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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람이 Dec 23. 2020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씨앗 7. <책먹는 여우의 위기 극복 DNA>

‘동화 주인공 얼굴 그리기’를 한다면 누구의 얼굴을 제일 그리고 싶나요?

 그러자 어떤 아이가 제일 먼저 <책먹는 여우>에 나오는 책을 먹고 있는 여우를 그리겠다고 했습니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나는 책을 읽는 거 싫은데, 엄마는 자꾸 나보고 책을 읽으라고 해서 짜증이 났어요. 그런데 <책먹는 여우>를 보고 나니까, 어차피 읽어야 되는 책이라면 내가 재미있어하는 책을 찾아서 여우처럼 즐겨보자 싶었거든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책을 내 마음대로 선택해서 읽으니까 자꾸 책이 좋아지는 거예요. 그래서 책먹는 여우를 그리고 싶어요”라고 말했습니다. 그 이후로 저희 독서교실에 오는 아이들을 ‘책냠냠이’라고  했습니다. 책 읽는 것을 , 먹는 것과 연상시켜 조금 더 즐기게 하고 싶은 마음으로 ‘책냠냠이’라고  부르곤 했습니다.


  이 책은 책 먹기를 좋아하는 여우 아저씨 이야기입니다. 책에다 소금과 후추를 뿌려 먹는 일을 아주 좋아합니다. 너무 먹을 것이 없어지자, 나중에는 서점에서 책을 훔치다가 감옥에 가게 됩니다. 감옥에 간 여우 아저씨는 자신이 직접 책을 쓰게 됩니다. 빛나리 교도관이 차린 출판사 덕분에 실컷 책을 먹을 수 있게 됩니다.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놀이가 생각나나요? 밥먹는다.무슨밥?콩밥.살았니? 죽었니? 하여, 살았다 하면 도망갔던 놀이 말입니다. 독서교실 책냠냠이들은 이 노래를 이렇게 바꾸어 독후활동을 했습니다.

 

(스텝을 밟으며) 한 고개 넘고, 두 고개 넘고, 세 고개 넘고, (아이들) 여우야 여우야 뭐 먹니?

 (책여우) 책 먹는다

(아이들) 무슨 책?

(책여우)***책 <강아지똥> <책여우가 생각해 놓은 책 이름을 말합니다. 그리고 맛없다,라고 말할 때 왜 맛없는지를 미리 생각해 놓습니다.>

(아이들) 맛있니? 맛없니?

책여우가 ‘맛있다’ 하면 아이들이 모두 도망갔습니다. 그러면 맛있다던 책여우는 “같이 먹자~”말하며 잽싸게 달리기 못하는 아이를 잡아 다음 책먹는 여우를 시켰습니다.

 그런데 ‘맛없다’라고 대답하면 모두가 꼼짝없이 얼음 땡 자세로 제자리에 있어야 합니다. 그때는 책여우가 만만한 아이 앞에서 말을 시키고 웃겨서 그 아이가 웃거나, 움직이게 되면 다음 책여우가 되는 겁니다.

 

책여우가 ‘맛없다’ 했습니다.

아이들은 한꺼번에 왜?라고 물으며 멈춰 섰습니다.

그러자 책여우는 제일 잘 웃을 것 같은 아이 앞에 다가가서 공격했습니다.

강아지똥이 맛있겠니?” 그래도 안 웃으면 다른 아이 앞에 가서,

강아지 똥이 못생겨서 ” ““똥 냄새가 나는 것 같아서”라고 3번까지 말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왜? 하자,

 “강아지똥이 맛있겠니? 하자마자 펑 터져서, 그 아이가 새로운 책여우가 되었답니다.



 

엎친데 덮치는 격으로 모든 일이 꼬이는 날이 있습니다.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지는 상황이 반복되었습니다. 일이 풀리지는 않고 계속 꼬이기만 하여 머피의 법칙 같은 것에 말려든 것 같았습니다. 그럴 때는 이상하게도 해묵은 과제들도 한꺼번에 쏟아지는 듯하여 더욱 심각하게 상황이 받아들여졌습니다. 마음이 무겁고 스트레스가 많아 우울함이 내 삶을 집어삼키려고 합니다. 의욕이 없어 빗장을 걸고 어딘가에 숨고 싶은 생각이 났습니다. 잠깐이라도 일을 놓아버리고 싶은 생각도 굴뚝같았습니다. 치열하게 문제를 해결해야겠지만, 당장에 그 일을 해결하기에는 저의 능력은 너무 역부족이라는 것이 저 자신을 괴롭혔습니다. 잠을 들 수가 없어 몇 날 며칠을 불면증으로 고생을 하다가 문득 컴컴한 거실 한가운데로 나왔습니다.

창밖 아슴한 빛으로 나무 그림자들이 벽에 드리워져 있었습니다. 그 그림자가 제게 말했습니다.

 “왜 깁스 같은 틀에 너를 끼워 넣으려고 하지?

괜찮아! 있는 그대로도 괜찮아! 그냥 네가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라도 하면 되는 거지. 완벽하게 다 해결할 수도 없고, 그것이 실제로 완벽한 것이 될 수도 없는 거잖아. 그냥 네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면 돼지.” 그렇게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받아들이면서 마음을 다독였습니다.


 우리나라는 뼈아프고 쓰라린 순간들도 많았지만 ‘위기극복의 DNA를 가진 민족’이라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수많은 위기를 극복해왔습니다. 그런 자랑스런 ‘한국의 위기 극복 DNA’에 대해 얘기할 때, 첫 번째로 <한강의 기적>에 관한 이야기를 합니다.

 한국전쟁 6.25를 참전했던 맥아더 장군은, “한국이 재건되는 데 최소 100년은 걸릴 것”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그 예상을 뛰어넘어 30년도 되지 않아 ‘한강의 기적’을 이루기 시작했고 그리고 2019년엔 세계 최대의 IT 강국이 되었습니다. 선진국 빨리 따라잡기 전략 속에서 수십 년 동안 묵묵히 피땀, 눈물 흘리며 초고속성장을 이뤄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문맹률이 가장 낮은 나라이고, 아시아에서 보기 드물게 민주주의 발전과 경제발전을 동시에 이뤄낸 나라입니다. 변변한 자원이 없어서 온 국민이 자원이 되는 나라. 재봉틀과 함께 청춘을 보낸 경공업 수출의 주인공들, 중동과 같은 곳에서 뜨거운 모래 섞인 밥을 먹으며 외화벌이하던 공돌이들, 구제금융의 금 모으기 운동을 하며 거품 붕괴 카드대란 등의 위기를 겪으면서도 성장을 멈추지 않는 오뚝이들. 우리는 계속 대한민국 심장부에 기적을 불어넣고 있는 역사 속에  살고 있습니다

 

한강의 기적을 이뤄낸 비결이 무엇일까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교육열, 성실하고 부지런한 민족 성향, 미국 등의 선진국 모델 벤치마킹 등이 비결일 것입니다. 그 많은 비결 중에  “피할 수 없으면 즐기는, 오히려 흥을 돋우는 우리 민족성”도 한몫했습니다.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노래방이 40,000개 정도인 것을 보고, 깜짝 놀랬습니다. 외국 가수들은 한국의 떼창과 함께 공연을 하고 나면, 다시 한국에 와서 공연을 하고 싶게 된다는 인터뷰를 본 적이 있습니다.  농사를 지을 때부터 노동요를 불렀습니다. 일이 힘들면 힘들수록 노래의 힘으로 피할 수 없는 노동을 즐겨서 효율을 올렸습니다.


다 함께 같은 동작을 하며 지휘자가 일과 노래를 끌고 갈 때의 노동요는 사설과 여음으로 이뤄진다. 지휘자가 앞소리꾼(선창자 또는 소리 메기는 사람), 다른 사람들은 뒷소리꾼(후창자 또는 받는 사람) 노릇을 하며 부르는 선·후창의 민요다. 선창자는 사설을 읊으며 작업을 지휘하고 일하는 이들이 하고 싶은 말도 대신해준다. 후창자는 여음만 되풀이하며 일에 열중한다. 상여메기 땐 소리메기는 사람이 상여 위에 오르거 나 앞에서 사설로 흥을 돋운다. 보리타작 땐 선창자인 ‘목도리깨꾼’은 도리깨질을 하면서 일을 이끌고 후창자인 ‘종도리깨꾼’은 지휘대로 따른다.
                                                             (기록으로 보는 노동요(勞動謠)의 발자취와 현주소에서 발췌)


 묵묵한 헌신과 피땀 흘린 기성 세대와는 달리, 지금의 세대는 노력한 만큼 결과가 따르지 않는 상대적 박탈감이 심한 세대인 것 같습니다. 요즘 서울 아파트 가격을 보면 안 그럴 수가 없습니다. 계층 이동하는 엘리베이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표현을 쓰더군요. 이는 한강의 기적이라는 고속성장 속에 대기업 밀어주기식의 경제성장 때문인 것 같습니다. 고속 성장이라는 방패 뒤에서 너무 병폐가 심화되고 있는 것 같아 국뽕에 취해 있던 저 같은 사람도 반감을 갖게 될 지경입니다. 우리 사회가 갈수록 소득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더욱 불공정한 경쟁이란 단어에 화가 돋는 한해였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의 젊은 세대는 감수성이 뛰어나고 소통능력이 뛰어난 정보화 세대의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강점을 가지고 특별한 자신의 방식으로 보람을 찾아가며 힘든 일도 즐기며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2020년은 당연한 것들이 당연해지지 않는 코로나 일상이었습니다. 피할 수 없는 코로나로 인해 우울한 일들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어차피 해야 할 일들을 놓을 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순간순간을 즐겨보려고 했습니다. 누구도 ‘나만의 순간’을 가져갈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마스크 안에서도 나름대로 웃음을 짓고, 눈으로도 많은 사인을 보내고. 집밥 요리의 소소한 즐거움으로 위로가 되는 일상을 보냈습니다.

그러다 보니 차차 다른 사람의 눈치를 살피거나 기존의 방식에 의존하기보다는 자기 나름대로 상황을 해결하게 되었고, 자기 계발적인 측면에서 일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덕분에 브런치를 시작했고, 50편이 넘는 글을 올렸네요.


그래,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겠지요. 우린 코로나 따위에 엎어지고 싶지 않습니다! 코로나의 일상도 저의 삶의 일부가 되었으니까요. 피할 수 없는 씁쓸한 이 상황에서 자신을 위하여 나름대로 즐길 수 있는 방향으로, 담대하게 일을 해결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누릴 수 있는 것들을 즐길 수 있을 테니까요.


Pixabay


(1)  독후활동 : <책먹는 여우> 동화 속 인물들을 상상해서 그려보기


 우리는 나무를 손질하는 까만 사포를 도화지 삼아 주황색 책먹는 여우 아저씨를 그리고 자신이 쓴 독후 감상 시를 그 옆에 크레파스로 써보는 독후활동을 했습니다.

 

(2)  동화 속 인물들을 상상해서 그리고  소개해보기


독서 감상화를 그리자고 하면 아이들은 제일 인상적인 장면을 먼저 떠올립니다. 그래서인지 주인공의 표정, 특징이 확실이 기억에 남거나, 표지가 눈에 잘 들어왔던 작품들이 아이들 입에서 쏟아져 나왔습니다.

 저는 냠냠이들의 창의성을 유도하기 위해 (나만의 책 표지 다시 만들기)나, (인상적인 장면 상상해서 그리기) 식으로 독후화를 유도하곤 했습니다.

 

(3)  <책먹는  여우> 이어질 내용 상상해서 말해보기

 

(4) 주섬주섬  책시렁 :  <바빠요, 바빠!> < 꼬마 거미 당당이>

       <까마귀 소년> <멋진 뼈다귀/윌리엄 스타이그> <도서관을 훔친 아이/풀빛미디어>


<꼬마 거미 당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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