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이제 겨우 전반전이 끝났다.
난 운동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하는 것도, 남들이 하는 것을 보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어젯밤, 아시안게임 축구 결승전이 있었다. 아시안게임 축구 결승이라는 것만으로도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는 경기인데, 여기에 상대가 일본이어서, 더욱더 많은 이들이 축구를 보기 위해 치킨과 맥주를 옆에 두고 TV를 보았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되는 '파크콘서트 - 잔나비'를 관람하고 있었다. 분당중앙공원에서 하는 콘서트인데,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를 해주었다. 유튜브를 통해, 오랜만에 콘서트를 보며, 즐기었다. 그리고 콘서트가 끝난 후에도, TV를 껴지 않고 있다가, 축구 종료를 20분쯤 앞두고, 그래도 결과가 궁금해서 TV를 켰다. 다행히도 한국이 2대 1로 앞서고 있었고, 끝까지 잘 지켜내어, 한국팀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어디선가 '축구가 인생과 가장 닮은 스포츠'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난다. 사실 대부분의 스포츠에는, 선수들의 인생이 녹아있다. 그래서 운동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 같은 사람도, 스포츠 중계를 보고 있으면, 선수들의 삶이, 노력이, 기쁨과 슬픔이 느껴진다. 즉, 모든 스포츠에는 그 선수의 인생이 담겨있다. 그런데, 유독 축구가 가장 인생과 닮은 스포츠라고 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축구팬이 아닌, 그저 그런 스포츠 관객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먼저, 축구는 전후반 사이의 쉬는 시간을 제외하면, 경기가 중단되는 시간이 없다. 선수가 반칙을 당해서 경기장에 누워있어도, 경기는 계속 진행되고, 경기 시간도 중단 없이 계속 흐른다. 다른 운동 경기들을 보면, 선수가 부상당하거나, 감독이 작전타임 등을 부르면, 경기 시간이 중단되기도 하지만, 축구는 시간이 중단되지 않는다. 시간은 계속 흐른다. 내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회사를 퇴사하였을 때, 많은 이들이 나에게, '그만큼 열심히 일했으면, 충분히 쉴 자격이 있으니, 푹 쉬고 다시 시작해'라고 말해주었다. 하지만, 내 인생은 내가 쉰다고 해서, 멈추지 않는다. 아무리 내가 쉬고 싶어도, 내 인생 시계는 쉬지 않고 계속 움직인다.
축구 경기를 하는 동안, 축구 시합에 참여하는 선수는 일단 경기장에 들어가면, 쉼 없이 움직인다. 누군가 보고 안 보고에 상관없이, 그리고 본인이 공을 가지고 있고 안 가지고 있고에 상관없이 쉼 없이 움직인다. 야구를 보면, 공격을 하는 동안에는 타자 이외의 선수는 벤치에 앉아있기도 하고, 수비를 하더라도 자리를 지키고 서있는 시간이 있다. 그러나, 축구 선수들은 일단 경기장에 올라오면, 쉼 없이 움직인다. TV중계로 보면, 카메라에 잡히는 선수들 (주로 공 주위에 있는 선수들)만 열심히 뛰는 것 같지만, 경기장에서 보면, 정말 모든 선수들이 쉼 없이 뛰고, 공이 없는 지역에서도 쉼 없이 몸싸움을 한다. 일단 경기장에 오르면, 다쳐서 경기장에 눕지 않는 한, 최선을 다해 뛰어야 하는 스포츠가 축구이다. 인생도, 어쩌면, 죽기 전까지는 쉴 수 없는 경기장이다. 물론 잠도 자고, 휴식도 취하고, 휴가를 즐기기도 하지만, 정말 모든 것을 내려놓고 쉬는 순간은 없는 것 같다. 몸이 쉬고 있더라도, 머리와 마음은 계속 일하고 있으며, 휴가 중에도 어떤 일인가는 하고 있다. 설령 내가 휴가 중이어서, 회사일을 하지 않는다고 하여도, 누군가는 회사일을 계속하고 있으며, 휴가가 끝나면 그 일을 이어서 해내야 한다.
축구는 야외 스포츠임에도 불구하고, 날씨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즉,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폭염이 닥치거나, 축구 경기는 진행된다. 날씨조차도 축구 경기를 구성하는 한 요소일 뿐, 날씨로 인해 축구 경기가 취소되거나 연기되지는 않는다. 내 인생도 그렇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들이 어떻게 변하더라도, 내 인생은 흘러간다. 나를 둘러싼 날씨가 변했다고, 내 인생을 멈출 수는 없다. 폭우가 오건, 폭풍이 오건, 폭염이 오건, 폭설이 내리건, 인생은 멈추지 않는다.
축구는 경기 내내, 쉬지 않고 뛰어도, 점수는 1~3점 정도 나고, 승패는 1점, 혹은 2점 차이로 결정이 된다. 물론 동호회 축구나, 기량차이가 많이 나는 팀과의 경기라면, 큰 점수차가 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실력이 있는 팀들 간의 경기에서는 그렇게 열심히 뛰어도, 점수는 1~3점 정도 얻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승패가 갈리는 점수차도 1점 혹은 2점이다. 인생도 그렇다. 내가 직장 생활을 잘해서, 승진이 빨랐다고 하더라도, 정년이 다가올수록 그 차이는 점점 좁혀지고, 역전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내가 노력해서 얻고자 한 것을 얻고, 못 얻고 가 무언가 큰 차이에 의한 것이 아니라, 정말 1점 차로 결정이 된다. 평생을 쉼 없이 살아가지만, 내가 정말로 얻고 싶은 점수는 단 1점 인지도 모른다. 그 1점을 얻기 위해 평생을 쉼 없이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다.
축구는 팀 스포츠이다. 팀원 중 언론에서 하이라이트를 받는 선수는 많은 경우, 스트라이커나 미드 필더인 경우가 많으나, 팀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모든 선수가 경기 내내 쉬지 않고 뛰어야 한다. 같은 팀이라고 하더라도, 받는 연봉도 천차만별이고, 팬이나 언론의 찬사를 받는 선수는 전체 팀원 중 일부이지만, 절대로 고연봉이고, 팬과 언론의 찬사를 받는 선수만 열심히 뛴다고 이길 수 없다. 연봉에도, 팬들의 찬사에도 상관없이 모든 팀원들이 최선을 다해 뛰었을 때, 팀은 승리한다. 인생도 그렇다. 사회가 굴러가기 위해서는 연봉을 몇 백억 씩 받는 기업 총수나, 최저임금을 받으며 생산라인에서 일하는 근로자나 모두 자신의 역할을 해내야 한다. 그리고 많은 경우, 사회를 지탱해 주는 것은 저임금의 노동자이다. 좋은 예는 아닐지 모르나, 코로나19 판데믹 상황에서, 사회기능을 유지해 준 것은 저임금의 저가 노동자들이다. 물론 ITC 기술의 발달로 스마트폰 앱을 통해 주문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했지만, 배달어플이 있더라도, 배달해 줄 사람이 없다면, 사회는 돌아갈 수 없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배달어플을 만든 회사의 CEO와 배달노동자와의 임금차이는 많겠지만.
축구에는 심판이 재량껏 주는 '연장시간 혹은 지연시간'이 있다. 어제 경기에서는 후반전이 끝나고 6분이 추가로 주어졌고, 그 6분이 끝나고 나서도 1~2분 정도 더 있다가, 주심이 종료를 선언했다. 이러한 추가 시간은 축구 시합 중에 여러 이유로 시합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함에도 시합시간을 계속 흐르게 한 것에 대한 보상의 의미일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추가 시간이 어떤 원칙에 의해서 정확한 측정을 통해 주어진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더군다나, 이러한 추가시간이 끝난 이후에도 경기는 주심이 종료를 선언하기 전까지는 계속된다. 인생도 내 맘대로, 시간을 정해놓고 끝낼 수는 없다. 어떤 기준인지는 알 수 없으나.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며, 언제 끝날 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정규 시간이 끝났을지라도, 주심이 종료를 선언하기 전까지는 계속 골문을 두드려야 한다.
축구는 전반 45분, 후반 45분 사이에 15분의 쉬는 시간이 주어진다. 그런데, 이를 15분의 기적이라고 하는 이들도 있다. 체력을 회복하고, 작전을 점검하고, 전략을 세우고, 등등. 15분을 어떻게 활용했느냐에 따라, 후반전은 전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난 지금 전반전을 막 끝냈다. 26살까지는 학생이었고, 이후, 첫 직장, 그리고 두 번째 직장 생활을 25년 정도를 했다. 그리고, 지금은 15분간의 휴식시간이다. 남은 인생은 25년 정도의 후반전 정규시간이 있고, 심판의 재량으로 주어지는 추가 시간이 있다. 참, 연장전이 벌어질 수도 있다. 후반전, 추가시간, 그리고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연장전을 준비하기 위해, 나에게 '15분의 기적'을 만들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허락된 것에 감사하며, '15분의 기적'을 만들어보자. 인생은 축구 시합과 비슷하다.