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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솔 Sep 12. 2022

졸리다.

_ 계속 계속 졸리다.

몇 달 전부터, 항상 졸리다. 잠잘 시간을 줄여가며, 공부를 하는 것도 아니고, 잠잘 시간을 줄여가며, 일을 하는 것도 아닌 데, 항상 졸리다. 새벽 5시쯤 깨기는 하지만, 밤 11시쯤은 잠자리에 드니까, 잠이 부족한 것 같지는 않다. 그런데, 몇 달 전부터, 낮에 항상 졸리다. 그렇다고, 막상 자려고 하면, 잠이 들지도 않는다. 그냥 몽롱한 상태로 졸리기만 하다.


잠을 잔다는 것은, 나에게 들어오는 모든 정보를 차단하여, 내 머리와 마음을 쉬게 하는 행위이다. 사람은 깨어있는 동안, 의식적이던 무의식적이던 정보의 홍수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미각을 통해 끊임없이 정보가 들어오고, 이 중 일부는 내가 의식하여, 정보로서 나 스스로 기억하지만, 더 많은 정보를 의식하지 못한 채로, 내 몸과 마음에 처리를 맡긴다. 그래서 ‘잠을 잔다’는 행위는 이러한 모든 정보의 유입을 스스로 차단하여, 나를 쉬게 만드는 행위이다. 내 피로를 풀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행위이다.


‘졸리다’ 혹은 ‘졸다’라는 상태는 잠을 자는 행위는 아니지만, 정보를 차단하는 행위이기는 하다. 누워서 잠을 잘 수 없는 상황에서, 조는 행위는 그 순간 내게 쏟아지는 정보를 차단하도록 도와준다. 그래서 잠깐 졸고 나서, 피로가 풀려서 개운함을 느낀다면, 그 잠깐의 정보 차단을 통해서, 나의 모든 감각과 그 감각을 통해 들어온 정보를 해석하는 기능들이 쉴 수 있도록 한 것이고, 이를 통하여 쉼을 가졌다는 의미일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난 요즘 계속 졸리다. 그렇다면, 내 몸과 마음이 내게 유입되는 정보들 중에서 거부하고 싶은 정보가 너무 많은 것이 아닐까? 요 근래에 내게 유입되는 정보들을 내가 인식하고, 분석하여, 의미를 찾아내는 것이, 내 몸과 마음에 안 좋을 것임을 알기에, 정보들의 유입을 차단하기 위하여, 끊임없이 졸린 것은 아닐까?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나 스스로에게 ‘졸아’라고 명령을 내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종이 신문과 종이 잡지, 대중방송만이 존재하던 시절에는 정보를 차단하는 것이 매우 쉬웠다. 종이 신문과 잡지를 사지 않고, TV에서 뉴스 프로그램을 보지 않으면, 충분히 나 스스로 알기 싫은 정보를 차단할 수 있었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내 손에 있는 한, 난 하루에 몇 번씩 포털사이트에 접속하고, 포털사이트에서 나도 모르게 내가 알고 싶지 않았던 정보를 터치하게 된다. 그냥 터치하지 않으면 되지 않느냐고, 누군가 이야기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정말로 그게 되지 않는다. 포털사이트에 쭉 보이는 정보(기사)들의 자극적인 기사들에 낚여서, 터치하게 되고, 한번 터치를 시작하면, 계속 계속 추천 정보(기사)를 터치하게 된다. 나만 이런 것은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난 졸리다. 스마트폰을 꺼내지 못할 만큼 졸리고, 스마트폰을 꺼내더라도, 꼭 필요한 일(메시지를 읽고 보낸다던가, 전화를 건다던가.)만 할 수 있을 만큼만 정신이 맑고, 그다음은 다시 졸리다. 언제쯤일까? 내 몸과 마음이 내게 유입되는 정보를 거부하지 않을 때가. 즉 항상 졸리지는 않을 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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