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mpkin soup-like pizza
늙은 호박
호박은 그 성질이 따듯하여 몸에 더운 기운을 주고 이뇨작용을 도와 노폐물을 배출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산후 부종, 수술 후 부종완화에 자주 활용된다고 하네요. 또한 풍부한 섬유질이 소화를 도와 소화계통에 부담을 줄입니다. 지난 할로윈, 아이들을 위해 대표님이 잔뜩 사 온 호박들을 보며 녀석을 어떻게 해치우지… 하다 보니 한 달째 호박만 먹고 있네요. 호박은 그 모양도 맛도 제각기이지만 공통적으로 생김새가 귀엽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재료 (10인분)
늙은 호박 750g
소금 6g
후추 2g
바질 플레이크 2g
올리브오일 20g
버터 45g
양파 160g
x화의 만능채수 1L
우유 400ml
만들기
1. 늙은 호박은 껍질과 씨앗을 제거한 뒤 듬성듬성 썰어 소금, 후추, 바질, 올리브오일을 둘러 잘 섞어줍니다. (호박씨는 따로 모아 간식으로 사용합니다)
2. 250도로 예열한 오븐(에어프라이어)에 14분간 구워줍니다.
3. 팬에 버터를 녹이고 양파에 약간의 소금 후추로 간을 한 뒤 약불에서 천천히 익혀줍니다.
4. 양파가 흐물흐물해지면 구운 호박을 넣고 살짝 볶아줍니다.
5. 팬에 채수 1L를 넣고 약불에서 30분 이상 졸여줍니다. 약간 자작한 상태가 될 때까지 익혀주세요.
6. 5를 믹서기에 넣고 갈아 다시 팬으로 옮겨 우유를 넣고 한 번 더 끓여줍니다. 사진처럼 부글부글 용암처럼 끓어오르면 용기에 담아 식혀줍니다.
이것을 그대로 그릇에 담아 구운 호두를 올려 수프로 먹어도 기가 막히고요.
5화의 만능반죽을 이용해 피자를 구워도 좋습니다. 퓨레를 넉넉히 올리고 피자치즈와 파마산을 뿌려 300도에서 4분 구워준 뒤 호두, 꿀, 페코리노 로마노치즈, 시나몬 가루로 마무리했습니다. 달콤 짭짤한 맛과 호박의 은은한 향이 조화롭습니다.
느낀 점
늙은 호박은 두꺼운 껍질 때문에 다루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손질하는 고난을 이겨내고 나면 단단하게 가득 찬 속살을 만나볼 수 있죠. 단호박이나 고구마처럼 강렬하게 달콤하진 않지만 푹 익혔을 때 고급지고 은은한 향이 진가를 드러냅니다. 지나치지 않은 단맛과 섬유질 가득한 질감 덕분에 우리는 호박을 잔뜩 넣고도 부담스럽지 않은 음식을 만들 수 있죠. 예전에 서귀포 친구의 집에 놀러 갔던 날, 그는 무려 호박 한 통으로 엄청난 양의 늙은 호박전을 만들어주었습니다. 처음 먹어본 전이었는데 그날 우리는 막걸리 10병과 함께 반나절에 걸쳐 하나도 남기지 않고 다 해치웠습니다. 고구마 전이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었겠죠. 어쩌면 그 밍밍하고 애매한 단맛 자체가 늙은 호박의 가장 강력한 장점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든든하게 후방을 지원해 주는 조용하지만 우직한 어떤 동료의 모습도 떠올랐습니다. 뭔가 그 생김새와도 잘 어울리는 성질이네요. 호박은 여러모로 참 매력적인 식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