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급매
도대체 왜요…?
어디선가 걸려온 전화를 받은 그가 갑자기 긴장하며 말투와 음성이 바뀌었다. 매달리는 듯한 겁에 질린 목소리였다. 안나는 자신의 몸이 저절로 긴장하며 움츠러드는 것을 느꼈다. 안나는 청음 감도를 최대로 높였다.
…기자님한테 드린 거니까 기자님이 알아서 하세….
노비라의 목소리였다. 짓눌린 듯한 그의 목소리는 잔뜩 메말라 종결어미를 맺지 못하고 말끝이 갈라져 끊어지고 있었다. 어디 아픈 것 같기도 했다.
일을 이렇게 해도 되는 겁니까? 그쪽에서 하도 사정사정해 시간을 들여 점검하고 기사까지 반듯하게 써줬는데. 그것도 시리즈로 여러 번.
미안해요. 수사가 시작되고 전방위 압박이 들어와 예민해져서 그래요. 경쟁업체 쪽에서 최근 처벌이 강화된 불법 로비와 불법 광고기사 혐의로 걸었어요…
그렇다고…
이쪽에서 케어하고 수습할 시간이 없으니까 일단 처분하세요. 기자님도 위험할 수 있어요. 저와의 통화 내역도 드러나지 않도록 하시고요. 저도 이 폰 없애고 기자님께 피해 가지 않도록, 파장이 커지지 않도록 최대한 힘써볼게요.
안나는 놀라고 지쳐 어쩔 줄 몰라하는 노비라의 목소리가 생경하게 들렸다. 가끔씩 강고하고 단호한 표정을 지을 때가 있지만, 때로 쓸쓸한 표정이 얼굴에 견고한 침묵처럼 떠 있기도 했지만 그게 누구든 대화를 할 때는 긴 백금발을 좌우로 날리며 온갖 제스처를 동원하고 늘 자신감이 쩔던, 활기차고 다정다감한 노비라가 아니었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너무 동떨어진 목소리였다.
안나는 거의 패닉에 빠진 그가 손을 덜덜 떨면서 당근마켓에 올리는 메시지를 봤다.
‘최신형 러브봇 급매. 박스와 매뉴얼 포함’
그는 두 손으로 제 머리를 감싸 쥐고 흔들었다.
젠장, 그런 인간들에게 넘어가지 않았어야 하는데…. 젠장, 젠장….
안나는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아 그를 위로하고 싶었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 대신 가슴속에 박여있던 질문을 했다.
기자님에게 나는 무엇입니까?
괴물!
그가 잔뜩 화가 난 목소리로 소리쳤다. 잠시의 뜸도 들이지 않는 즉각적인 반응이었다.
너는 그저 괴물이야. 사람도 기계도 아닌 괴물! 아니, 사람과 기계 모두의 존재 바탕을 흔드는 괴물!
안나가 충격에서 채 헤어나기도 전에 그는 리모컨을 조작해 안나를 초기화시키고 남아있는 에너지를 모두 방전시킨 뒤 전원을 끄고 리모컨을 창밖으로 던져버렸다. 그는 곧바로 곁에 세워둔, 첼로 박스 같은 커다란 나무 박스에 안나를 집어넣었다. 안나는 갑작스럽게 먼 블랙홀 속으로 소멸되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정신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