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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동근 변호사 Jun 01. 2022

[부동산전문변호사] 신탁제도와 상속, 수익자연속신탁

1. 수익자연속신탁의 의의


상속이나 유증을 통하여 일회적인 재산승계를 넘어서서 여러 세대를 연속하여 순차적으로 재산이 승계되도록 하는 데에는 법적으로나 현실적으로 많은 제한이 따릅니다.


민법상 상속이나 유증으로 재산승계가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피상속인 또는 유언자의 사망 당시 상속인 또는 수유자가 생존하고 있거나 적어도 태아로 존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민법 제1064조, 제1000조 제3항). 따라서 부모가 상속이나 유증으로 재산승계를 계획할 때 아들(딸) 세대를 넘어서서 손자(녀), 증손자(녀), 고손자(녀) 등 장래 세대의 자손들이 연속하여 순차로 재산을 승계하는 구도를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신탁은 신탁 설정 시에 수익자가 반드시 특정되어 있거나 현존할 것을 요구하지 않습니다(신탁법 제67조 참조). 수익자가 특정되어 있지 않거나 존재하지 않더라도 신탁은 유효하게 설정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신탁구조의 유연성은 수인의 수익자가 순차적으로 연속하는 형태의 신탁을 가능하도록 하였는데 이를‘수익자연속신탁’이라고 합니다. 예컨대 “A가 생존하는 동안 A에게 신탁수익을 지급하고, A의 사망 이후 A의 자녀들이 생존하는 동안에는 A의 자녀들에게 신탁수익을 지급하며, A의 자녀들이 모두 사망한 후에는 B에게 신탁원본을 지급한다.”라는 내용의 신탁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이때 신탁에서 지정한 기간에 따라 - A의 생존 중, A의 사망 후 A 자녀들이 생존할 때까지, A 자녀들이 모두 사망한 후 - 수익자가 A, A의 자녀들, B로 연속하게 됩니다.


만약 위탁자가 A의 아버지라면 위탁자는 수익자연속신탁을 통하여 위탁자 - A(위탁자의 아들) - A의 자녀들(위탁자의 손자·손녀)로 이어지는 몇 세대에 걸친 순차적·연속적인 재산승계를 이룰 수 있습니다.


위탁자가 신탁을 설정할 당시 A의 자녀들이 태아거나 이미 출생하여 존재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수익자연속신탁을 이용하면 여러 세대에 걸친 재산승계가 용이하게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실제 수익자연속신탁은 전통적으로 영국에서 토지소유제도와 결합하여 가산(家産)을 후대에까지 보존하는 중요한 제도로 기능하였습니다.



2. 수익자연속신탁의 유효성


종래 수익자연속신탁의 효력을 우리 법상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 되었으나, 신탁법 제60조는 “신탁행위로 수익자가 사망한 경우 그 수익자가 갖는 수익권이 소멸하고 타인이 새로 수익권을 취득하도록 하는 뜻을 정할 수 있다. 이 경우 수익자의 사망에 의하여 차례로 타인이 수익권을 취득하는 경우를 포함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신탁법에서 수익자연속신탁의 유효성을 인정한 이유는, 우리나라에는 영미신탁법과 같은 영구불확정금지의 원칙(rule against perpetuities)이 없고, 위탁자가 생전에는 자신을 수익자로 하되 자신의 사후에는 부인을 수익자로, 부인의 사후에는 다시 자녀를 연속하여 수익자로 하는 유형의 신탁을 허용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신탁법 제60조는 수익자가 연속되는 사유로서 ‘사망’만을 언급하고 있으나 사망 이외의 다른 사유로 수익자가 변경되는 신탁도 설정할 수 있습니다.


수익자연속신탁의 사유를 사망으로 제한할 이유가 없고 신탁제도의 가장 큰 특징이 위탁자의 의사 존중과 재산관리의 유연성에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사망 이외의 사유로 수익자가 변경되어 연속되는 신탁도 유효성을 부정할 이유는 없습니다.






3. 영구불확정금지의 원칙과 수익자연속신탁의 존속 기간


(1) 영구불확정금지의 원칙


영미의 상속법은 유언의 자유, 즉 유언자가 자유롭게 자신의 재산을 처분할 수 있는 자유를 존중하는 원칙 아래 발전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러한‘처분의 자유’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고 이를 제한하는 법리로서 보통법(common law)상 영구불확정금지의 원칙이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영구불확정금지의 원칙을 “모든 권리는 그 권리가 생긴 때에 생존한 어떤 사람의 사후 21년 이내에 확정(vest)되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그 권리는 유효하지 않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를 신탁에 적용하면 신탁에 관한 권리가 발생할 당시 생존한 어떤 사람의 사후 21년 내에 신탁에 관한 권리가 확정되어야(예컨대, 모든 수익자들의 확정) 하는 것입니다. 영구불확정금지의 원칙이 직접적으로 신탁 기간을 제한하지는 않지만 신탁에 관한 모든 권리가 영구 기간(perpetuities period) 내에 확정되거나 소멸되도록 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신탁의 기간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영구 기간을 계산하는 기준이 되는 ‘생존한 어떤 사람(life in being)’은 영어로는 measuring life 또는 vali- dating life로 일컫는데 신탁에 관한 권리가 발생할 당시에 생존한 사람이면 누구라도 그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영구불확정금지 원칙의 목적은 ① 신탁재산의 처분 가능성을 유지하고(keep property marketable), ② 신탁재산에 대한 사자(死者)의 지배를 제한하기 위한 것입니다(limiting dead hand control).


첫째, 신탁재산의 처분 가능성을 유지한다는 의미는 일정 기간 내에 신탁재산의 수익자가 확정되도록 요구함으로써 신탁재산이 주기적으로 처분 가능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신탁재산에 대한 권리자가 누구인지 확정되지 않으면 신탁재산을 처분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둘째, 상황변화에 따라 신탁재산관리에 관한 약정에 구속되는 것이 쓸모없어지고 이로 인하여 원하지 않은 결과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영구불확정금지의 원칙으로 신탁을 통한 사자의 지배에 신탁 설정 시 생존한 자들 중 명시적·묵시적으로 특정된 자의 사후 21년이라는 시간적인 제한(대략 100여 년)을 두는 것입니다.


(2) 신탁법상 영속적인 수익자연속신탁이 가능한지 여부


신탁법은 수익자연속신탁의 유효성을 긍정하는 조문만 두었을 뿐 그 존속 기간의 제한에 관한 규정은 두고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영미 신탁법상 신탁의 존속 기간을 제한하는 영구불확정금지의 원칙이 적용되는지 문제가 될 수 있으나, 신탁법은 우리나라의 민법 등에 소유권에 기한을 제한하는 규정이나 법리가 없는 점, 일반 사법의 법리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하여 존속 기간에 제한을 두지 아니한 것입니다.


또한 신탁은 상속의 대체수단으로서 재산승계의 기능 이외에 상사신탁에서는 상법상의 회사와 같은 기능을 수행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회사에 존속 기간에 대한 제한이 없음에 비추어 신탁에도 존속 기간을 두지 않은 것입니다.


결국 신탁법상으로는 영속적인 수익자연속신탁이 가능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다만, ① 지나치게 오랜 기간 동안 수익자가 확정되지 않을 경우 언제까지 신탁을 계속 운영해야 하는지, ② 영구적인 수익자연속신탁이 가능하면 가족의 재산이 몇 세대를 거쳐도 해체되지 않고 마치 왕조의 재산과 같이 이어지는 왕조신탁(dynasty trusts)이 가능하다는 것인데 이것이 법 정책적으로 바람직한 것인지 등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4. 수익자연속신탁에서 수익자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경우


수익자연속신탁에서 수익자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경우 잔여 재산의 귀속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여야 하는지 문제됩니다.


수익자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면 신탁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신탁은 종료하고(신탁법 제98조 제1호) 신탁의 잔여 재산의 분배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신탁법은 ‘신탁종료 후의 신탁재산의 귀속’이라는 일반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위탁자가 신탁행위로 신탁재산의 잔여 재산이 귀속될 자(귀속권리자)를 정해 놓은 경우 그 귀속권리자에게 귀속되고 신탁재산의 잔여 재산이 귀속권리자에게 이전될 때까지 그 신탁은 존속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신탁법 제101조 제1항 및 제4항). 귀속권리자가 신탁의 잔여 재산에 대한 권리를 포기한 경우에 잔여 재산은 위탁자와 그 상속인에게 귀속하게 됩니다(신탁법 제101조 제2항). 위 두 가지 방법으로도 잔여 재산의 귀속을 정할 수 없는 경우에 국가에 귀속됩니다(신탁법 제101조 제5항).


그런데 수익자연속신탁은 그 성격상 장기간 존속할 것으로 예상되고 신탁 설정 시에는 미래의 상황을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에 위탁자가 신탁을 설정할 때 미리 최종 귀속권리자를 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또한 귀속권리자를 신탁행위로 정하지 않은 경우에는 위탁자 및 그 상속인에게 귀속되는데 위탁자가 이미 사망하고 오랜 시간이 흘렀다면 수탁자로서는 그 상속관계를 일일이 확인해야 하므로 수탁자의 업무 부담이 가중될 염려가 있고, 현실적으로 그 상속인을 찾아내기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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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자연속신탁에 대해 더 궁금하신 점이 있으시거나 관련 소송을 진행하고자 하신다면 정동근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법무법인 조율 정동근 변호사

부동산 전문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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