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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람이 Dec 06. 2020

숲과 친해지는 방법이 뭘까요?

식물, 동물 키우고 관찰일기 써보기

 저에게는 특별한 식물, 동물도감 책이 있습니다. 바로 세밀화(보리출판사)로 그린 도감 책들입니다. 우리나라 산과 들에 자란 식물들, 그리고 동물의 그림이 그려져 있습니다. 세밀화는 그냥 사진보다 더 오랫동안 우리의 시각을 끌어들입니다. 인간의 눈으로 한 번 걸러졌기에 눈을 끄는 부분이 있습니다. 생물의 특징이 구체적이고 세밀하게 묘사되었기 때문에 사람의 섬세한 감수성을 자극했습니다. 그것이 사진하고의 차별적 부분이기도 합니다. 마치 그 선 하나하나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내가 동물, 식물의 일부가 되는 '동화'를 느끼기도 했습니다. 식물이나 동물의 일생을 담아내기 위해서는 편집의 힘이 필요한데, 그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세밀화가 큰 힘을 발휘합니다. 다양한 각도에서 필요한 의도로 그 특징을 기록으로 남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미경으로 관찰하면서 해부하고 그린 그림들이라 과학적인 자료로도 가치가 높다고 합니다. 긴 기다림을 요구하는 관찰의 과정을 거치기에 그 경이로움이 크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역동적인 자연의 찰나를 기록하는 일을 누군가는 묵묵히 하고 있었고, 그래서 세밀화는 우리에게 동물과 식물의 찰나의 모습에 집중하게 하는 효과를 지니기도 했습니다.


 <이것 좀 먹어봐 >는 달팽이 시리즈 중에서 우리 둘째가 좋아했던 이야기였습니다. 둘째는 달팽이 과학동화 시리즈를 아주 좋아했었는데, 초등학교 입학하면서 친척에게 그 책들을 물려주었습니다. 그때 둘째가 많이 서운해했습니다. 달팽이 과학동화 대신 다른 과학동화책을 사줘서 아이의 기분을 달랜 적이 있었습니다. 달팽이 시리즈는 과학을 이야기로 풀어내어 마무리 부분에서 이야기의 핵심을 노래처럼 정리해놓은 동화였습니다.

그 노래로 정리해 놓은 부분이 아이들 뇌리에 박히면서 입 밖으로 노래처럼 구연하기도 했습니다.


풍이는 무엇을 먹고 살까요?

개미처럼 단물을 좋아할까요?

여치처럼 풀잎을 좋아할까요?

잠자리처럼 모기를 좋아할까요?

꿀벌처럼 꿀을 좋아할까요?

귀뚜라미처럼 썩은 풀을 좋아할까요?

아니야 아니야

사슴벌레처럼 나뭇진을 빨아먹고 살지.


 둘째는 이렇게 입으로 중얼거리며 숲 속을 뛰어다니곤 했습니다. 숲에는 나뭇진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는데, 그 나뭇진이 무슨 맛이 날까 하고 손으로 콕! 찍어 맛도 보고, 사진도 찍었습니다. 낙엽 사이로 엄청나게 많은 솔방울이 떨어져 있었는데 솔방울을 가득 주워서 많은 창작물을 만들어서 유치원 선생님께 선물로 가져가기도 했습니다. 솔방울을 가지고 할 수 있는 놀이도 많았습니다. 아이들이 해가 져서 컴컴해질 때까지 숲 밖으로 나갈 생각을 하지 않고 솔방울로 사람, 강아지, 나무 등을 만들어 역할 놀이에 빠졌습니다. 물 위를 걷는 소금쟁이 흉내를 내며 걷기도 했습니다.


  숲과의 교감도 합니다. 만나는 나무마다 이름을 지어주고, 이름을 부르면서 얘기도 시킵니다. 이끼, 나무, 풀, 곤충들에게도 수다스럽게 말을 걸었습니다. 질문도 많이 했습니다. 대답을 예상하며 혼자서 묻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도저히 질문에 대해 알 수가 없는 것은 집에 와서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제가 물었습니다.

“특별히 숲과 친해지는 방법이 뭘까?”

숲에 만나는 모든 것에게 그것을 질문하고, 그 비법을 말해주면 맛있는 저녁을 선물하기로 했습니다. 냠냠이들이 대답한 숲과 친해지는 방법은 “역시나” 아이다웠습니다.

“숲이 계절마다 다른 모습을 했을 때 칭찬을 해야 해”

“숲이 아끼는 것을 뺏아 가면 안돼”

“친한 숲 친구들끼리 모여 있을 때, 방해하지 말아야 해”

라고 말했습니다. 냠냠이들 자신들 얘기를 하는 건지, 숲 얘기를 하는 건지 헷갈리지만, 틀린 얘기가 아니라서 손뼉을 치며 알아낸 비밀에 환호를 했습니다. 참 단순한 게 진리라더니 아이들 눈높이가 어쩜 그리 딱 들어맞는지 인간의 욕망을 뺀 명쾌한 답변에 박수를 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냠냠이들은 사슴벌레나, 장수풍뎅이를 기르고 싶어 했습니다.

 그러다가 독서수업을 하러 오는 책냠냠이로부터 장수풍뎅이를 분양받았습니다. 처음 알을 분양받아서 집에 가지고 왔을 때는 몇 달을 아무런 변화 없이 흙만 쳐다보아야 했습니다. 지쳐버린 우리 냠냠이들이 죽은 것이 아닌지 얼마나 애를 끓였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그것은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고 다시 인터넷에서 애벌레 3령이 된 유충 장수풍뎅이 한 쌍을 사게 되었습니다. 사 오자 말자 이름을 붙였는데, 남자 성충은 장풍이, 여자 성충은 장순이였습니다. 사진을 찍는 것도 좋지 않다고 하는 엄마의 말에 조심스럽게 장풍이와 장순이를 관찰하였습니다. 그리고 관찰 일기장을 써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날 학교에 관찰 일기장을 제출했는데 상을 타기도 하고, 전시용으로 배치되어 보여지기도 했습니다.


 <30회 관찰 일기 중 주요 몇 컷만 올려봅니다>


관찰 기록문은 생생한 기록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 많습니다. 살아 있는 대상을 관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관찰을 하면서 꿈틀거리며 새 생명이 탄생하게 되면 저절로 탄성이 나옵니다. 그리고 관찰 도중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동물이나 식물의 세계를 접하게 되면서 감동을 받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생명에 대해 각별한 애정이 생깁니다. 키우는 사람과의 관계나 또는 자연에서 모든 생명들이 역할이 있고, 나름대로의 다른 생명들과 상호작용 하는 것의 가치를 긴밀하게 여기게 됩니다. 그래서 생각의 폭이 깊어집니다. 관찰을 하면서 정확하고 솔직하게 적으면 좀 더 생생한 관찰 기록문이 될 것입니다. 기록문이란 그냥 일기와는 다른 특징이 있습니다. (관찰보고서에 대한 내용은 아래 독후활동에 첨가하겠습니다.)



어느 날 아이들이 관찰 일기장에 빨간 사인펜을 가지고 번쩍번쩍 번개 표시를 해놓으며 기쁜 표시를  해 둔 곳이 있었습니다. 바로 번데기 방이 만들어진 날이었습니다.  관찰 일기장 말풍선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절대로 건드리지 말 것. 기형이 된다. 조심조심, 20일 후에 보자. 건강하게 태어나라!. 어 그런데 뿔이 없네. 넌 그럼 암컷? 에고 안된다. 누나의 장순이가 먼저 태어나다니, 장풍아 너도 어서 번데기 방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뭐  그런 식으로 아이들은 관찰 일기를 써 내려갔습니다. 그런데 장풍이, 장순이가 태어 나자 아이들은 이 둘을 데리고 별별 놀이를 다 했습니다. 장수풍뎅이 목욕을 시키고, 장수풍뎅이 미인대회도 열었습니다. 또 사과나 체리 토마토를 누가 먼저 다 먹나 내기도 했습니다. 손 위에 올려놓았을 때 누가 더 힘 있게 몸부림을  치는지 힘자랑 대회도 시켰습니다. 사르륵 어쩌다 날개가 튀어나오면 달력에 막대기를 그어 날기 횟수가 더 많은 풍뎅이에게 젤리를 하나 더 주기도 했습니다. 냠냠이들은 뿔을 이용한 씨름대회나, 뿔로 불도저처럼 흙밀기를 시키다가 가끔 저에게 혼이 나기도 했습니다. 긴 시간이 지나고 어느 날 장풍이와 장순이가 죽었을 때 우리는 동네 아이들과 같이 아파트 뒷동산에서 장례식을 치르고 하루 종일 우울했습니다. 덕분에 냠냠이들은 이제 집에서 애완동물 키우자고 조르지 않게 되었습니다. 헤어짐이 얼마나 슬픈지 알게 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요즘 인터넷에 찾아보면 집에서 키워 볼 수 있는 것들이 아주 많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고구마 싹틔우기나, 강낭콩 싹 틔우기를 쉽게 할 수 있어 좋아했습니다. 우리는 할머니네 주말농장에서 채소 키우는 것을 돕고, 야채를 직접 흙에서 캐오는 일이 많아서 냠냠이들이 집에서 야채를 키우는 일은 많지 않았습니다.

 흙에다 농작물 키우는 일을 해본 적 있나요? 그 야들야들한 야채맛을 아는 사람은 힘들어도 자꾸 주말농장을 하고 싶어 합니다. 


숲 속을 다녀온 큰아이 일기장엔 화장실이 없어서 야단법석을 떨게 된 이야기가 적혀 있었습니다.

(앞부분 생략)

떨어진 잎들이 너무 많아서 '와사삭와사삭' 마음대로 밟으면서 들어갔었는데, 숲을 나오면서는 가랑잎들을 마음대로 밟을 수가 없었다. 나뭇잎 사이에도 개미랑 다른 생물들이 살아 있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음대로 오줌을 누지도 못했다. 내가 오줌을 누면 개미들이 그 오줌을 타고 나한테로 올라올까 봐 무서웠다. 그런데 화장실이 너무 멀어서 나는 시냇물가에 오줌을 눴다. 그래도 제일 안전한 곳이었다. 아마도 점점 추워지면 생물들은 어디론가 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곳으로 숨을 것 같다. 그래서 다음에 오면 더 많이 숨바꼭질해서 생물들이 숨어있는 것을 찾아낼 것이다. 오늘 난 나무에서 떨어진 도토리들을 봤다. 그런데 내가 본 도토리들은 여러 장의 잎들과 가지가 통째로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상한 것은 가지가 톱같은 걸로 자른 것 같이 끊어져 있었다. 집에 와서 찾아보니 도토리거위벌레가 그렇게 하는 거였다. 도토리 열매가 말랑말랑 할 때 그 안에 알을 낳고, 새끼벌레들이 그 안에서 도토리 열매를 먹게 하는 거였다. 도토리가 떨어질 때 잎사귀들이 바람개비 역할을 하게 하려고 잎사귀들을 붙여서 충격을 조금 덜 받게 하고, 잎사귀로 덮어지면 도토리 알을 다른 동물들이 주워가는 것을 예방한다고 했다. 작은 벌레지만 모성애는 대단했다. 참 신기한 것이 많은 숲이다.


아무 곳에서나 오줌을 누어야 하는 비상상황이었는데, 계속 땅 위에서 하면 개미가 오줌을 타고 올라올 것 같다고 해서 아이를 설득하는데 진땀을 뺐습니다. 하지만 숲과 친해져서 다음에는 맛있는 것을 더 많이 싸가지고 숲으로 오자는 약속을 했습니다. 그리고 집에서 키울 수 있는 게 뭐가 좋을지 계속 의논해 보기로 했습니다.

동물, 식물 키우는 재미에 솔솔 빠져보는 설렘으로, 도란도란 웃음꽃을 피우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독후활동 : 관찰보고서, 관찰 기록문을 써보아요.

 일정 동안에 어떤 대상을 계속 살펴보고 그 자라남, 움직임, 달라짐 같은 것을 적는 글입니다.

자신의 탐구하고 관찰하는 내용을 정확하고 솔직하게 적어야 합니다. 논리적 체계적 사고 방식이 길러지고, 의문점이나 새로운 문제에 대한 탐구능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특별히 의문이 나는 것은 놓치지 말고 기록을 해두고, 참고자료를 어디에서 발췌했는지를 반드시 적어 두어야 합니다
 
 

      ① 무엇을 살펴보는가? - 자세하게 관찰해야 합니다.

      ∗ 식물 - 풀, 나무, 곡식…

      ∗ 집짐승 - 강아지, 고양이, 염소, 송아지, 병아리…

      ∗ 날짐승 - 참새, 오리, 비둘기, 까치, 제비…

      ∗ 곤충 - 개미, 배추벌레, 지렁이, 딱정벌레, 거미…

      ∗ 기타 - 물속에 사는 물고기, 올챙이, 구름의 일기, 바람의 일기…

     ② 어떤 내용을 살펴보는가?

      ∗ 풀, 나무 곡식 - 싹이 터서 나오는 모양, 잎, 줄기, 꽃, 열매의 모양과 색깔과 크기,단풍잎                                 색깔과 떨어지는 차례, 병충해는 어떤 것이 있으며 어떻게 막는가?

      ∗ 곤충 - 어떤 곳에서 사는가? 어떤 모양인가? 어떻게 움직이는가? 무엇을 먹고 사는가?                                    어떤 성질을 가지고 있으며 어떻게 어울려 살고 있는가? 어떤 소리를 내고 있는가?

      ∗ 동물 - 모양과 특징은 어떤가? 무엇을 먹는가? 어떻게 걸어 가는가? 어떤 버릇을 가지고                                     있는가? 울음소리는 어떤가?

     ③ 언제 살펴 보는가? -꾸준하게 관찰해야 합니다

        정확하게 관찰하고, 관찰한 사실은 정확하게 기록하는 것이 관찰 보고서를 쓰는 이유입니다. 물론 관찰         자가 알게 된 지식, 의견, 느낌을 사실과 구분해서 기록하면 좋습니다.적어도 한 주일 이상, 길면 두달이         나 석달 동안 날마다 아침이나 저녁, 이틀에 한 번 또는 사흘에 한 번 살펴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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