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 훌륭하게 살기

1. 침팬지 무리에는 가장 높은 서열의 알파 메일이 있다. 알파는 또 다른 알파 도전자가 나타나면 그와 싸워야 한다. 최고의 자리이지만 늘 불안한 지위다. 수컷 공작의 꼬리깃은 길고 화려할수록 암컷을 유혹하는데 유리하다. 하지만 꼬리깃이 길고 화려한만큼 포식자의 눈에 잘 띄고 도망가기도 어렵다. 최고의 지위, 화려한 외모가 생존에 꼭 유리한 것은 아니다.

2. 다니엘 S. 밀로는 생존의 관점에서 볼 때 '충분히 훌륭한 것(good enough)'이 '탁월한 것(excellent)'보다 유리하다고 말한다. 탁월성을 추구하는 노력은 오히려 생존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 진화의 사례들도 모두 탁월한 상태에 훨씬 못 미치고 충분히 훌륭한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3. 최고가 되기 위해, 경쟁에서 모두를 이기기 위해 쏟는 노력은 분명 생존과는 무관하다. 그 과정에서 얻는 스트레스는 오히려 건강한 삶을 빼앗아갈 뿐이다. 최고급 아파트에 살지 않더라도 외모가 눈부시지 않더라도 괜찮다. 평범함 그 자체만으로 이미 충분히 훌륭하다. 적당히 훌륭하게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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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니엘 S. 밀로, <굿 이너프(Good Enough)>, 다산사이언스,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