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밸런타인!
Valentine day
발렌타인데이는 2월 14일, 사랑과 우정을 기념하는 날로 달콤한 선물을 나누는 날이지요. 3세기 경 로마는 젊은 남성들의 결혼을 금지했는데(?) 이는 미혼 남성이 더 나은 군인이 된다고 믿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성직자 발렌티누스는 이 법을 어기며 젊은 연인들을 몰래 결혼시켜 주었습니다. 이로 인해 그는 269년 처형되었고 이후 순교자로 추앙, 그의 기일인 2월 14일은 축일로 지정되었습니다. 20세기 이후 초콜릿 회사들이 이를 마케팅 기회로 활용하며 초콜릿을 주고받는 문화가 확산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에이 그거 다 마케팅이야~“ 하지 않고 열린 마음으로 시간을 내어 기념일을 챙기는 것은 분명 마음이 따듯해지고 즐거운 일입니다.
재료 (엄청 많음)
가나 초콜릿 440g (큰 거 4개)
생크림 270g
소금 3g
럼 30ml (또는 위스키)
카카오파우더
만들기
1. 생크림을 뜨겁게 가열해 둡니다.
2. 적절한 용기에 초콜릿을 터벅터벅 부숴 소금과 뜨거운 생크림을 부어 녹여줍니다.
3. 기호에 맞게 럼이나 위스키를 넣어줍니다. 저는 찬장에 남아있던 추억의 말리부를 넣어 코코넛향을 추가해 줬습니다. 술은 생략해도 좋습니다.
4. 부드럽게 녹은 초콜릿을 냉장고에 두어 끈적해질 때까지 식혀줍니다.
5. 접시에 카카오파우더를 얇게 펼쳐놓습니다.
6. 끈적하게 식은 초콜릿을 손으로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어 카카오파우더에 굴려줍니다.
귀엽고 부드러운 파베초콜릿이 완성되었습니다. 파베(Pavé)라는 것은 프랑스어로 네모난 벽돌을 의미하지만 우리는 울퉁불퉁 돌담을 만들었습니다. 그리시니를 반죽해 빼빼로도 만들어보았습니다!
재료 (12개 분량)
중력분 200g
물 124g
설탕 2g
소금 4g
이스트 4g
버터 24g
올리브오일 4g
만들기
1. 올리브오일과 버터를 한데 모아 실온에 두어 녹여줍니다.
2. 1과 모든 재료를 한 번에 섞어 반죽을 해줍니다.
3. 반죽을 30g씩 소분해 실온에서 30분 이상 발효시켜 줍니다.
4. 반죽을 길게 말아 막대모양을 만든 뒤 실온에서 1시간 이상 발효시켜 줍니다.
5. 200도로 예열한 오븐에서 12분간 노릇하게 구워줍니다.
6. 완성한 그리시니를 충분히 식혀준 뒤 아까 사용하고 남은 초콜릿을 녹여 발라줍니다. 그리시니는 원래 로즈마리를 넣어 그 자체로 먹는 빵이지만 아무래도 로즈마리와 초콜릿은 이질감이 들 것 같아 빼주었습니다.
겸사겸사 빼빼로도 만들었습니다.
느낀 점
살짝 허기가 진 상태에서 부랴부랴 초콜릿을 만들어 입에 하나 넣어보니 온몸에 당이 확 도는 게 기분이 좋습니다. 문제가 생기면 우선 입에 무엇이라도 넣은 뒤 생각하라는 어떤 글이 떠올랐습니다. 생크림을 조금 많이 넣은 듯 초콜릿이 너무 질척거렸지만 카카오파우더와 습기를 교환하며 적당히 단단해진 초콜릿의 속은 말 그대로 입에서 녹아버립니다.
역시 조금 귀찮더라도 이렇게 기념일을 챙기는 것은 참 즐겁습니다. 동글동글 귀여운 파베초콜릿을 잔뜩 만들어 여자친구에게 줄 것을 담고, 직원들을 찾아다니며 입에 하나씩 넣어주고 손님들에게 소박하게나마 나눠주는 일은 괜스레 설렘을 가져다줍니다. 일과에 지친 동료들이 한입 달콤함을 베어 물고는 잔뜩 화색이 도는 표정으로 뒤돌아서면 덩달아 기분이 좋아집니다. 이것저것 따질 필요 없이 그냥 그런 것입니다. 문득 칼 세이건의 딸, 사샤 세이건의 책 <<우리 이토록 작은 존재들을 위하여>>의 한 단락이 떠올랐습니다. 기념일을 챙기는 것은 삶의 유한성을 깨닫는 인간이 순간을 의미 있게 만들려는 본능입니다. 반복되는 삶 속에서 책갈피를 껴 놓듯 기념하고 기억할 거리를 만드는 인간의 귀엽고도 치열한 노력. 이것은 어쩌면 우리나라, 한국이 유달리 00데이가 많은 이유가 아닐까요. 아무렴 달콤한 것은 사람을 기쁘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