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이 돼서 그런지 잘 못 잤다. 그래도 꼬물범이는 이상이 없는 것 같았고 아침에 일어나니 오늘부터 22주 4일 차라 생존 가능성이 10%라도 생긴 것에 기뻤다. 23주면 또 다르다 3일 남았다. 23주부터는 일주일 단위로 셀 것 같다. 28주면 생존 가능성 95%, 이번 설날이다. 멀고 또 멀지 않다.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나에게는 꼬물범이와 든든한 보호자가 있다.
2021년 1월 5일 22주 5일
간호사 선생님이 태동 많은 게 좋다고 해서 오전부터 단것 하나씩 먹었더니 하루 종일 아기가 많이 움직였다. 남편이 저녁에 면회 왔을 때 함께 유튜브 보면서 낄낄거리고 웃었다. 우리 아기도 기분 좋았겠지?
넷플릭스와 왓챠를 보기 시작했는데 코미디만 찾아서 보고 있다. 영화는 좀 더 집중도가 필요해서 시트콤과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다. 그리고 이어폰으로 음악 듣는 게 아기한테 들리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내가 음악을 들으면 기분 좋은 호르몬을 느끼는 거지 뱃속 아기가 함께 듣는 건 아니라고 한다. 아기가 들으려면 배를 통해 본인이 직접 들어야 한다고 해서 좀 당황했다. 이곳은 아무 소리도 나지 않기 때문이다. 아기가 소리에 전혀 노출이 안 되는 것 같아서 헤드폰을 주문했다. 귀에 대는 부분을 직접적으로 배에 대서 태교 하는 방법도 있었다.
고위험산모실은 적막만 존재한다. 코로나 때문인지 각 침실마다 커튼이 쳐져있어서 누가 있는지도 모르겠고 누구 하나 소리 내 우는 사람도 없다. 누군가 새로 입원하고 급하게 출산하러 갈 때도 조용하고 신속하게 끝난다. 내 앞 침대 산모만 매일 저녁에 집에 두고 온 첫째와 통화한다. 마음이 이곳과 그곳에 있겠지.
아가, 이제 오늘 자고 한번 더 자면 23주야. 생존 가능성 30% 되는 거야. 좁아서 힘들어도 잘 참아줘. 호랑이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 된다고 했어 그러니까 너도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잘 버티고 있어 사는 게 진짜 호락호락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