기 때문에.
우울증 증세가 어느 정도 지나고 봄의 문턱에서 얼마나 다행이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는지, 얼마나 안도했는지도 생생하다. 모처럼 따듯해진 어느 날, 남편, 아기와 올림픽 공원 카페 야외 테이블에 앉아서, 정말 다행이야, 이렇게 봄을 맞을 수 있어서, 라면서 햇빛을 쐰 날이.
그 뒤로도 한동안 약을 먹긴 했지만 이제 이런 상황이 와도 극복해낼 수 있을 거라는, 다시 마음을 먹고 해 나가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또 하면서,
그렇게 1년이 갔다.
아직도 육아는 현재진행형이고 미래진행형일테지만 1년전의 그토록 불안했던 마음이 아니라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마음을 가질 수 있어서 다행이고 또 다행이다.
아직도 한 번씩은 문득문득 마음이 무너져 내릴 것만 같을 때가 많다. 모든 것은 상대적이라지만, 주변 사람들만큼 좋은 조건으로 아기를 키우지 못하는 게, 우리에겐 부족한 부분이 많은 게 힘겹게 느껴질 때도 있고, 혼자인것만 같은 외로움에 휩싸일 때도 많다. 아기와 씨름하고 있으면 현타가 올 때도 많다.
하지만 이제 행복해지기 위해, 더 많이 웃기 위해 최선을 다하자고 마음을 다잡는다. 기쁠 땐 더 크게 웃고, 슬플 땐 울어버리고, 힘들 땐 도움도 마구 청하면서 그렇게 살자고 마음을 다잡는다.
이전 브런치에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에 대해 쓴 적이 있다. 그 영화와 무라카미 하루키의 동명의 책의 마지막 대사로, 이 글을 끝내고 싶다.
"살아가도록 해요."
"길고 긴 낮과 긴긴밤의 연속을 살아가는 거예요. 마음의 평화가 없더라도 지금 이 순간에도 나이 든 후에도."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
"머리로 아무리 생각해봤자 별거 안 나와요. 혼자 이리저리 굴려보다가 꿀꺽 삼키고 그냥 살아가는 수밖에요."(<드라이브 마이 카>, 『여자 없는 남자들』, 59쪽)
아기를 낳고 키우는 것이 축복이고 기쁨인 것만 같아 보여도, 그 행간에는 이런 우울도, 슬픔도, 외로움도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 이 마음이 전혀 이상한 게 아니라고, 죄책감 같은 것도 내려놓자고, 조금은 가벼워지자고, 말하고 싶었다.
당신에게, 그리고 내 자신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