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분동지 신혼(그림) 일기
3년이 넘는 시간을 함께 했지만 그는 여전히 나에게는 궁금하고 또 대단한 사람이다. 그를 만나고 나도 자꾸만 좋은 사람이고 싶어졌다.
한국인들과 함게 지내던 나의 쉐어 하우스에는 무려 9명이 함께 살아가고 있었다. 주방을 차지한다는 것은 조금은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일이었기에 나는 언제나 운동을 마치고 와인과 대충의 끼니로 허기를 채우곤 했다. 그러나 그와 연애를 시작하고 나의 요리에 대한 욕구는 불타오르기 시작했고 나는 매일 저녁, 달리기를 하고 돌아와 그와 함께 저녁을 먹는 소소한 일상에 빠져 있었다. 요리라고는 하나도 모르는 것처럼 언제나 설거지를 도맡아 하던 그는 한국에 돌아와 음식을 하기 시작했다. 그가 만들어내는 음식들은 언제나 내가 한 것보다 고퀄리티의 결과물이었다.
술을 마시고 매번 취해서 들어오던 아빠와는 달리, 그는 집에 도착해서야 긴장을 풀어놓는 사람이었다. 술에 취하면 언제나 무언가를 먹고 자는 습관때문에 집에 들어오는 길엔 언제나 까만 비닐봉지 하나가 함께 였지만 그 봉지 안에는 나에게 줄 과자가 언제나 담겨 있곤 했다.
또 그는 위키디피아 보는 것이 취미인 사람으로 (나는 태어나서 위키디피아를 그렇게 꼼꼼히 읽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몇 시간씩 핸드폰을 들여다보곤 했지만 그 정보들은 언제나 내가 가볍게 던지는 질문들의 답이 되곤 했다. 물어보는 대부분의 것들을 대답해주는 사람도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한참을 사귀다가 알게된 흥미로운 사실은, 그가 한 때 가수지망생이었다는 것이었으며 네이버에 검색을 하면 음원이 있는 (한때) 가수 이기도 했다는 것. ('LS - 지수에게' 를 검색해보세요) 그는 잊혀진 재능을 길거리 버스킹에서 뽐내곤 했다.
그는 어디에 내놓아도 후한 점수를 받는 좋은 인상의 사람이었고 실제로도 다른 이의 험담이나 나쁜 점보다 좋은 점이나 강점을 찾아내는 사람이었다.
정말 가끔은 나란히 누워 천장을 보다가 그보다 한참이나 부족한 내 자신에 울컥거려 괜한 짜증을 내곤 한다.
진짜 아주 가끔, 말이다 (삐질)
# Jessie
88년 천칭자리 / 서호주 사막 여행자로 살던 중 우연히 만난 남자와 지구별, 서울시에서 사는 중 / 회사와 맞지도 않으면서 회사원 코스프레하며 사는 중 / 외롭고 힘들 때 요가, 달리기, 글쓰기, 와인 마시기를 함
Instagram @jessie_evenfol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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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86년 전갈자리 / 바리스타 8년의 경력을 살려 호주 카페에서 영어 한 문장 구사만으로 취업 / 어디서든 살아남을 자세가 되어있음 / 사회운동가이자 한때 가수 지망생(tm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