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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고고학적, 역사적 사실과 기록을 바탕으로 구성되었습니다. 그러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과 장소, 기업, 사건은 모두 허구이며, 실제와는 무관합니다.
박재원이 화이트보드로 갔다. 마커를 집어 타임라인 초안을 적기 시작했다.
로시는 J씨와 S씨의 SNS를 열었다. 체형 매칭 2, 3위. 최근 게시물을 확인했다.
이수진은 녹음을 다시 재생했다. 중요한 부분을 메모했다. "시작됐구나", "완벽함은 거짓이다", "키테라의 딸들".
현진은 타임라인 데이터를 정리했다. CCTV 타임스탬프, K씨 증언 시간.
오후 여덟 시 십 분, 계단을 올라오는 발소리.
딱, 딱, 딱.
강윤서가 들어왔다. 코트를 벗으며 화이트보드를 봤다.
- 정리 시작했네요.
- 네. K씨 증언 들으면서요.
박재원이 마커를 내려놓았다.
- 타임라인이 복잡해요.
강윤서가 화이트보드 앞으로 갔다. 박재원이 적어놓은 것을 읽었다.
토요일 타임라인 (1차):
14:00 K씨 재수술
18:00경 원장이 K씨에게 전화
21:58 K씨 주차장 도착
22:00 K씨 원장 시신 발견
23:42 K씨 주차장 퇴장
- 원장 사망 시각을 추가해야겠네요.
강윤서가 마커를 집어 추가로 적었다.
~21:50 원장이 비너스에 균열 (메스 사용)
21:50 ~ 22:10 원장 사망 (프로포폴)
그리고 멈췄다.
- 그런데 22:17은요?
이수진이 물었다.
- 편의점 CCTV에 나온 후드 인물.
- 그게 K씨인 줄 알았는데...
박재원이 펜을 돌렸다.
- K씨는 그때 원장실에 있었어요. 한 시간 반 동안 패닉 상태로.
- 그럼 22:17에 나간 사람은 누구죠?
강윤서가 마커로 화이트보드를 두드렸다.
침묵이 흘렀다.
- 또 다른 방문자가 있었다는 거예요.
박재원이 말했다.
- "키테라의 딸들" 중 누군가?
강윤서가 22:17 줄에 추가로 적었다.
22:17 미확인 후드 인물 클리닉 퇴장 (편의점 CCTV)
- 원장이 죽기 전에 다른 사람한테도 연락했을 수도 있어요.
이수진이 조용히 말했다.
- 아니면...
현진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 원장이 죽은 걸 확인하러 온?
- 확인?
박재원이 고개를 돌렸다.
- 원장 죽음을 미리 알고 왔을 수도 있다는 거예요.
현진이 화면을 보며 말했다.
침묵이 흘렀다.
- 체형 매칭 결과 다시 봐야겠어요.
강윤서가 말했다.
- 22:17 인물이 누군지.
현진이 어제 저장한 파일을 열었다.
@bOOO_k (92%)
@vOOO_j (87%)
@pOOO_s (85%)
- K씨가 92%였는데, K씨가 아니라면...
현진이 말했다.
- J씨나 S씨일 가능성이 있어요.
- 로시, J씨랑 S씨 뭐 나왔어요?
강윤서가 물었다.
로시가 화면을 돌렸다.
- J씨는 토요일 밤 11시에 셀카 올렸어요. 집에서 찍은 것 같은데... 위치 태그가 강남이에요.
- 클리닉 근처인가요?
- 아니요. 신사동이요. 클리닉이랑은 좀 떨어져 있어요.
- S씨는요?
- S씨는...
로시가 스크롤을 내렸다.
- 토요일 게시물이 없어요. 금요일 마지막이고.
- 알리바이가 없네요.
박재원이 말했다.
- S씨가 22:17 인물일 가능성.
- 확정은 못 해요.
강윤서가 팔짱을 꼈다.
- 체형만으로는. 얼굴도 안 보이고.
- 내일 민정 씨한테 물어봐야겠어요.
이수진이 메모를 봤다.
- 토요일 저녁에 원장실 전화 기록. 누구한테 연락했는지.
- 맞아요.
강윤서가 스마트폰을 꺼냈다.
- 민정 씨한테 연락해야겠어요.
김성훈에게 전화를 걸었다. 스피커폰.
- 김 차장님, 강윤서입니다.
[네, 대표님.]
- 민정 씨 연락처 좀 받을 수 있을까요? 추가 질문이 있어서요.
[네, 문자로 보내드릴게요.]
- 그리고 원장실 전화 기록도 확인 가능한가요? 토요일 저녁.
[경찰이 확보했을 텐데... 제가 요청해 볼게요.]
- 감사합니다.
전화가 끊어졌다. 삐-.
곧 문자가 왔다. 민정 씨 전화번호.
강윤서가 바로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울렸다. 한 번, 두 번, 세 번.
[여보세요?]
젊은 여자 목소리였다.
- 민정 씨? 아르테 인사이트 강윤서입니다. 월요일에 뵀었죠.
[아, 네. 기억나요.]
- 혹시 내일 시간 되세요? 추가로 여쭤볼 게 있어서요.
[내일이요…]
민정의 목소리가 망설였다.
[오전은 장례식이 있어서요. 원장님 장례식. 오후는 괜찮아요.]
- 오후 몇 시가 좋으세요?
[세 시요? 클리닉으로 오시면 돼요.]
- 알겠습니다. 내일 세 시에 뵙겠습니다.
[네.]
전화가 끊어졌다.
강윤서가 화이트보드 옆 빈 공간에 적었다.
목요일 일정:
오전: K씨 만남 (봉투 수령)
오후 3시: 민정 면담 (클리닉)
- 내일이 중요해요.
강윤서가 마커를 내려놓았다.
- K씨한테서 편지랑 조각 파편 받고, 민정 씨한테 전화 기록 확인하고.
- 22:17 인물 정체도.
박재원이 화이트보드를 보며 말했다.
- 원장 자살은 거의 확실해 보여요.
이수진이 메모를 다시 봤다.
- K씨 증언이랑 물증이 맞아떨어져요. 책상 위 메스, 비너스 균열, 편지.
- 왜 자살했을까요?
로시가 의자를 뒤로 젖히며 물었다.
- 완벽함의 붕괴.
박재원이 말했다.
- K씨한테 남긴 편지. "완벽함은 거짓이다. 균열이 진실이다." 30명을 만들고 나서 깨달은 거예요.
- 완벽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강윤서가 조용히 말했다.
- 그래서 스스로 균열을 만든.
- K씨만은 자유롭기를 바란 거네요.
이수진이 말했다.
- 그룹에 들어가지 않은 K씨. 원장이 구하고 싶었던.
침묵이 흘렀다.
시계를 보니 아홉시를 향해 가고 있었다.
- 오늘은 여기까지 하죠.
강윤서가 코트를 집어 들었다.
- 내일 아침 일찍 모여요. 민정 씨 면담 준비하고.
- 몇 시요?
박재원이 물었다.
- 일곱 시.
- 알겠습니다.
하나씩 짐을 챙겼다. 노트북을 끄고, 가방에 넣고, 코트를 입고.
강윤서가 불을 껐다. 연구실이 어두워졌다.
계단을 내려갔다. 딱, 딱, 딱. 네 사람의 발소리.
현관문을 열었다. 밤공기가 차갑게 스며들었다.
- 내일 봐요.
- 네, 내일 뵙겠습니다.
각자 방향을 달리했다.
현진은 골목을 걸으며 생각했다. 22:17에 나간 후드 인물. K씨가 아니라면 누구일까. S씨? 아니면 완전히 다른 누군가.
원장의 마지막. 균열을 긋던 손. 떨렸을까.
완벽함은 거짓이다.
균열이 진실이다.
그 문장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2부 - 흉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