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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두와의 일상

24. 나와 자두의 일상 몇 개...

by James 아저씨
20240126_181714[1].jpg 우리 동네 가을걷이 후 저녁

동네에 가을걷이가 다 끝났습니다. 빈 들판이 아침엔 서리를 하얗게 이고 있습니다. 윗집은 들깨를 다 베어내고 깨털이까지 다 끝냈습니다. 그 밭엔 다시 검정비닐을 씌우고 또 뭔가를 심으려나 봅니다. 마지막으로 남았던 동네 어귀 콩밭도 이제 콩 대들을 다 비워냈습니다. 이제 이 땅은 겨울을 맞이할 채비를 마쳤나 봅니다. 벼를 베어낸 빈 논에는 소먹이로 쓸 건초를 하얀 비닐로 포장한 일명 커다란 마시멜로 덩어리들이 놓여 있습니다.(효소를 넣어 포장한 소 사료라 합니다)


일상 하나

69FD3989-B5FA-EE92-2C3E-CAC072809B70.jpg 이미지- 군청 홈페이지에서

군(郡)에서 하는 강좌를 들었습니다. '구근식물관리 및 정원관리'였습니다. 이번 강좌는 우리 군내 정원 자원봉사 모임에서 주최하는 강좌인데 나는 어찌어찌 반차를 내고 신청을 했습니다만 선착순 30명에 31번째로 등록이 되는 바람에(울고불고 사정하여...ㅎㅎㅎ) 특별히 정원 외 수강이 되었습니다. 그간 군에서는 '수목의 생리', '병충해 관리', '가드닝', '토양과 영양', '야생화와 & 국화분재', '수목 전정', '식물번식', '구근 식물'등의 강좌가 있어 왔지만 그간 평일 낮 강좌라 마음만 안타까웠는데 이번 강좌는 다행히도 강좌날 오전반차가 가능하여 참여를 했습니다. 군에서 하는 강좌들이 다양합니다만 대개는 낮강좌라 그림의 떡이었고 어쩌다 저녁강좌나 주말 강좌 중 선착순 강좌는 신청과 동시 마감이 되어 못하거나 추첨의 강좌는 탈락... 그랬습니다. 군내 평생학습센터의 지난가을학기 강좌 중 주말 강의와 저녁 강의에 'AI활용법'과 요즘 관심이 가는 '캔바' 강좌를 신청하려 했으나 사이트가 열리자마자 2분 만에 마감이 되었으며 65살 이상인 경우 정원 내 2명에 한해 현장 신청이 있어 이것을 신청했으나 역시 추첨에서 탈락... 매번 이럽니다. 아무튼 이번 구근 식물 관리를 들었습니다. 1시간 30분 강의와 30분의 실습이 있었고 실습 후 구근 30여 개까지 받았습니다. 튤립 4종을 5개씩... 수선화 2종을 7~8개씩 받았습니다. 이 구근들은 겨울 오기 전 땅에 심어 놓으면 내년 봄, 싹이 나고 꽃이 핍니다. 땅속에서 추위를 견뎌내야 꽃이 피는 애들입니다. 그래서 겨울에 심는 겁니다.


일상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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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꽃밭을 정리하고/ 중.우) 실내로 들여온 화분들

지난 주말 집에서 월동준비를 했습니다. 일단 꽃밭의 꽃들을 정리했습니다. 지난 10월 말엔 내가 사는 동네에 첫서리가 왔습니다. 그때 꽃들이 서리를 맞고는 꽃이 다 갈변되고 죽었습니다. 남아 있는 건 역시 가을꽃의 왕인 국화와 일부 패랭이 꽃만 살아남았습니다. 월동한다는 야생화 종류들은 내년 봄에 과연 이들 중 얼마나 다시 꽃을 피워 낼지 모르겠습니다. 화분정리도 끝내고 실내로 들여올 애들은 들여오고 밖에서 장렬히 죽어간 화분의 애들은 비워내고 화분을 씻어 놓았습니다. 내년 봄 다시 심어야지요. 마당의 잔디도 갈색으로 변해 갑니다. 나무에서 떨어진 낙엽들이 잔디에 떨어져 쌓입니다. 처음 몇 번 긁어냈으나 이젠 그냥 둡니다. 집안에서도 월동준비를 끝냈습니다. 예전에야 월동준비하면... 김장과 연탄 들여놓기 이겠으나 요즘 월동은... 꽃밭이나 마당정리하고 꽃밭옆 수전을 잠그고... 겨울옷과 여름옷 바꿔 넣기 정도가 아닐까 합니다. 보일러도 한번 점검해 봐야겠지만 이거야 전문가나 하는 것 같아... 그냥 건너뛰고요. 물론 이불도 겨울 이불로 바꿨습니다.

자두 때문에 여름에 쓰던 선풍기도 넣고 히터를 꺼냈습니다. 고민은... 수십 년 동안 입지 않았던 겨울내복을 이번해부터 입으려 하는데 좀 꺼려지고 있습니다. 몇 번 입었으나 살에 딱 붙는 느낌이 싫어서 입지 못한 경험 때문에... 이번엔 다른 재질로 된 내복을 샀으나... 어쩔지 모르겠습니다. 나이 든 티 내는 건 아닐지...


일상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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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이렇게 집이 있음에도/ 중.우) 밖에서 잠을 자는 자두

자두의 집도 월동준비를 했습니다. 문제는 자두가 집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거... 이상합니다. 왜 자기 집을 두고도 밖에서 자는지 집에 뭐가 들었을까 해서 집 청소도 하고 햇볕에 집안을 말려주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나의 체취가 묻은 겨울 파카 헌 옷을 넣어 두었습니다. 그래도 안 들어갑니다. 게다가 지난겨울 실내에서 겨울을 나고(물론 밤에 잠만 실내에서 자고) 올여름까지는 밖과 안으로 오가면 살던 자두는 들어오지는 않을 거면서 문을 열어 놓으라 성화로 여름내 문을 열어 놓고 지금도 문을 열어 놓고 사는데 여름엔 그래도 잠은 들어와 자더니 이젠 그나마 잠도 밖에서 잡니다. 이젠 그냥 밖에서 자기 집 옆에 깔아 놓은 대형 털방석에서 잡니다. 그럼 나는 자다 깨서 문을 그제야 닫습니다. 하지만 초저녁까지는 문 앞에서 낑낑대며 계속 내게 보챕니다. 무슨 연유인지는 모르고 그때마다 나가서 쓰다듬고 안아주고 들어 옵니다. 그렇게 밤까지 몇 번을 그러다 밖에서 잠을 자면 조용해집니다. 청개구리도 이런 청개구리가 없습니다. 찬바람 불고 기온이 뚝 떨어지자 밖에서 자는 자두... 늙어가며 무슨 고집인지... 저 찬 시멘트 바닥에 배를 깔고 누워 있기도 하니... 그 참... 그나마 다행인 건 자두가 겨울추위를 잘 견디는 애라서 다행입니다만 저 밖에서 자는 자두는 저렇게 겨울을 날까요?


일상 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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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중) 이미지 뱅크에서/ 우) 직접 내린 커피와 머핀

커피... 나의 하루는 커피로 시작을 합니다. 직접 내린 커피를 마시면서 그날의 하루를 엽니다. 주말 아침에도 눈을 뜨면 뒤척이며 '아... 커피를 내려야지... 그리고 빵을 먹어야지...' 해서 늦잠을 못 잡니다. 눈 비비고 일어나 두 가지 커피를 갈아 블렌딩 합니다. 향은 이 정도, 진하기는 이 정도... 나름의 맛을 맞춥니다. 나는 진한 블랙커피를 좋아합니다. 멀건 아메리카노는 싫어합니다.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를 주문할 땐 늘 샷 추가를 합니다. 내 표현으로 하자면 양말 빤 물 같은(이태리 사람들도 그런 표현을 한답니다. 미국식 커피를 경멸하는 표현으로요) 멀건 커피는 싫습니다. 공짜로 줘도 먹기 싫은 커피가 옅은 커피입니다. 버디감 풍부하고, 산미 적당하고 향 그득한 커피... 를 좋아합니다. 이렇게 나의 일상에서 커피와 빵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게 되었습니다. 몇 해 전 역류성 식도염으로 고생하며 진료를 받을 때 의사 선생님이 담배 끊고 커피와 밤에 먹는 야식을 끊으라 했는데 담배만 끊고 커피와 밤에 먹는 빵은 못 끊고 있습니다. 이 겨울 따스한 커피와 맛있는 빵을 먹을 상상만 해도 행복한데 그걸 못 먹게 하다니... 그건 참지 못하겠습니다. 석 달에 한 번씩 가는 순환기 내과 진료에서도 아직도 밤에 빵을 드시나요? 했을 때 네... 그렇습니다. 특히 긴 겨울밤... 고소한 빵을 먹는 건 소확행입니다. 그걸 말리진 말아 주세요... 하니 네 안 드시는 게 제일 좋겠지만 정 드실거면 초저녁에 드세요...

밤중에 드시지 말고요... 하십니다. 그런데 문젠 겨울밤, 빵을 두 개쯤 아작을 내야 잠을 잘 수가 있다는 거...

큰 일입니다.



자두, 살구, 고양이에 대한 지난 글들

[브런치북] 자두, 살구 이야기

[브런치북] 어느 날 고양이-1

[연재 브런치북] 어느 날 고양이-2

[브런치북] 시골냥이들과 자두-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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