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더 강한 것일까

1. 수컷 엘크는 매년 겨울 뿔갈이를 한다. 뿔을 교체하는 시기는 매우 중요하다. 뿔을 일찍 버리면 다른 수컷보다 새 뿔이 먼저 다시 자라기 시작하고 다음 해에 더 큰 뿔을 갖게 된다. 큰 뿔은 그를 암컷 쟁탈전의 승자로 만들어 준다. 동시에 수컷 엘크의 뿔은 늑대의 공격을 막는 중요한 방어 무기이다. 늑대는 뿔이 없는 엘크를 1순위 표적으로 삼는다. 뿔을 너무 빨리 버리면 생존 자체의 위험이 커진다. 딜레마다.

2. 힘세고 영양상태가 좋은 수컷이 늑대로부터의 위험을 감수하고 먼저 뿔을 탈락시킨다. 약하고 짝짓기에 자신 없는 수컷은 뿔을 늦게 뗀다. 그 결과 가장 크고 건강한 수컷이 늑대에게 우선적으로 사냥당해 죽게 된다.* 아이러니다.

3. 용기있게 먼저 뿔을 던져버린 건강하고 힘센 수컷 엘크, 짝짓기를 일찌감치 포기하고 뿔을 늦게 뗀 연약한 수컷 엘크. 살아남은 건 후자다. 누가 더 강한 것일까. 지금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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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tthew C. Metz et al., ‘Predation shapes the evolutionary traits of cervid weapons’, Nature Ecology & Evolution, 03 September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