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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uth Point Dec 17. 2015

<촉각의 경험> 새로운 감각 느끼다

김보영 작가의 단편소설, 촉각의 경험


"클론의 꿈을 보고 싶으시다고요."

클론에게도 꿈이 있고 꿈을 꾼다는 아이디어를 가지게 된 대기업의 사장, 그는 이를 실험하기 위해 자신이 소유한 기업의 연구소장을 찾아가 이를 제안하게 된다.



"상상도 정보를 통해서 만들어지는 겁니다. 아무것도 본 적이 없고 아무런 정보도 받은 적이 없는 클론이 대체 무슨 상상을 한다는 겁니까?"

연구소장은 전혀 '무'의 상태인 클론이 어떻게  상상할 수 있느냐고 반박하게 된다.




"정말로, 외부 정보와 완전히 차단되어 있는 사람의 머릿속에는,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겁니까?"

외부와 차단되어 있지만 클론은 꿈을 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장은 그 실험을 진행시키게 된다.



"언제부터 과학자들이 실험과 관찰을 버리고 상식을 택했습니까?"

사장은 실험의 진행을 종용하면서 한마디 일갈을 던진다. 언제부터 실험과 관찰이 과학자의 덕목이 아니라 상식이 과학자가 추종하는 그 무엇이 되었냐고 말이다.



"가설은 검증되지 않은 명제지요. 그렇지 않은가요?"

유시헌 사장이 클론의 꿈을 이해하지만, 연구소장은 이를 반박한다. 유시헌 사장이 이 시점에 내지른 한마디, 그것은 가설이란 검정되지 않은 명제다라는 말이다. 유시헌 사장은 클론의 꿈을 보고 이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거짓을 말하고 있지 않다고 계속 항변하게 된다.



"통계적인 의미를 가지려면 좀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유시헌 사장이 느끼는 그 '느낌'에 대해 연구소장은 성급한 판단이라고 언급한다. 사장은 자신이 클론의 꿈을 '인지'한 것이라 주장하는 증거들을 실험 데이터로 늘어놓지만 여전히 통계적인 유의미성을 찾으려고 소장은 노력하는 중이다.




"전자는 핵의 주위를 돕니다. 지구는 태양의 주위를 돌고, 태양은 은하의 주위를 돌지요. 은하는 나선형으로 회전하고, 그 은하는 다시 더 큰 은하를 돌지요. 중심체가 되는 물체의 주위를 회전하는 작은 물체의 원운동, 이것은 이 세계의 모든 사물의 근원적인 형태이며 움직임입니다."

클론의 꿈에서 원운동과 관련된 그 '무엇'을 보게 된 유시헌 사장은 이를 지속적으로 묘사하게 된다. 이에 대해 사장은 원운동은 우주의 근본적인 운동형태가 중심체를 중심으로 회전하는 형태라며 실험에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어머니의 꿈을 꾸었다고요."
"어디서부터 클론의 꿈이 오염된 것인지?"

연구소장은 역전도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사장이 클론의 꿈을 느낄 때 반대로 클론 역시 사장의 꿈을 감지하게 되는 현상이다. 서로의 뇌파를 공유하게 되므로 클론 역시 사장의 기억을 공유하게 되는 것이랄까?




"그놈에게는..... 나와 연결되는 시간만이 유일하게 무엇인가가 일어나는 시간이었던 겁니다. 아무것도 없는 삶에, 갑자기 새로운 것이 나타나게 된 거지요."


눈뜨면서 쏟아지는 감각의 범람은 우리에게 신비로움을 앗아간다. 떠오르는 태양만으로도  흘러지나가는 음악 한 구절 만으로도 우리의 감각은 주체할 수 없을 만큼 기쁘다. 하지만 365일 24시간 지속해서 쏟아지는 자극은 우리에게 모든 것을 빼앗아간다. 역설적이게도 그렇다.







김보영 작가는 클론이라는 설정을 통해 우리가 매일 접하는 일상의 경이로움을 이야기하려 하는지도 모른다. 김보영 작가가 책에서 언급한 것처럼 천재 화가가 마지막 작품의 마지막 점을 그리고 숨을 거둘 때의 느낌을 클론의 첫 만남에 비유했다. '감각의 경이로움은 최고의 경험이다'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혹시나 하는 반전을 기대했지만 김보영 작가의 2002년 초기작이라서 그러한 묘미는 없었다. 평이하지만 한번 일어 남직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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