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난리 난리, 눈 난리
온 세상이 하얗게 변했다.
근래 들어 이렇게 많이 눈이 온 것은 아마도 처음이 아닐까... 그것도 첫눈이...
그제 밤부터 내린 눈이 이틀 동안 오늘 새벽까지 내려 온 동네가 눈 속에 묻혀 버렸고 좁디좁은 길을 올라와야 하는 우리 집은 일단 차가 나갈 수 있느냐가 문제였다. 어제는 일이 있어 휴가를 내고 새벽에 김해를 내려가야 하는데 바퀴의 반이 눈 속에 묻혀버려 차가 무사히 우리 집에서 출발하여 동네를 빠져나갈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어찌어찌 집을 출발하여 동네를 벗어나는 데는 성공했으나 큰길 국도로 접어드는 언덕길을 못 올라가고 미끄러져 그 길을 포기하고 미끄러짐 반, 후진 반으로... 다른 길을 돌고 돌아가야 했다.
그리고 바퀴엔 임시 패치형으로 붙이는 스노패치를 붙이고야 다른 언덕길을 올라갈 수 있었다.
그렇게 김해를 내려가는데 경기도 까지만 눈이 온 흔적이 있고 남녘은 맑고 청아한 날씨...
우리나라가 엄청 큰 나라이긴 한가 보다. 이리도 다르다니...
동네어귀 담벼락에 나뭇가지 위에 눈이 가득 쌓여 눈의 무게 때문에 나뭇가지들이 늘어져 있고 일부는 이미 부러져 땅에 떨어졌다. 이번 눈은 습기를 가득 먹은 무거운 눈이다.
나는 어제 새벽, 집 앞 언덕길에 눈을 치우다 넉까래 자루를 부러뜨리고 말았다.
힘 좀 써보려고 했더니.... 이런~
밤이 되어도 눈은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고 더욱 눈발이 세졌고 눈을 이고 있던 나뭇가지들이 부러지는 소리가 조용한 겨울밤을 흔들듯 크게 들려왔다. 쩌억~~~ 하고 부러지는 소리...
어젯밤 김해에서 올라오는데 역시 중부지방으로 오자 눈발이 날리더니 북상하면 할수록 눈발이 세지고 차들은 거북이걸음보다 늦게 기어 다니며... 오후 4시 15분 출발했는데 집에 오니 새벽 1시 30분이었다. 하지만 다시 아침에 나갈 일을 생각하니 그냥 마을회관 옆 길가에 세워두고 걸어 올라왔다.
첫눈이 뭐 이렇게 요란하게 온담?
오늘 아침 출근은 어찌어찌 기어가듯 그래도... 이게 어디야.. 하며 출근에 성공... 난 이 정도면 다행인데...
출근버스를 타고 오는 직원들은 30분쯤 늦게 도착을 했고 열차를 타고 다니는 직원들은 아침에 선로에 쓰러진 나무가 있어 열차가 그걸 치우는 동안 오랫동안 정차를 해... 역시 늦었다고 한다. 이 정도면 다행이다.
큰 사고가 없어서...
마당에도 눈이 쌓여 발목은 물론 정강이까지 빠졌다. 자두는 처음엔 눈을 보더니 주저하다 이내 뛰어들더니 깡충거리듯 뛰어다녔다. 아마 자두 생에 자기 가슴까지 빠지는 눈은 처음이라 이 애도 신기해하는 것 같았다.
다만 어린 강아지였다면 천방지축 뛰고 그랬을 텐데... 자두는 겨우 마당 가로질러 오줌 눌 자리를... 찾아...
뛴 게 다였다. 그렇게 눈 속에 오줌을 누더니 이내 다시 토끼처럼 두 발로 뛰어 처마밑으로 왔다.
눈강아지처럼 온몸에 눈을 묻힌 자두, 아마도 관절이 건강했으면 이 정도 깊이 눈은 잘도 뛰어다녔을 텐데... 그깟 마당 한번 가로지르는 뜀박질에 진이 빠진 듯 한... 자두... 그리곤 집 안으로 들어가겠다고 보챈다.
2021년 11월 27일~28일 첫눈이 그렇게 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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