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꿀벌은 무리의 규모가 커지면 분봉*한다. 여왕벌과 일벌의 3분의 2 정도가 기존의 벌집을 버리고 밖으로 나온다. 분봉하면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것이 새 집터를 찾는 것이다.
2. 새 집터를 결정하는 것은 집단의 사활이 걸린 중대한 문제다. 잘못된 의사결정을 하면 집단 전체가 포식자에게 먹히거나 겨울을 나지 못하고 죽을 수 있다. 꿀벌은 여왕벌이 지배한다고 알고 있지만 여왕벌은 결정권을 행사하지 않는다. 집터의 탐색부터 최종 결정까지 수많은 정찰벌들이 그들만의 신호를 통해 의사를 전달하고 평가한다. 정찰벌 하나가 실수하거나 함정에 빠지더라도 괜찮다. 다른 정찰벌들이 여러 후보지들을 다시 확인하고 검토하기 때문이다.** 민주적 의사결정은 한 사람의 치명적인 실수를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착오나 고집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할 경우 다른 누군가에 의해 견제될 수 있다.
3. 민주주의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이미 자연에 존재하는 검증된 시스템이다. 완전하지 않은 개체들이 모여있을 때 가장 효과적인 방식인 것이다. 민주주의의 힘을 확인할 시간이다.
* 벌들의 무리가 둘로 나뉘어 현재 살고 있는 집에서 딴 집으로 나가 옮기는 것
** 토마스 D. 실리, <꿀벌의 민주주의>, 에코리브르,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