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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가 바뀌면 우리도 바뀝니다.

물리치료사의 몸 이야기(신경 가소성)

 한때 뇌를 다루는 학문의 분야라면 모두가 뜨거운 감자로 화두에 올린 주제가 바로 ‘신경 가소성’이다. 말 그대로 신경은 변화한다는 내용의 이론인데, 지금이라면 누구라도 뇌가 바뀔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당연하게 생각할지 몰라도 당시의 관념으로는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논란이 될만한 소재였다. 당연할 수 없었던 당연한 이야기. 그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신경 가소성이라는 가설이 세워지기 전, 사람의 뇌는 태어날 때 결정되어진다 믿었다. 아동의 뇌 발달에서 크기 변화만 있을 뿐 구조와 기능의 변화는 없다고 본 나머지 선천적인 한계를 정한 나머지 변화의 가능성을 제한한 것. 이러한 믿음의 연장선에서 뇌에 상처가 생기는 순간 치유 불가능한 영역으로 취급했다. 회복될 수 있는 가능성을 닫아 버리니 몸의 치유력을 간과할 수밖에 없었다. ‘사람은 절대 바뀌지 않아’라는 말을 하고 다니는 사람이 있다면 이러한 맥락의 믿음이 아직도 이어진 분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시간은 지식의 발견 속도를 가파르게 해 주었다. 하나, 둘 사람들의 믿음을 반증하는 근거들이 제시되기 시작한 것이다.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는 믿음으로 걸어 놨던 브레이크를 풀어 보고 나니 뇌는 실제로 자극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고 있었다. 특히나 변화가 도드라졌던 곳은 대뇌 피질과 해마, 즉 사고와 기억을 담당하는 영역에 해당한다. 그렇다 우리는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는 존재였다.

 하나의 예시로 샌프란시스코 의과대학에서 한 실험이 있다. 원숭이의 손가락을 바늘로 꿰매고 나서 몇 주 후 뇌의 지도를 관찰하였다. 이전엔 확연하게 구분되었던 뇌 속 손가락을 담당하는 지도가 하나로 합쳐지며 하나의 손가락처럼 결합되었다.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꿰맨 손가락을 다시 분리하고 몇 주 후 관찰한 뇌에선 손가락을 담당하는 뇌의 지도가 원상 복구된 것이다. 이 실험은 당시 뇌는 변할 수 없다는 생각의 관점을 완전히 깨버린 충격적인 결과를 보여주었다.     


 신경 가소성은 뇌가 바뀌는 방식을 통해 크게 두 가지의 테마로 구분된다. 하나는 회복 가소성, 다른 하나는 적응 가소성이라 말한다. 첫째로 회복 가소성은 의학적 개념으로, 손상된 뇌 조직이 회복하거나 주변의 손상 없는 조직에 의해 대체되는 현상을 이야기한다. 주로 출혈이나 외상에 의해 신경 조직이 상처를 입게 되면 발생한다. 나타나는 증상에 비해 회복과정이 다른 신체 기관에 비해 느린 편에 속한다. 그러다 보니 마치 회복이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으나 그러는 사이에도 신경 조직은 회복이 이루어지고 있다.

 둘째는 적응 가소성이다. 이미 형성된 대뇌 피질 영역 간의 연결이 강해지고 약해지는 과정이다. 뇌세포인 뉴런은 동일한 사고 간에 하나의 무리를 형성하는데 이를 연결하는 연결망이 존재한다. 이러한 무리가 많고 연결이 다양할수록 생각의 다양성도 생겨난다. 주로 교육과 학습에서 발생하며 들어오는 정보에 따라 강해지기도 약해지기도 한다.     

 이렇게 뇌는 전 생애에 걸쳐 바뀌고 있다. 밥을 먹고, 일을 하고, 친구를 만나며 잠을 자는 모든 순간마다 우리는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변화의 핵심은 바로 자극이다. 뇌는 자극이 없음을 싫어한다. 몸은 자극을 통해 바깥에서 오는 변화를 알아차린다. 정보는 뇌를 깨운다.

 자극은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다. 자극의 종류에 따라 뇌는 좋은 방향으로 가기도 하고 나쁜 방향으로 가기도 한다. 나쁜 자극의 반복은 나쁜 상황에의 적응을 의미한다. 이런 상태 중에서 흔히 알고 있는 모습 중 중독이 있다. 때문에 우리는 좋은 자극과 환경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


 뇌졸중이 발생하면 2주간 가소성이 절정에 달한다. 상처 입은 뇌를 수복하기 위한 기회의 창이 열리는 것이다. 때문에 마비된 신체를 위해 초기부터 적극적인 물리치료를 진행하고는 한다. 이처럼 운동은 우리에게 좋은 자극이다. 많은 학자들이 뇌가소성을 위한 최고의 방법 중 하나로 운동을 꼽고 있다. 운동을 하면 뇌혈류량이 증가하고 신경의 성장인자 발현이 촉진된다. 뇌를 바꾸는데 운동이 중요하다는 증거는 차고 넘칠 정도로 많다. 우울증 환자들에게는 가벼운 유산소 운동을 처방할 만큼 운동은 뇌를 바꾸는데 긍정적인 필수 조건 중 하나이다.


 우리는 언제나 변화의 가능성을 품고 있다. 몸으로 들어오는 모든 정보는 뇌를 바꾸고 나를 바꾼다. 뇌가 바뀌면 우리도 바뀐다. 자신을 바꾸고 싶다면 잠시 하던 일을 내려놓고 밖에 나가 달려보자. 별 것 아닌듯한 달리기가 상상하는 것보다 큰 변화의 가능성을 열어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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