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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너스의 흉터 3부 「얼굴」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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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romeNa
이 작품은 고고학적, 역사적 사실과 기록을 바탕으로 구성되었습니다. 그러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과 장소, 기업, 사건은 모두 허구이며, 실제와는 무관합니다.


스물여덟 명의 여자들. 모두 흰색 원피스. 같은 얼굴. 관 앞에 줄지어 서 있었다.

현진이 사진을 확대했다. 맨 앞줄 가운데 한 명이 눈에 띄었다.


- 저분은 누구예요?


민정이 보았다.


- 잘 모르겠는데... 다른 환자분들이 "언니"라고 부르더라고요. 리더 같았어요.


현진이 노트북을 열었다. 타임라인 파일을 불러왔다.


- 토요일 저녁 전화 기록 확인 가능할까요?


강윤서가 물었다.


- 경찰이 가져갔어요. 그런데 제가 기억하는 게 있어요.


민정이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 토요일 오후 여섯 시쯤, 원장님이 전화 두 통 하셨어요. 첫 번째는 K씨였어요. 이름을 부르셨거든요.

강윤서가 펜을 멈췄다.

- 잠깐만요. 토요일 오후에 클리닉에 계셨어요? 토요일 밤에는 없었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민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 네. 낮에는 있었어요. 원장님이 K씨 재수술하셔서. 저도 보조했고요. 그런데 오후 다섯 시쯤 퇴근했어요.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드렸다.


- 여섯 시 전화는... 제가 짐 챙기면서 들었어요. 원장실 문이 열려 있었거든요. 목소리가 들렸어요.

- 두 번째는요?

- 잘 안 들렸는데... "올 수 있니?"라고 하신 것 같아요.


민정이 눈을 감았다. 기억을 더듬었다.


- 이름이... 한 글자였어요. "야, S야"인지 "J야"인지... 짧았어요.


박재원과 강윤서가 눈을 마주쳤다.


- S나 J.


박재원이 펜을 돌렸다.


- 체형 매칭 결과랑 맞네요.


현진이 민정에게 사진 속 리더를 다시 보여줬다.


- 이분이 혹시 이니셜이 S나 J로 시작하는지 아세요?

- 잠깐만요.


민정이 스마트폰으로 뭔가를 검색했다.


- 클리닉 환자 기록은 못 보지만... 아, 이분 SNS 찾았어요. @pOOO_s예요.


현진이 즉시 검색했다.


- S씨네요. 체형 매칭 85% 나온 사람이에요.

- J씨는 토요일 밤 알리바이가 있고...


박재원이 정리했다.


- 그럼 S씨가 22:17 인물일 가능성이 높네요.


강윤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 하지만 확실하진 않아요. 체형 매칭도 100%가 아니고, 민정 씨도 이름을 정확히 못 들으셨고.


***


오후 다섯 시, 연구실로 돌아왔다. 이수진과 로시가 기다리고 있었다.


- 어떻게 됐어요?


로시가 의자를 굴려왔다.


- 22:17 인물, S씨일 가능성이 있어요.


박재원이 말했다.


- 하지만 확정은 아니에요. 민정 씨 증언도 불분명하고, 체형 매칭도 85%고.

- 저희도 뭔가 찾았어요.


로시가 화면을 돌렸다. S씨의 인스타그램이 떠 있었다. 최근 게시물. 오늘 올라온 것.

사진은 비너스 조각이었다. 클로즈업. 얼굴 부분. 균열이 없는 완벽한 얼굴.

캡션이 있었다.


> 완벽함은 영원하다. 균열은 거짓이다. 우리는 하나다. #키테라의딸들 #비너스 #완전함


댓글이 스물일곱 개 달려 있었다. 모두 같은 사람들. 그룹 멤버들.


> 우리는 하나. 완벽함은 영원하다. 자매여, 함께.


똑같은 문장들. 반복.


- 원장의 메시지에 대한 반박이에요.


이수진이 조용히 말했다.


- 균열을 부정하는.


강윤서가 화면을 자세히 봤다. 게시 시간. 오후 2시 47분.


- 장례식 직후네요.

- 네. 민정 씨가 오전에 끝났다고 했잖아요.


박재원이 펜을 돌렸다.


- 장례식장에서 바로 올렸나 봐요.


로시가 댓글을 스크롤했다.


- 멤버들이 다 동의하는 댓글이에요. 마치 선언문처럼.


강윤서가 팔짤을 꼈다. 한참을 생각했다.


- 조사 결과 정리해야겠어요.


강윤서가 화이트보드 앞에 섰다.


22:17 인물 추정:
체형 매칭:
K씨(92%) → 제외(증언)
J씨(87%) → 제외(알리바이)
S씨(85%) → 가능성 높음
민정 증언: 원장이 S 또는 J에게 전화
그룹 활동: S씨 리더 역할


- S씨를 만나야겠어요.


강윤서가 마커를 내려놓았다.


- 보험금은 어차피 지급 불가지만, 2차 균열 여부를 확인해야 보고서가 완결돼요.


박재원이 펜을 돌렸다. 빙글빙글.


- 어떻게 접근하죠? 경계할 수도 있어요.

- 보험 조사라고 정직하게 말하는 게 나을 것 같아요.


강윤서가 팔짤을 꼈다.

로시가 S씨의 인스타그램을 열었다.


- DM 보낼까요?

- 네. 정중하게.


로시가 타이핑을 시작했다. 키보드 소리가 연구실에 울렸다.


타닥타닥타닥.


안녕하세요. 아르테 인사이트 연구원입니다.
아프로디테 클리닉 비너스 조각 보험 조사 관련해서 짧은 면담 요청드립니다.
토요일 저녁 상황에 대해 몇 가지 확인이 필요합니다.
편하신 시간과 장소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어때요?


로시가 화면을 돌렸다.


- 좋아요. 보내세요.


로시가 전송 버튼을 눌렀다. 작은 '휙' 소리.


- 읽음 표시 떴어요.


로시가 화면을 응시했다.

1분. 2분. 5분. 10분.


- 답이 안 오네요.


박재원이 펜을 멈췄다.


- 다시 보내볼까요?


강윤서가 고개를 저었다.


- 기다려봐요.


삼십 분이 지났다. 읽음 표시만 있었다.

로시가 추가 메시지를 보냈다.


보험금 처리에 꼭 필요한 확인입니다. 10분이면 충분합니다. 협조 부탁드립니다.


또 읽음 표시. 답장은 없었다.

여섯 시가 되었다.


- 답 안 할 것 같아요.


로시가 의자를 뒤로 젖혔다.

강윤서가 스마트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김성훈에게.


- 김 차장님, S씨가 면담 거부하는데요. 강제할 방법이 있나요?

[없어요. 민사라서 협조 의무가 없어요.]

- 그럼 어떻게 하죠?

[상황 증거로 판단하는 수밖에요. 체형 매칭, 알리바이, 증언 종합해서.]

-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었다.

박재원이 펜을 돌렸다.


- 답 안 하는 것도 의미가 있어요. 숨기는 게 있다는 거죠.

- 하지만 그것만으론...


이수진이 조용히 말했다.

로시가 한 시간 후에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


답변 없으실 경우 현재까지 확보된 증거로 보고서 작성하겠습니다.


읽음 표시.

그리고 답장이 왔다.


> @pOOO_s: 관심 없어요. 다시 연락하지 마세요.


화면을 모두가 봤다.


- 거부 의사가 명확하네요.


강윤서가 팔짱을 꼈다.

로시가 마지막으로 메시지를 보냈다.


혹시 나중에라도 말씀하실 게 있으시면 연락 주세요. 감사합니다.


읽음 표시조차 뜨지 않았다. 차단한 모양이었다.


- 차단했어요.


로시가 화면을 확인했다.


- 메시지가 안 가요.


침묵이 흘렀다.

강윤서가 화이트보드로 갔다. 마커를 집었다.


S씨 면담:
거부 (DM 무응답 → 거부 의사 → 차단)
협조 의무 없음 (민사)
상황 증거로만 판단


이대로 보고서 써야겠어요.

강윤서가 마커를 내려놓았다.


- 체형 매칭 85%, J씨 알리바이 있음, 민정 증언, 면담 거부. 이걸 종합해서.


박재원이 노트를 펼쳤다.


- 2차 균열 가능성은 높지만, 확증은 없어요.

- 보험금은요?


이수진이 물었다.


- 지급 불가예요.


강윤서가 단호하게 말했다.


- 원장 본인의 고의 훼손이 확정됐어요. 보험 약관상 면책 사유예요.

- 2차 균열은요?


박재원이 물었다.


- S씨가 추가로 훼손했든 안 했든, 이미 1차에서 면책 사유가 성립했어요.


강윤서가 펜으로 메모했다.


- 하지만 사건의 전모를 파악하는 건 필요해요. 경찰 수사 자료가 될 수도 있으니까.


현진이 데이터를 다시 봤다. 85%. 높은 수치였지만 100%는 아니었다.


- 경찰 수사 결과를 기다려볼까요?


로시가 제안했다.


-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몰라요.


강윤서가 고개를 저었다.


- 보험사는 빨리 결정해야 해요. 유족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시계를 봤다. 일곱 시.


- 오늘 밤까지 보고서 마무리하죠. 현재 증거로만.


각자 자리로 돌아갔다. 타이핑 소리가 연구실에 울렸다.


***


열한 시 반. 최종 보고서가 완성되었다.

비너스 두상 훼손 사건 조사 보고서 아르테 인사이트 2025년 2월 13일


결론:

1. 원장 자살 확정 - 유서 성격 편지 ("균열이 진실이다") - 조각 파편 물증 - K씨 증언
2. 균열 분석 - 1차 균열: 원장 직접 시행 (확정) - 2차 균열: 제3자 개입 가능성 (S씨 추정, 확증 불가)
3. 보험금 지급 거부 권고
- 피보험자 본인의 고의적 훼손 확정
- 보험 약관 면책 조항 적용
- 2차 훼손 여부와 무관하게 1차에서 이미 면책 사유 성립


PDF로 변환했다. 김성훈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전송 완료.

강윤서가 노트북을 덮었다.


- 끝났어요.


하지만 표정이 어두웠다. 모두가 그랬다.


- 찝찝하네요.


박재원이 펜을 내려놓았다.


- S씨가 뭔가 숨기는 것 같은데.


이수진이 창밖을 봤다.


- 차단까지 했으니까요.


로시가 의자를 뒤로 젖혔다.


- 그룹 리더가 원장 메시지를 지우려고 했을 수도...


현진은 화면을 끄며 생각했다.

22:17의 정체.

2차 균열의 의미.

결국 밝혀지지 않았다.


강윤서가 일어났다.


-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예요.


코트를 입으며 말했다.


- 한계가 있어요. 늘 그래왔듯이.


불을 끄고 계단을 내려갔다.

밖으로 나오자 밤공기가 차가웠다.


- 수고하셨어요.

- 네. 다들 고생하셨어요.


각자 방향을 달리했다.

현진은 지하철역으로 걸으며 생각했다.


풀리지 않은 사건.

S씨의 침묵.

원장이 남긴 균열.

그리고 누군가 이어 그은 선.

완벽함과 균열 사이.


진실은 어디에 있을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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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