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매미 소리가 사그라들면서 오는게 아니다.
솔솔 부는 선선한 바람으로 오는 것도 아니다.
가을은
귀뚜라미 소리로 가장 먼저 온다.
모두가 잠든 고요한 밤,
창문 틈으로 들리는 귀뚜라미 소리
뚜르르릇 귀뚜라미 소리는
울음일까, 웃음일까
어린 시절 가을 문턱에
매일 새벽 들었던 협주곡이 있었으니
부엌에서 들리던 달그락 소리
그리고 귀뚜라미 소리
음이탈이 없는 한편의 연주
때로는 어머니의 한숨 섞인 추임새에
때로는 어머니의 흥얼거림에
귀뚜라미는 빈틈없이 맞장구를 친다.
해가 환히 뜨면 청중이 떠날까봐
온 몸을 다해 부르는 귀뚜라미
오늘도 새벽의 협주를 완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