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비싼 스포츠, 러닝
오사카 마라톤이 9주 앞으로 다가왔다.
어떤 옷을 입게 될까? 메일을 확인하는 것을 잊고 지냈는데 같이 나가는 친구가 2025 오사카 마라톤에서 공식 티셔츠 디자인이라고 사진 하나를 올려줬다. 아니 진짜 저렇게 생겼다고? 보통 대회 전날 열리는 엑스포에서 참가정보를 등록하고, 배번과 기념품을 구매할 수 있다고 하는데, 공식 티셔츠뿐만 아니라 다른 것도 있겠지라고 생각을 하며 메일을 확인했다.
다시 한번 확인해 봐도 공식 티셔츠는 너무 못생겼다. 비행기를 타고 오사카까지 가서 마라톤 대회를 나가는데,, 지금도 국내에서 열린 여러 대회 티셔츠가 있는데, 못생긴 것은 잠옷으로도 입지 않고 한쪽 구석에 방치되어 있다. 이번 오사카 마라톤 기념 티셔츠도 대회에서만 잠깐 입을 수 있는 일회용이지 밖에서는 입고 다니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액자에 걸어둬야 하나? 이걸 어떻게 처리하지. 혹시 따로 구매를 해야 하는 것인가? 만약 구매를 해야 하는 것이라면 지금 흉흉한 국내 시국에 달러와 엔화도 더 오르고 있어서 티셔츠를 사고 싶은 마음이 크게 들지 않는다. 만약 구매하더라도 이번 대회에서만 입고 옷장 안에서 나프탈렌 숙성만 될 뿐, 옷이라는 기능을 다 할 수 있는 기회가 몇 번이나 주어지나 싶다. 러닝을 하며 마주치는 나이 지극히 드신 어르신들이 현란한 디자인의 철인 3종 옷을 입고 달리시는 모습을 보면 멋있다는 생각이 매번 든다. 나이와 철인 3종이라는 힘든 스포츠의 조합이라 스피드는 내가 더 빠르지만 지나쳐갈 때면 존경심이 들지 않을 수가 없다. 하지만 젊은 사람이 무지개색의 옷을 입고 뛴다라,, 내 감성으로는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나는 보통 마라톤 대회에 참가할 때 대회에서 나눠주는 티셔츠를 입고 참가한다. 대회 티셔츠를 입으면 내가 이 많은 러너들과 같이 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같은 소속감을 더 느끼게 되는 것 같고, 땀 배출이 잘 되는 기능성 티셔츠이기 때문에 다른 옷이 굳이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저 파란색과 무지개색의 디자인을 보고 나니 이번에는 대회용으로 입을 괜찮은 눈에 띄지 않는 상의를 하나 구매해서 참가해야 할지 진지하게 생각이 들었다.
지난 JTBC 마라톤에서 여의도에서 인상 깊은 응원을 해주신 분을 마주쳤다. 이 대회에 쓴 돈 목록을 크게 붙여두셨는데, 100만 원이 넘어가는 돈이었다. 대회 한 번을 나가는데 100만 원을 총 쓰게 되다니. 먼 이야기가 아니라 내 이야기이도 하다. 나도 같은 장비가 있기 때문이다. 러닝이 취미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은 돈이 적게 드는 취미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나도 처음에는 옷은 아무거나 입고, 신발도 아무 운동화 신고, 발이 닿는 곳에서 달리면 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조금 더 잘 뛰고 싶어서 신발을 구매하게 되는데, 생각보다 저렴하지 않았다. 10만 원 후반대부터 괜찮게 신을 수 있는 신발들이고, 용도별로 구별되어 있는 신발들을 보고 나면 모두 한 켤레씩 필요할 것 같다. 가벼운 조깅용, 조금 빠른 템포용, 힘든 훈련 다음날 리커버리용, 대회용과 같이 나눠져 있는데 내 신발장에도 이미 각기 다른 종류의 러닝화가 5켤레나 자리 잡고 있다. 여름에는 땀을 더 잘 증발시킬 수 있는 옷이 필요하고, 겨울에는 차가운 온도로부터 나를 보호해 줄 수 있으면서도 무게가 가벼운 옷이 필요하다. 장갑, 귀마개 없이는 겨울철에 러닝 하기가 너무 힘들어 부가적으로 필요한 아이템들이 많아진다. 여기까지가 기본으로 구매하게 되는 물품이고, 더 나아가면 지출이 두배로 는다. 러닝 전문 시계, 장거리 및 회복을 위한 에너지젤, 그리고 러닝 중 지루함을 달래줄 이어폰까지. 처음 생각했던 편하게 할 수 있는 운동인 러닝이 지금 돌이켜 보니 200만 원은 가뿐히 넘겼다. 그리고 새로 나온 옷과 신발은 왜 그리 매번 사고 싶은지, 이번 오사카 마라톤에서도 얼마나 쓰게 될까? 한국에서 구하기 어려운 아식스 신발도 하나 구매하려고 하는데, 마라톤이라는 스포츠가 나의 소비를 몇 배로 늘려놓고 이젠 외국에 돈을 쓰게 만들었다. 이제 내년이면 러닝에 입문한 지 햇수로는 3년 차가 된다. 이제는 필요한 아이템들이 대부분 있으니 지출이 그렇게 많지는 않지 않을까? 하면서도 새로 나오는 신발들을 보면 또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