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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나 Oct 26. 2024

돌 틈에 피어나 짓밟혀도 당신은 아름다운 꽃이다

돌 틈에 피어나 짓밟혀도 당신은 아름다운 꽃이다 10

아동학대 생존자로 살아가는 것 중 힘든 부분은 누구에게도 공감받지 못할 상처라는 점이다. 부모님과 사이가 좋지 않다는 사람들조차 마음 깊은 곳에는 애틋한 마음과 사랑이 존재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부모님을 바탕으로 상상하다 보니, 그래도 부모님인데 어떻게 인연을 끊고 살 수 있을지 절대로 공감할 수가 없을 것이다.


꼭 어린 시절에 부모에게 학대를 받지 않았더라도, 누구에게든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학대를 받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가장 먼저 할 일은 그들로부터 최대한 멀어져야 하는 것이고, 그럴 힘을 키우기 위해 자신을 사랑하는 연습을 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자신을 가장 강하게 만드는 것은 자기 사랑이다.


나를 함부로 짓밟는 사람들 틈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나는 나를 소중히 대하는 방법을 몰랐다. 늘 매 맞고 걷어차이고, 내 감정과 의견을 묵살당했기 때문에, 어른이 되어서도 오랫동안 내 몸과 마음을 돌볼 줄도 몰랐고, 내 목소리를 내는 방법도 몰라서 모든 인간관계가 서툴고 어려웠다. 사람들은 자신을 사랑할 줄 모르고 자존감이 낮은 사람을 본능적으로 간파하고 함부로 대하고 이용한다. 하지만 내가 나를 사랑하고 존중하면 남들도 나를 존중할 수밖에 없다. 이 진리를 깨닫기까지 많은 것을 잃고 다양한 시련을 겪어야 했다.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이 없다고 해서 내가 사랑받을 가치가 없는 사람인 것은 아니다. 그만큼 내가 나를 더 많이 사랑해 주면 된다는 뜻이다. 그리고 사랑받지 못하고 살았다고 주눅 들 필요도 없다. 사랑을 주고받은 적이 없는 만큼, 내 안에 고스란히 남아있는 사랑이 더 많기 때문에 나는 사랑이 넘쳐나는 사람이라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그 넘치는 사랑을 가장 먼저 자신에게 줘야 한다.


차가 쌩쌩 달리는 도로 구석의 돌 틈에 피어난 민들레를 본 적이 있다. 안전하고 기름진 꽃밭도 많은데 하필 척박한 곳에 피어난 그 꽃의 위태로운 모습이 어딘가 나를 닮은 것 같아서 마음이 쓰였었다. 그런데 며칠 후 민들레는 튼튼한 잎사귀들을 길게 뻗고, 더 많은 꽃을 꼿꼿이 피워낸 후 홀씨가 되어 훨훨 날아갔다.


꽃밭의 꽃들보다 위험한 환경에서 피어났지만 민들레는 최선을 다해 자신의 삶을 충만히 살아냈고, 더 좋은 환경에서 피어난 꽃들 못지않게 언제나 꽃답게 당당하고 아름다웠다. 주어진 삶은 위태롭고 험했지만 모든 순간을 꽃다운 모습으로 아름답게 살아간 것이다.


비록 거친 돌 틈에 피어나서 힘들다고 느껴지더라도, 우리는 모두 각자의 향기가 있는 아름다운 꽃이다. 그리고 가장 나다운 모습으로 아름답게 살아갈 힘을 갖고 있다. 그 힘이 바로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다. 나도 아직 서투르고 연습 중이지만, 지금 어떤 이유로든 힘들어하고 있다면, 자기 사랑이 가장 큰 힘이 된다는 것을 기억해 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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