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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에서 ‘말하지 않기’를 배우는 사람들

말하는 것을 회피하는 사람이 있다면, 한번쯤은 주변을 둘러봐야 한다.

by 파사리즘


조직에는 입사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말하는 사람’과 ‘말하지 않는 사람’으로 나뉘는 현상이 생긴다.
의견을 내는 일은 겉보기에 자유로워 보이지만, 그 안에는 미묘한 역학과 관계의 리스크가 깔려 있다. 문제 제기를 한 사람은 분위기를 흐리는 사람으로, 지나치게 분석적인 사람은 ‘꼬이는 사람’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빌런이 존재하는 조직에서는 이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빌런은 자신의 권위나 영향력에 도전하는 사람을 방해하거나 무시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그로 인해 팀 내 구성원들은 점차 ‘불편한 말을 하지 않는 법’을 터득해간다.

어떤 회사에서는 ‘솔직한 피드백’이라는 말을 사내 슬로건처럼 내세우지만, 실제 회의 자리에서는 한두 명의 의견만 반복된다. 침묵하는 이들은 불성실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조직의 공기를 감지한 결과, 자신을 지키기 위한 선택을 한 것이다.

한 중견기업의 팀원 A는 이렇게 말했다.

“한 번은 문제점을 제안했다가, 다음 주부터 업무에서 점점 배제되기 시작했어요. 말하면 일이 커지는 분위기였죠.”

그는 점점 말을 줄였고, 결국 회사의 분위기에 순응하는 방법을 배웠다.
침묵은 회피가 아니라, 생존 전략이었다.

문제는 한 사람의 침묵이 팀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한 번이라도 말한 이가 공격받거나 무시당하는 장면을 본 구성원들은, 그 순간부터 무언의 학습을 시작한다.


이러한 정서가 자리 잡기 시작하면, 팀 전체의 회의는 형식적으로 변하고, 회의록은 실행되지 않으며, 아이디어는 점점 줄어든다.
‘무엇을 해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무기력은 정서적 소진(Burnout)의 출발점이 된다.

이런 침묵의 문화는 단지 한두 사람의 문제가 아니다.
조직의 핵심 자산인 ‘정보’, ‘아이디어’, ‘관계 피드백’이 소통되지 않으면, 조직은 정확한 판단을 내릴 기회를 잃는다.
문제가 생겨도 사전에 알지 못하고, 신뢰가 무너지더라도 내부에서 감지되지 않는다.


빌런은 때로는 말투 한 줄로, 때로는 표정 하나로, 구성원들을 침묵하게 만든다. 하지만 더 큰 책임은 그 침묵을 외면한 리더와 HR에 있다.

구성원이 침묵하기 시작하면, 조직은 서서히 기능을 잃는다.
소통이 단절되고, 협업은 형식이 되며, 결국 조직의 생명력은 약화된다.

그리고 언젠가,
조직은 이렇게 말하게 된다.
“왜 아무도 말하지 않았지?”

그 말이 나올 때는 이미 늦었다.
그들은 한참 전에 말하려 했지만,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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